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좀스러우니, 간신배들이 발호한다
[최보식의언론=최보식 편집인]

대통령의 수준에 맞춰 비슷한 인간들이 꼬이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7일 X(트위터)에 '한국 부자의 해외 탈출 세계 4위'라는 영국의 이민 컨설팅업체인 헨리앤파트너스 조사 결과를 인용한 대한상공회의소의 보도자료에 대해 "고의적 가짜뉴스"라고 공개 질타하자 참으로 해괴한 장면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출장 중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회장)이 거의 빛의 속도로 사과했다. 한국 현실에서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 뒤가 정말 가관이다.
바로 다음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대로 안된 통계를 활용해 보도자료를 생산·배포한 대한상의는 응당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씩씩거렸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이에 질세라 "대한상의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는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런 뒤 김 장관은 다음날 아침(9일) '6개 경제단체 긴급 현안 점검 회의'를 소집해 "이번 사안은 국민과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정책 환경 전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규정하고 감사 결과에 따라 담당자에게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며 "해당 보도자료의 작성, 검증, 배포 전 과정에 대해 즉각 감사를 착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정책과 현장 간의 간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달 말부터 주요 단체, 협회들과 정책간담회를 정례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국익을 건 한미 관세협상에서는 형편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대통령 사안에서는 이렇게 빠르고 유능할 줄 몰랐다.
경제부총리와 산업부장관에 이어, 임광현 국세청장도 이 대통령의 '고의적 가짜뉴스' SNS 언급이 있자 곧바로 액션에 들어갔다.
임 국세청장은 "'상속세 때문에 백만장자 2400명 탈한국' ?? 팩트체크 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국세청은 국민들께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최근 3년간 신고된 해외 이주자에 대해 전수분석 하였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한국인의 2022∼2024년 평균 해외이주 신고 인원은 2천904명이며, 이중 자산 10억원 이상 인원은 연평균 139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1인당 보유 재산도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각각 97억원, 54억6천만원, 46억5천만원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며 "재산이 많다고 해서 상속세가 없는 국가로 이주하는 경향성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이 영장 없이 해외 이주자 8,700여 명의 개인 자산 내역을 탈탈 턴 불법 행위를 자백하고 있는 셈이다.
헨리앤파트너스의 보고서 내용은 올해 전 세계에서 14만2천 명의 백만장자가 국경을 넘어 이주할 것으로 전망하고, 한국은 영국·중국·인도 다음으로 '부자 유출' 4위라는 것이다.
전망 근거로 삼은 데이터가 부실하다는 지적은 나왔지만, 대한상의 담당자가 이를 인용한 시점에서는 그것까지 체크가 안 됐을 것이다. 업무를 하다보면 가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사익 도모와 정부정책 공격을 위해 가짜뉴스 생산 유포'라며 대통령이 공개 격분할 사안인가. 헨리앤파트너스의 같은 보고서 안에는 '한국 여권(旅券) 파워 세계 2위'라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런 건 칭찬할 만한 조사 결과인가.

한낱 이런 사안을 놓고 "주권자 국민의 판단을 흐리는 민주주의의 적" 운운하며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대통령이 참 좀스러워 보였는데, 이런 대통령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다투어 나서는 ''3인조 돌격대' 장차관들의 모습은 역겹다고 해야 하나. 물론 이 대통령은 이런 부류들을 '일 잘한다'고 여길 것이다.
이게 대통령부터 시작해 경제부총리, 산자부장관, 국세청장까지 시퍼런 칼을 들고 나설 만큼 그렇게 중대한 사안인가. 국민 세금으로 고급 관용차 타고 호의호식하는 이들은 그렇게 할 일이 없는가.
최고권력자의 심기경호만을 위해 딸랑거리는 이런 부류를 역사에서는 '간신배'라고 했다.
#대한상의, #간신배, #심기경호, #최태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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