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이동 경향을 보여주는 거의 유일한 민간 지표로 통용되며 주요 언론에 무비판적으로 인용

[최보식의언론=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상속세로 인한 억만장자 이민이 "가짜뉴스"라며 공세가 거세다.

정확하지 않은 통계로 사회 이슈화한 것에 대한 정부의 정확한 정보 제공이나 반론을 넘어 경제단체에 대한 '기강 잡기'에 나서고 있는 서슬퍼런 모습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뿐만 아니라, 나도 이 문제의 통계를 소개하고 인용한 적이 있다. 내가 첨부한 그림(위)에서 보듯 세계의 많은 미디어들이 그러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 통계가 시사하는 '이슈'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통계를 발표한 주체나 그 근거가 되는 데이터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은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고 잘 알려져 있지도 않았다. 글로벌하게 널리 인용되는 통계를 의심하지 않고 인용한 것이 "가짜뉴스"인가?

가짜뉴스(Fake News)는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뉴스 보도의 형태를 띠고 유포되는 허위 정보를 말한다. 가짜뉴스는 단순히 실수로 발생한 오보를 넘어, 의도적으로 허위 또는 심각하게 왜곡된 정보를 뉴스처럼 포장해 유통시키며 이익(돈·권력·영향력·관심)을 얻으려는 콘텐츠다.

여기서 핵심은 '팩트가 틀렸다'가 아니라 '의도'다. 단순 오보(실수)와 가짜뉴스(기획)는 출발점이 다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을 속여 해를 끼치거나 이득을 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거짓 정보와, 내용은 사실이 아니지만 유포자가 그것이 거짓임을 모르고 공유하는 오보를 구분한다.

나도 이 사안이 경제부총리에 의해 제기되고 나서야 통계의 신뢰성에 대해 처음으로 찾아보았다.

영국 투자이민 컨설팅업체 헨리 앤 파트너스(Henley & Partners, H&P) 보고서의 신뢰성 문제가 대중적으로 크게 공론화된 것은 2025년 하반기라고 한다.

일부 경제학자와 이민 전문가들 사이에서 H&P 보고서가 사용하는 '뉴 월드 웰스(New World Wealth)'의 데이터 산출 방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지만 당시에는 부자들의 이동 경향을 보여주는 거의 유일한 민간 지표로 통용되며 주요 언론에 무비판적으로 인용되었다.

본격적인 데이터 검증과 비판은 2024년~2025년 상반기에 제기되었는 영국의 주요 공익 단체와 통계 전문가들이 H&P 보고서를 정밀 분석하며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조세 정의 네트워크(Tax Justice Network)가 H&P의 보고서를 '신화(Myth)'라고 규정하며 비판 보고서를 냈고, 이들은 H&P가 주장하는 부자들의 '대탈출(Exodus)'이 실제로는 전체 부유층의 0.2% 미만에 불과하며, 이동의 주된 이유도 세금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2025년 4월 유럽 사법재판소(ECJ)가 H&P가 깊이 관여한 몰타의 '황금 여권(투자 이민)' 제도가 불법이라고 판결하면서, 이 업체가 상업적 마케팅 용으로 이런 '통계 마시지'를 했다는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가장 결정적인 신뢰성 훼손은 2025년 7월 영국의 조세 정책 전문가 협회(Tax Policy Associates)의 창립자 댄 니들(Dan Neidle)이 H&P 데이터를 포렌식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숫자가 조작되었을(Fabricated) 가능성"을 제기했다. 보고서 내 수치들의 마지막 자리가 0이나 5로 끝나는 비중이 통계적으로 불가능할 정도로 높다는 점을 밝혀냈다. 자산 정의에서 '부동산' 항목을 제외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백만장자 숫자가 거의 변하지 않는 등 방법론적 모순을 지적했다.

대한상의가 이 통계를 인용해서 한국의 상속세 문제를 제기한 것은 2025년 하반기로 통계의 신뢰성 문제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서 몰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한상의는 당연히 이 통계를 조작한 주체도 아니고 널리 인용되는 통계의 조작 가능성을 의심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이 통계는 데이타 공급 매체들에 의해 버젓이 제공된다. 따라서 이를 대한상의 "가짜뉴스"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공세다. '오보'라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정부가 잘못된 정보와 비판을 시정하는 일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이를 대한상의가 '가짜뉴스'의 주체로 모는 것은 지나치다.

지금 대한민국이 자본과 투자에 친화적인가? 자본이 들어오고 부자들이 투자를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무엇을 했느냐를 설명하는 대신 약점 잡아서 신났다는 정부의 자세가 옳은가? 상속세는 이대로 좋다는 것인가?

 


#상속세, #헨리 앤 파트너스, #대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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