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도 안 하는 짓을 왜 한국 정치가 하나

[최보식의언론=김정기 세계스마트시티기구(WEGO) 사무총장]

뉴스TVCHOSUN 캡처
뉴스TVCHOSUN 캡처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북 새만금 이전설에 대해 정부가 (호남으로) 옮기겠다고 한다고 옮겨지겠는가. 그렇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용인 반도체 시설은 이미 정책적으로 결정된 사안으로 뒤집을 수 없다"며 "기업들의 배치 문제는 정치권에서 부탁한다고 해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은 돈이 되면 부모가 말려도 하고 돈이 안 되면 아들이 부탁해도, 딸내미가 부탁해도 안 한다고 말했다.

언뜻 새만금 이전설을 일축하는 것 같았지만 뒤이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13기가와트(GW)가 필요하다는 데 그걸 어디서 해결하나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바뀔 것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가 많은 즉, 에너지 가격이 싼, 송전 안 해도 되는 그 지역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고 설득이나 유도는 가능할 것이라며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훨씬 거기가 땅값도 싸고 인건비도 싸고 물가도 싸고 에너지도 싸고 우리가 싸게 해주고 세금도 깎아 주고 교육시설도 만들어주는 식으로 유도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며 묘한 여지를 남겼다. (편집자)

요즘 정치권 일각에서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새만금(전북)으로 이전하자는 주장이 거론되고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이 앞에 붙지만, 이 문제는 지역 정책 차원의 논의로 다룰 사안이 아니다.

반도체는 공공기관이 아니며, 행정구역 조정의 대상도 아니다. 반도체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사실상 마지막으로 붙잡고 있는 전략 산업이다.

이미 반도체를 제외한 전통 제조업의 상당수는 중국에 추월당했거나, 추월을 허용하는 구조 속에 들어가 있다. 전자, 철강,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모두 한때는 한국 경제의 기둥이었지만, 지금은 구조적 경쟁력에서 분명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 상황에서 반도체마저 흔들리면 한국 경제가 기댈 수 있는 기반은 거의 남지 않는다. 반도체는 선택지가 아니라 생존선에 가깝다.

이처럼 산업의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는, 정치권의 언어와 인식 역시 그 무게 만큼 신중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김민석 총리는 호남 지역 공개 행사에서 “예전에는 5년이 길다고 했는데, 요즘은 5년이 짧다는 말도 나온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표현을 둘러싼 해석은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현 정권이 '권력의 시간표'를 늘려 놓고 사고하기 시작했다는 인상을 준 것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그 이후다. 광주·전남은 AI 중심 도시를 선언했고, 전북은 상대적 소외를 느낀다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공공연히 나왔다. 지역 간 균형을 고민하는 것은 정치의 책무다.

그러나 그 해법으로 국가 전략 산업인 반도체를 새만금(전북) 이전 카드로 꺼내 드는 순간, 논의는 지역 정책의 차원을 넘어선다. 산업이 정치의 조정 대상, 표 계산의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부지에 있지 않다. 용인은 1985년 기흥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시작된 이후 수십 년 동안 인력, 연구, 협력업체, 전력, 물류, 보안이 층층이 축적된 공간이다. 이 생태계는 단기간에 새만금(전북)으로 이전해 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산업은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면 반드시 비용을 치른다.

이것은 책상 위의 이론이 아니라 내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현실이다. 필자는 18년 전 주상하이 대한민국 총영사로 중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거점인 수저우와 우시를 관할했다.

중국은 반도체를 산업이 아니라 국가 생존 자산으로 다루고 있었다. 당 조직을 중심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금융기관이 동시에 움직였고, 목표는 분명했다. 기업을 키워 파이를 키우고, 그 성과를 국가가 흡수하는 구조였다.

당시 중국 현장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이 처한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지만, 그때의 긴장감은 아직도 또렷하다. 나는 대한민국 정부 대표로서 삼성과 하이닉스를 지켜내기 위해 수저우 시장과 우시 시장은 물론 장쑤성 성장까지 직접 만나며 국익 수호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하루하루가 외줄 타기 같았고, 한 번의 판단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는 압박 속에서 움직였다.

특히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삼성 이재용 회장이 상하이시 당서기 출신으로 중국의 차기 권력으로 평가되던 시진핑 국가부주석을 30분간 면담하기까지의 과정이다. 그 짧은 면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물밑 조율과 긴장이 이어졌는지는 현장에 있었던 사람만이 안다. 그것은 단순한 기업인의 면담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생존을 걸고 벌인, 조용하지만 치열한 외교전이었다.

현장에서 마주한 두 기업의 처지는 극명하게 갈렸다. 수저우의 삼성반도체는 일부 공정만 현지에서 운영하며 보안 통제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었지만, 우시의 하이닉스반도체는 전후 공정이 중국 현장에서 이뤄지며 늘 기술 유출의 위험과 마주하고 있었다.

중국 내부에서는 “주인 없는 하이닉스는 이미 중국 기업”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돌았고, 중국 최고 지도부가 상하이를 방문할 때마다 하이닉스는 빠지지 않는 시찰 대상이 되곤 했다.

그 현장을 지켜보며 필자는 분명히 깨달았다. 반도체는 결코 기업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것은 외교와 안보, 산업과 권력이 맞물려 움직이는 국가 전략 자산이었고, 국가 간 힘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최전선이었다.

그래서 반도체는 한 번의 정책 결정, 한 번의 정치적 판단으로 쉽게 옮기거나 흔들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반도체를 가볍게 다루는 국가는 결국 산업 주권을 잃는다. 쌀이 무너지면 식량 주권이 흔들리듯, 반도체가 무너지면 미래 산업 전체가 흔들린다. 그래서 반도체는 흔히 말하는 주력 산업이 아니라, 미래산업의 쌀이다.

이런 산업을 정치 일정과 지역 민심을 이유로 새만금(전북) 이전이라는 방식으로 다루는 발상은 전북을 위한 정책도 아니다. 반도체를 옮긴다고 전북이 살아난다는 보장은 없다. 실패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지역을 포함하여 대한민국에 남는다.

전북이 가야 할 길은 수도권의 대체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전북만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을 갖는 것이다. 농생명 기반 AI, 센서와 데이터, 반도체 응용과 실증 같은 영역은 전북이 충분히 전략 거점이 될 수 있는 분야다.

중국 공산당조차도 산업 정책에서는 한 가지 원칙을 분명히 지킨다. 잘되는 기업을 더 지원하여 파이를 키운 뒤, 그 성과를 국가가 흡수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철저히 계산의 문제다. 어떻게 보면 중국 공산당이 한국 민주당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나마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을 이전 카드로 불확실한 미래로 밀어 넣자는 발상이 아무렇지 않게 거론된다.  산업을 키워 국가의 몫을 늘리겠다는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형성된 산업을 나누고 재배치하려는 정치적 계산만 앞선다. 이대로라면 국가의 곶간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물론 정치는 지역의 박탈감을 달래야 한다. 그러나 그 방식이 국가 생존의 축을 흔드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반도체는 정치의 수단이 아니다. 반도체는 국가 생존의 조건이다. 이 점을 가볍게 여기는 순간, 흔들리는 것은 산업 하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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