전형적인 ‘오대수(오늘만 대충 수습)’ 행정
[최보식의언론=박주현 재담 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자랑하는 치적은 경기도지사 시절의 ‘계곡 불법 시설물 정비’다. (다른 사람의 업적을 가로챘다는 의혹은 일단 무시하자)
쇠망치를 든 공무원들이 평상을 부수고 계곡을 시민에게 돌려줬다. 시원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문제다. 그게 대통령의 통치 철학이 되는 순간, 국가는 재앙을 맞는다.
최근 대통령의 행보가 딱 그렇다. 그는 생리대와 교복 가격이 비싸다며 “대책을 세우라”고 호통을 쳤다. 일견 서민을 위한 행보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정책(Policy)이 아니라, 계곡 평상을 걷어내던 식의 ‘단속(Crackdown)’이다. 복잡한 경제 생태계를 불법 시설물 취급하며 덤벼들고 있다.
그의 지시에는 결정적으로 ‘시장에 대한 이해’가 결여돼 있다.
생리대를 보자. 대통령은 “왜 싼 걸 안 만드냐”고 질책했다.
몰라서 하는 소리다. 여성들에게 생리대는 단순한 공산품이 아니다. 내 몸에 닿는 가장 민감한 제품이다. 과거 발암물질 파동 이후 소비자는 돈을 더 주더라도 안전하고 질 좋은 제품을 원한다.
기업이 폭리를 취해서가 아니라,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졌기에 가격이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이 ‘수요의 질’을 무시하고 무조건 싼 걸 내놓으라고 강요한다.
교복은 더하다. “대량 생산하는 기성복보다 왜 비싸냐”고 묻는다. 이것은 ‘규모의 경제’를 모른다는 자백이다. 학생 수는 급감했고, 학교마다 디자인은 제각각이다.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해야 하니 단가가 뛸 수밖에 없다. 원단을 싼 걸 쓰면 학부모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구조적 원인이 명확한데, 대통령은 업체를 불러 족치면 해결될 거라 믿는다.
이것은 전형적인 ‘오대수(오늘만 대충 수습)’ 행정이다. 전체 물가를 관리하고 거시경제의 흐름을 잡아야 할 대통령이, 동네 이장처럼 개별 품목의 가격표를 들고 싸우고 있다. 보여주기식 호통으로 당장 며칠은 가격을 누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압력이 풀리면 가격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다. 계곡 평상이 단속반이 사라지면 슬그머니 다시 깔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통령은 자신이 서민의 삶을 잘 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그가 내놓는 해법들을 보면, 평생 돈 걱정 한번 안 해본 부잣집 도련님이 책상머리에서 상상으로 경제를 배운 것만 같다.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그 메커니즘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다.
계곡의 평상은 걷어내면 그만이다. 하지만 경제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때리면 아파하고, 억누르면 왜곡된다. 망치 하나 들고 40만 개 기업과 5천만 소비자가 움직이는 시장을 때려잡겠다는 대통령. 그의 ‘사이다’ 행보가 경제에는 ‘독약’이 되고 있다. 정책은 실종되고, 대처만 남은 나라의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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