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이코노미스트 비판...강자는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약자는 겪어야 할 것을 겪는다

[최보식의언론=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

이코노미스트 웹페이지 캡처
이코노미스트 웹페이지 캡처

트럼프는 '악마'와 같은 마도르를 군사적 기습으로 제거했다. 마두로의 몰락을 애석해할 사람은 지구상 많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 작전은 민주주의나 인권이라는 서방의 가치를 위해 결행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지금 마두로 부부만 제거되었을 뿐 마두로 집권 세력이 흔들림 없이 지배하고 있고, 노벨평화상을 타고 선거에서 압승을 하고도 마두로에게 승리를 도둑 맞았다는 소위 '민주화 세력'은 트럼프의 안중에도 없다.

베네수엘라는 민주주의를 누릴 준비가 안 된 사회라는 것도 자명하다.

마두로의 폭정으로 ​2016년 베네수엘라 국민의 약 75%가 식량 부족으로 체중이 감소했으며, 1인당 평균 8.7kg(약 19파운드)이 빠지고 ​2017년: 상황은 더 악화되어 국민의 약 90%가 빈곤층으로 전락했고, 평균 체중 감소량은 11kg(약 24파운드)에 달했다. '마두로 다이어트'라는 신조어가 우행했었고 국민의 1/4이 나라를 탈출했다.

하지만 마두로가 제거된 지금 베네수엘라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함성은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돈로주의'를 미국과 세계 모두에게 나쁜 일이라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칼럼은 트럼프 2기 행정부(2025년 출범 이후)의 외교·안보 정책이 세계 질서를 어떻게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지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이 글의 제목은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나오는 멜로스 회담의 유명한 구절 "강자는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약자는 겪어야 할 것을 겪는다"를 인용한 것으로, 트럼프의 세계관이 철저한 '힘의 논리(Realpolitik)'에 기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1. '규칙 기반 질서'의 종말과 '힘의 논리' 부활

1945년 이후 미국은 민주주의, 인권, 자유무역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규칙 기반 국제 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를 주도하며 세계 경찰 역할을 자처했다.

트럼프의 세상은 이러한 도덕적 의무감을 버렸다. 그는 국제 관계를 가치 동맹이 아닌, 철저한 거래(Transaction)와 힘의 우위로만 판단한다. 이제 국제 사회는 법과 규범이 아닌, 힘센 자가 원하는 대로 하는 '각자도생'의 정글로 변모했다.

2. 동맹국은 '파트너'가 아닌 '채무자'

내가 일찍부터 트럼프를 두려워하고 비판했던 점으로 한국에게 중요한 시사를 갖는다. 트럼프에게 동맹은 미국의 안보를 분담하는 자산이 아니라, 미국의 힘에 무임승차 하는 '짐(Burden)'으로 간주된다.

그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나 한국, 일본 등 전통적 우방국들에게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증액하거나,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식의 경제적 대가를 노골적으로 요구한다. 동맹조차도 이익이 되지 않으면 언제든 버릴 수 있다는 태도다.

3. 경제적 무기화 (Weaponization of Economy)

트럼프는 관세를 단순한 무역 수지 개선 도구가 아니라, 상대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고 굴복시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사용한다.

적국(중국 등)뿐만 아니라 우방국(유럽, 멕시코 등)에게도 고율 관세를 위협하며 미국의 이익을 관철하는 방식이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의 효율성보다 미국의 단기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제 민족주의다.

4. 약소국에게 닥친 위기

이런 세상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약자'들이다. 강대국(미국, 중국, 러시아 등)들이 자신의 세력권(Sphere of influence)을 인정받고 힘으로 주변국을 압박할 때, 이를 중재하거나 막아줄 국제법이나 기구(UN 등)의 힘은 무력해진다.

우크라이나나 대만 같은 지정학적 분쟁 지역의 국가들은 미국의 도덕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워졌으며, 생존을 위해 강대국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일부 트럼프의 메시아론의 환상에 젖은 한국의 '트럼프 빠'들은 트럼프가 중국을 제어해주길 기대한다. 중국의 희토류 금수 위협에는 물러선 트럼프는 힘의 논리대로 거래하는 자다. 그는 힘있는 중국이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는 강자의 특권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해되듯이.

미국은 더 이상 자비로운 패권국가가 아니다. 트럼프의 재집권이 가져온 변화는"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아닌, 미국 유일주의(America Alone)"에 가깝다.

 

btlee@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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