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비틀거리더라도 결국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실

[최보식의언론=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

NYT 캡처
NYT 캡처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는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이자 작가, 현대 미국의 대표적인 중도보수 지성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22년 동안 NYT 간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정치, 사회, 윤리, 인간성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해 왔다.

뉴욕타임스는 13일에 그의 은퇴를 기념해서 '데이비드 브룩스와의 마지막 대화(One Last Chat With David Brooks)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데이비드 브룩스가 은퇴를 앞두고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대와 실존을 고민하는 중도 보수 지성의 지혜가 무엇인지 특히 다음 세대 청년층들에게 보수가 전하고 싶은 조언을 볼 수 있어 소개한다. (편집자)

<데이비드 브룩스와의 마지막 대화>

Q: 대학 입학을 앞둔 18세 학생입니다. 세상의 상태에 대해 도덕적 확신이 서지 않는데,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알리 이바네즈 (플로리다주 탬파)

데이비드 브룩스당신 세대는 우리 세대로부터 사회적, 정서적, 영적 위기 상태의 사회를 물려받았습니다. 내가 만약 18세라면, 삶의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대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히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할 것 같습니다. 우울해하거나 슬퍼하는 사람 곁에 어떻게 앉아 있어야 하는지, 어떻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 사랑에 빠지며, 필요할 때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고 헤어지는 방법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훌륭한 대화가가 될 수 있는지 같은 것들 말이죠. 이것들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기술이며, 당신을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 주변 사람들에게 빛나는 영향력을 미치게 할 기술들입니다. 많은 이들이 책과 온라인에서 이런 기술을 가르치지만, 정작 이를 마스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Q: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제 학생 대다수는 불우한 환경의 유색인종입니다. 그들에게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기 위해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요? 툭 응우옌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데이비드 브룩스: 우선, 가르치는 일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부분의 대학 교수들이 말하듯 고등학생 때 아이들을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학생들에게 역사를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10년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1890년대? 정치적 부패와 잔인한 빈곤, 인종 테러의 시대였습니다. 1920년대? 배타주의와 권위주의적 경찰 국가 전술이 횡행했죠. 1960년대? 폭동과 암살, 폭발, 도시의 쇠퇴가 있었습니다. 역사는 현재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게 해주며, 우리가 비틀거리더라도 결국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Q: 전국의 모든 고등학생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한 권이 있다면요? 로리 윌슨 (노스캐롤라이나주 힐즈버러)

데이비드 브룩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Man’s Search for Meaning)"입니다. 그는 인간을 움직이는 동력이 돈이나 명예, 인기가 아니라 자신의 삶이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는 욕구라는 점을 가르쳐줍니다. 저도 대학 강의에서 이 책을 과제로 내는데, 매번 몇 명의 인생을 바꿉니다.

Q: 인본주의자이자 인문학 애호가로서 당신을 보수 진영에 머물게 하는 보수주의의 측면은 무엇인가요? 데이비드 앤더슨 (켄터키)

데이비드 브룩스: 제가 생각하는 보수주의의 역사는 이렇습니다. 17세기 종교전쟁 이후 사람들은 종교 갈등이 아닌 다른 기초 위에 사회를 세우기로 했습니다. 프랑스의 사상가들은 '이성'을 택했고 이것이 현대 진보주의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반면 주로 스코틀랜드의 사상가들은 '감정(sentiments)' 즉 관습과 예절이 우리의 가치와 도덕적 직관을 형성하는 방식 에 기초를 두기로 했고 이것이 보수주의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잘 교육된 우리의 감정이 개인의 벌거벗은 이성보다 더 지혜롭다고 믿습니다. 또한 세상은 매우 복잡하므로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양에 대해 겸손해야 한다는 '인식론적 겸손'을 믿습니다. 따라서 사회 변화는 급진적이기보다 지속적이고 점진적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보수적 아이디어는 제게 여전히 황금 표준입니다.

Q: 지금까지 쓴 칼럼 중 가장 쓰기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데이비드 세모 (뉴욕주 캔도어)

데이비드 브룩스: 2004417일에 쓴 "더 겸손해진 매파(A More Humble Hawk)"라는 칼럼입니다. 이라크 전쟁 지지를 철회하며 고민하기 시작한 글이었죠. 친구들은 화를 낼 것이고 비판자들은 약점을 잡고 달려들 것을 알았기에 발표 전날 밤잠을 설쳤습니다. 그것은 힘든 자기 성찰 과정의 시작이었습니다.

Q: 타임즈에 온 이후 신념에서 가장 놀라운 변화는 무엇이었나요? T. 칼 하디 (캔자스시티)

데이비드 브룩스: 한편으로는 변한 게 거의 없고,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게 변했습니다. 데이비드 흄, 에드먼드 버크 같은 지적 영웅들은 그대로지만, 그 과정에서 저는 신앙을 갖게 되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확고한 우파에서 모호한 중도로 옮겨왔습니다. 사형 제도에 대해서는 왼쪽으로, 낙태에 대해서는 오른쪽으로,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왼쪽으로 이동했죠. 80년대에는 정체가 문제라고 봐서 공화당 편에 섰지만, 2000년대에는 불평등이 핵심 문제라고 결론지어 민주당 편에 더 서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보수적 민주당원'입니다.

Q: 가장 좋아하는 브루스 스프링스틴 앨범은 무엇인가요? 짐 덴 유일 (뉴저지주 비치 헤이븐)

데이비드 브룩스: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Darkness on the Edge of Town"입니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2009년 파라마운트 극장에서의 "Racing in the Street" 공연 같은 개별 퍼포먼스들을 찾아보시는 걸 더 추천합니다.

Q: 복음주의자들이 트럼프를 선출하는 데 일조한 것에 당혹감을 느낍니다. 교회에서 가르칠 윤리 수업을 위한 텍스트를 추천해주신다면요? 브루스 리처드 번햄 (앨버커키)

데이비드 브룩스: 제 친구인 팀 켈러(Tim Keller) 목사의 저작들을 추천합니다. 또한 랍비 조나단 색스(Jonathan Sacks)"도덕(Morality)""다름의 공동체(The Home We Build Together)"는 성경적 지혜를 통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법을 잘 보여줍니다.

Q: 예일 대학교에서의 새로운 역할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로저 톨랜드 (애틀랜타)

데이비드 브룩스: "PBS NewsHour" 활동은 계속할 것입니다. 애틀랜틱(The Atlantic)지에 글을 쓰고, 예일 커뮤니티에 다시 합류하여 팟캐스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어떻게 목적 있는 삶을 살 것인가?", "무례하지 않게 야망을 가질 수 있는가?" 같은 인문학적인 질문들을 다루려 합니다. 이런 실존적 문제에 대한 갈증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희망을 주신다면요? 제임스 월리스 (메릴랜드주 이스턴)

데이비드 브룩스: 트럼프 행정부는 누구의 낙관주의라도 시험에 들게 할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보다 훨씬 나쁜 상황에서도 회복해 왔습니다. 수세기 동안 우리는 차별 때문에 국가적 재능을 다 활용하지 못했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인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역사는 경련과 단절의 시기 뒤에 창의성과 수선의 시기가 뒤따르는 역사였습니다. 우리는 단절의 시기를 살았습니다. 이제 수선을 시작합시다.

 

<후기> 데이비드 브룩스는 매주 금요일 저녁(주말의 시작) PBS NewsHour의 'Brooks & Capehart' (과거에는 'Brooks & Shields') 에 고정적으로 출연해왔다. 데이비드 브룩스(보수적 시각)와 진보적인 성향의 논설위원(현재는 조너선 케이파트, 전에는 마크 실즈)이 나와 한 주간의 주요 정치 이슈를 품격 있게 토론해왔다. 자극적인 비난보다는 서로의 논리를 존중하며 차분하게 분석하는 '지적인 대화'를 보며 우리 사회도 저런 품격 있는 토론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그는 인문학 필독서로 잘 알려져 많은 베스트셀러들이 있다.

'보보스(Bobos in Paradise)': 2000년대 새로운 상류층인 '부르주아 보헤미안'의 탄생을 분석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소셜 애니멀(The Social Animal)': 인간의 무의식과 감정, 사회적 관계가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소설 형식을 빌려 설명했다.

'인간의 품격(The Road to Character)': 외부적 성공(이력서용 미덕)보다 내면의 성숙(장례식용 미덕)을 강조하며 성취 중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두 번째 산(The Second Mountain)': 자아실현의 산을 넘어, 타인과의 관계와 헌신의 산을 오르는 삶에 대해 다뤘다.

시카고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시카고 학파의 지적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고, 월스트리트 저널을 거쳐 위클리 스탠다드 편집장을 지냈으며, 2003년부터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예일대학교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왔으며, PBS NewsHour의 정치 분석가로도 대중과 친숙하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를 떠나 예일대학교로 완전히 복귀하여 연구와 교육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는 애틀랜틱(The Atlantic)과의 협업을 통해 정치를 넘어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삶을 살 것인가"라는 실존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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