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무역 파트너에게 관세를 부과한 것이 '대통령의 권한을 초과한 직권 남용'이라고 판결

[최보식의언론=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

NYT 캡처
NYT 캡처

"비상 대권은 비상시에만 써야 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기대했던 바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거는 기념비적인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6대 3의 의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모든 무역 파트너에게 관세를 부과한 것이 '대통령의 권한을 초과한 직권 남용'이라고 판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1970년대 제정된 '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의회의 승인 없이 독자적으로 관세를 부과해 왔지만,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의 다수 의견서에서 "해당 법률에 '관세(tariffs)'라는 단어조차 언급되어 있지 않으며, 대통령이 이를 일방적으로 부과할 권한은 없다"고 명시했다.

트럼프가 임명한 닐 고서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다수 의견(위헌)에 합류해서 사법부의 독립성을 입증했다. 반면 브렛 캐버너, 클래런스 토마스,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합헌의 소수 의견 냈다.

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위헌 판결을 한 대법관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Ashamed)", "바보와 충견(Fools and lapdogs)", "애국심이 없다"는 등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자신이 임명한 고서치와 배럿 대법관에 대해서는 "가문의 수치"라며 배신감을 드러냈다. 역시 그의 평소 인성다운 천박한 언어들이다.

다음 주 예정된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에서 트럼프가 대법관들을 앞에 두고 어떤 분노의 독설을 쏟아낼지 궁금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에 굴복하지 않고 '섹션 122(Section 122)' 등 다른 법적 권한을 사용하여 10%의 보편적 관세를 즉시 재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조사를 통해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회 수단들은 트럼프의 장담처럼 만만하지 않다.

(1) Section 122:  국제 수지 불균형 해결을 위한 권한은 최대 150일만 유효하며, 이후 의회 승인 필요하다. 특히 11월 중간 선거에서 하원이 민주당 지배로 넘어갈 경우 이 수단은 트럼프가 사용하기 쉽지 않다.

(2) Section 301: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 조치는 불공정조사를 선행해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림과 그 결과에 대한 법적 다툼과 불복이 예상된다.

(3) Section 232:  국가 안보 위협 시 수입 제한은 특정 품목(철강, 알루미늄 등)으로 범위가 제한적이다.

이번 판결은 '관세가 경제 정책의 핵심'이라고 믿는 트럼프 행정부에게는 사법부가 가한 가장 뼈아픈 타격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적으로 10% 보편 관세를 다른 법안으로 밀어붙이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우리나 일본이 합의한 강요된 투자 약속과 관세율에 대한 불확실성이 생겼다.

대법원 판결로 인해 미국은 향후 9년간 기대되었던 약 1.5조 달러(약 2,000조 원) 규모의 관세 수입에 구멍이 생기게 되었다. 옐 예산연구소(Yale Budget Lab)는 현재 16.9%인 실효 관세율이 이번 판결로 9.1%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가 이미 징수한 2,000억 달러 이상의 관세에 대해 기업들이 환급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위헌 판결도 관세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의 소송에 대한 판결이었지만 이번 판결은 부당하게 징수한 세금의 환급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 브렛 캐버너 대법관은 소수 의견에서 이 과정이 "거대한 난장판(Mess)"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식시장은 차분하게 긍정적으로 반응을 했다.

5주 뒤 중국 방문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판결로 인해 대중 협상에서의 강력한 무기(관세 위협)를 잃게 되어 외교적 레버리지가 약화될 것이다. 우리를 향한 협박도 줄기를 바란다. 당장 우리 정부의 대응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독주가 실패했다"며 환영했다. 반면 공화당 내에서는 척 그레스리 의원처럼 의회의 권한 회복을 반기는 목소리와, 버니 모레노 의원처럼 대법원을 비난하며 관세를 법제화하려는 세력이 갈리고 있다.

이 판결의 요지는 대통령의 비상대권은 비상시에 제한적으로 유효하는 점에서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의 불법 판정과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관세 #위헌판결 #법치주의

저작권자 © 최보식의언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