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틀라스처럼 세계 질서 전체를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다

[최보식의언론=김세형 언론인]

WSJ 캡처
WSJ 캡처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마두로 체포에 대해 트럼프 2기 외교의 본질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WSJ는 지난 6일 자 ‘What Maduro's Capture Says About Trump(마두로 체포가 보여준 ‘트럼프식 외교’)’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미국은 먼로 독트린을 재가동해 서반구에 집중하고, 세계 질서 관리보다는 세력권 중심 외교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사건은 트럼프 2기에서 드러난 ‘트럼프식 외교의 핵심’은 민주주의 가치는 후순위로 밀리고, 석유·자원과 힘의 논리가 외교를 주도하는 것이다. 다음은 WSJ 칼럼의 내용이다. (편집자)

베네수엘라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동안 지속될 미국 외교 정책의 핵심 변화가 무엇인지를 비교적 또렷하게 보여준다.

첫째, 백악관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5년 국가안보전략(NSS)’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 문서는 미국이 “서반구에서 미국의 우위를 회복하기 위해 먼로 독트린을 다시 주장하고 집행할 것”이라고 명시한다.

이어 “서반구 내 주도권 확보는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며, 필요할 때 필요한 장소에서 자신 있게 행동할 수 있게 해주는 전제 조건”이라고 덧붙인다.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미국이 취한 행동은 이 전략이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둘째,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대응과 이를 정당화하는 논리는 전후 미국 외교가 스스로 떠안아 왔던 ‘세계적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미국 외교는 점점 보편적 질서의 관리자가 아니라, 세력권(spheres of influence) 중심의 강대국 외교로 이동하고 있다.

국가안보전략(NSS)은 이를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한다.

“미국이 아틀라스처럼 세계 질서 전체를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다.”

서반구가 다른 지역보다 미국의 핵심 국가 이익에 훨씬 더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미국은 자원을 이 지역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새 NSS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과거와 같은 강한 도덕적 언어로 규정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 주며, '먼로 독트린(고립주의)'의 현대적 연장선에 놓여 있다.  

셋째, 트럼프 행정부의 의사 결정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는 우선순위의 상단에 있지 않다. 미군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생포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이양이 이뤄질 때까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한 야권 후보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를 베네수엘라의 최고 통수권자로 임명할 것을 촉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마차도는 매우 훌륭한 여성이지만 베네수엘라 국민의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일축했다. 이는 민주적 정당성보다 통제 가능성과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접근을 보여준다.

넷째, 베네수엘라 작전은 석유를 이익과 권력의 핵심 원천으로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집착을 다시 한 번 드러낸다. 그는 2016년 대선 유세 당시 이라크 석유를 장악했더라면 이라크 전쟁 비용을 충당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바 있다. 마두로 축출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땅속에 묻혀 있는 엄청난 부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마두로 부부 체포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꺼내 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의 핵심 참모 중 한 명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군사 작전의 맥락에서 이 문제를 생각하거나 논의할 필요조차 없다”며 “그린란드의 미래를 두고 미국과 군사적으로 싸우려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실 세계는 힘에 의해, 무력에 의해, 권력에 의해 지배된다”며 “이는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후 변하지 않은 냉혹한 법칙”이라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단일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트럼프식 외교가 어떤 세계관 위에서 작동하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는 이상이나 규범보다는 힘과 이익, 그리고 명확한 세력권을 기준으로 한 외교의 귀환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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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분석#마두로체포 #트럼프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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