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관 판사는 '내란방조'가 아닌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로 검찰 기소이유를 더 세게 바꿔 달라고 요청
[최보식의언론=김세형 언론인]

한덕수 전 총리에게 특검이 15년형을 구형했는데 1심법원이 무려 23년형을 선고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민주당은 '모범판결'이라고 환영했지만, 전직 유명 재판관들도 "상상조차 못한 판결"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진관 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 부장)는 이 판결로 온 국민에게 장차 한덕수보다 더 유명 인사로 부상할지 모른다.
나는 저명한 법률가들에게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을 언도한 판결이 종종 있었느냐고 물어보니, "아주 희귀한 케이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덕수에 대한 판결은 윤석열의 계엄선포가 내란에 해당되느냐 혹은 그쪽 변호인들 말대로 '내란미수'냐에 대한 법원의 첫판결로, 이진관 판사는 "12.3계염은 내란"이라고 규정했다.
외양상으로는 우두머리인 윤석열 판결을 먼저 하고 가담자 혹은 방조자들은 추후 판결하는 게 더 국민이 이해하기 쉬었을 것이다.
내란특검 책임자였던 조은석은 윤석열과 악연이 많아 감정적으로 세게 때릴 것이라는 관측이 애초부터 지배적이었다.
그런 특검이 어련히 알아서 한덕수의 공소장에 '내란방조죄'로 기소했겠는가. 내란방조, 즉 곁에서 소극적으로나마 내란을 도왔다는 죄목이었다. 그러면 형량이 10년에도 못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진관 판사는 '내란방조'가 아닌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로 검찰 기소이유를 더 세게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판사가 그런 요청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세게 때리겠구나'라는 관측이 무성하긴 했다.
나는 판사 출신으로 총리 출신 1명, 감사원장 출신 2명, 대형로펌 대표 3인, 대학교수 등에게 사전에 한덕수가 몇년 형을 받을 것 같으냐고 물어봤다.
무서운 특검이 15년을 구형했으니 선고 형량은 그보다 낮춰 잘해야 10년, 마일드하게는 5~6년 정도일 것이라는 답변이 주류였다.
극히 일부는 국회에 들어간 군인이 18명에 불과하고, 이들이 폭력을 행사해 국회 의사 일정(계엄해제 과정)을 방해하지 못했고, 국회의원을 강제로 끌어내거나 하기보단 숫자가 훨씬 많은 보좌관들에 떠밀려 야유를 당하다고 쫓겨나다시피 했으므로, '내란'이 아닌 '내란미수'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내란 행위는 윤석열 김용현 등 극히 일부가 주동자였을 뿐, 한덕수와 국무위원들은 계엄 당일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몰랐으므로 내란방조에 해당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이같은 상황 논리로 해석할 경우 한덕수는 헌재에서 '계엄 자체를 몰랐다'는 부분만을 위증으로 보고 집행유예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진관 판사는 "12.3은 내란"이며 한덕수의 행위가 내란 중요임무 종사로 보고 구형량에서 8년이나 뛰어넘은 23년형을 떄렸으니 놀라워하는 법률가들이 많은 건 당연하다.
이진관이 23년형을 떄린 법적 논리가 뭐였나.
윤석열의 계엄선포를 적극 만류하지 않고 내란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현장에서) 가담하기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두환 노태우 같은 아래로부터 내란보다 현직 대통령과 총리 등 국무위원들에 의한 헌법을 위반한 위로부터의 내란인 '친위구데타'가 국민에게 훨씬 큰 충격을 준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글쎄 그럴까.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고 군인 몇 명이 국회에 들어간 소위 친위쿠데타와, 가령 전방에서 전두환 류의 군인들이 밤중에 탱크를 앞세워 총과 대포를 쏴가면서 국회와 시가지 방송국을 점령한 아래로부터 쿠데타 중 국민에게 어떤게 더 충격적이겠는가?' 나는 당연히 후자라고 본다.
이진관은 정반대의 선뜻 납득 안 되는 논거를 끌어다가 훨씬 중형을 때려야 한다는 판결문을 제시했다. 동의가 되나?
윤석열의 친위쿠데타는 "국민이 막은 것"이라는 진영세력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는 판결문을 읽으면서 잠시 울컥했다고 TV뉴스는 보도했다.
그날 밤 국민이 국회의사당에 들어가 군인을 끌어냈는가? 그런다고 판사가 감정에 쌓여 울컥해?
이진관 판사가 구형보다 센 선고를 했다는 언론기사에 수천 개의 댓글이 순식간에 달렸다. 몇 개의 내용을 보면 "속이 후련하다 훌륭한 판사"라는 평가도 있고, "말로만 듣던 정치보복판사"라는 정반대의 견해도 무성하다. '권력의 개 어쩌고...' 아주 심한 내용도 있다. 그 가운데 '역사적으로 조명받을 판결, 어떻게 되는가 보자'는 뜨끔한 글도 꽤 많았다.
역사를 들먹이니 혹리(酷吏)리는 낱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관리가 독재자 황제의 권력에 빌붙어 이익을 취하고 무고한 자들의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고 처형을 밥먹듯 했던 탐관오리를 말한다.
사마천은 한무제 때 왕온서를 가장 악명높은 혹리로 꼽았으며, 당나라 측천무후 때 활개친 내준신 색원례 같은 인물이 대표적인 혹리들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 왕온서나 내준신 같은 활동무대는 없겠으나 법적 장치 내에서 교묘하게 개인의 생존과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판사 이진관이 울컥해하며 한덕수 연령(77세)을 감안하면 사실상 종신형을 때린 판결은 그 논리 자체가 워낙 파격적이고 형량이 가혹해서, 향후 법조계에서 역사적으로 평가와 재평가가 계속 이뤄질 것이다.
전직 총리, 감사원장, 법대 학장들에게 이진관의 23년 형량에 대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하니 "2심에서는 10년이나 그 이하로 대폭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 이진관의 판결보다 반 이하로 낮아지게 되는 것이니 악명 높은 혹리라는 딱지만 덜렁 남게 되는 것이다.
shkim5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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