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에 모피와 상아시장이 커지자 노르웨이가 그린란드에 진출

[최보식의언론=유재일 강호논객]

CNBC 캡처
CNBC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9(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석유·가스 기업 경영자들과의 회의에서 그린란드 확보 문제와 관련해 "난 합의를 타결하고 싶고 그게 쉬운 방식이지만 우리가 쉬운 방식으로 하지 않으면 힘든 방식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나 중국이 그린란드를 차지하게 두지 않겠으며 우리가 차지하지 않으면 그들이 차지할 것"이라면서 "그러니 우리는 그린란드와 관련해 친절한 방식으로든 더 힘든 방식으로든 무엇인가를 하겠다"고 했다. (편집자)

 

필자는 역사를 얘기할 때 교역 상품과 교역로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고 합니다. 그린란드 이야기도 이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러시아가 시베리아를 개척한 이유와 노르웨이인들이 그린란드를 개척한 이유는 같습니다. 바로 모피 때문입니다. 그린란드에는 한 가지 상품이 추가 됩니다. 바로 상아지요. 우리는 상아를 코끼리의 상아만 생각하지만 아이보리는 바다코끼리에게도 있습니다. 

그린란드는 모피와 상아를 구할 수 있는 곳이었고 어업으로 식량도 조달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18세기에 모피와 상아시장이 커지자 노르웨이가 그린란드에 진출했고 덴마크왕이 노르웨이왕을 겸하는 동군연합왕국 상황이라 그린란드는 동군연합왕국 소속이 됩니다.

북유럽의 해상 강국 덴마크는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그린란드를 연결하는 대서양 북쪽 해역의 강자였습니다. 17세기 후반 1670년 5월 2일에 영국은 허드슨만 상사를 설립합니다. 로얄 차터에 근거한 북아메리카판 동인도 회사가 설립된 것이지요. 당연히 모피 수급을 목표로 세워진 회사입니다. 

당시 모피 펠트로 만든 모자, 모피 옷은 정말 고가의 제품이었습니다. 남성들의 신분을 상징하는 제품은 고리 칼라에서 모피 제품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고리 칼라는 램브란트 그림에서 남성들이 목 주위에 두르고 있는 제품입니다. 고급 린넨이나 면직물을 장인이 섬세하게 주름을 잡아가며 만든 제품이지요. 

지금 시대는 시계나 귀금속 장신구가 부를 상징한다면 당시 유럽에서는 고리 칼라, 모피 제품들이 신분 상징이었습니다. 그 모피를 확보하기 위해 1670년 영국은 허드슨만 상사를 설립하고 루퍼츠랜드를 개척합니다. 이 루퍼츠랜드와 허드슨만 상사가 지금의 캐나다의 뿌리입니다.

영국은 루퍼츠랜드까지 가는 항로를 덴마크와 공유합니다. 굳이 덴마크와 전쟁을 할 필요도 없고 네덜란드와의 경쟁 그리고 인도 개척이 당면 과제인 상황에서 충돌할 이유가 없지요.

그러던 상황이 바뀐 건 나폴레옹의 부상 때문이었습니다. 덴마크는 프랑스와 영국의 경쟁에서 중립을 선언합니다. 덴마크가 중립을 지키며  무역을 이어 나가면 대륙봉쇄 상황에서 영국의 이익이 침해당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덴마크는 영프 양국이 경쟁하는 사이 자신들의 무역 이익을 극대화할 전략을 세웠지만 그걸 용납할 영국이 아니었습니다.

영국 함대는 1807년 코펜하겐을 무차별 포격하고 덴마크 함대 전체를 나포했습니다. 덴마크 함대가 프랑스에 합류하기 전에 전멸시켜 버린 것이지요.

덴마크는 중립을 포기하고 복수를 다짐하며 나폴레옹 동맹의 일원이 됩니다. 결국 이게 비극의 서막이지요. 나폴레옹 전쟁이 끝나고 나폴레옹 진영에 가담했던 덴마크는 강제 분할을 당하게 됩니다. 400년간 연합 왕국이었던 노르웨이를 떼어 내 스웨덴에게 넘겨주게 됩니다. 

그때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페로 제도 또한 스웨덴에게 넘겨주는 것이 정석이지만 영국은 스웨덴이라는 강국이 아닌 사실상 해상 강국의 지위를 상실한 덴마크에게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페로 제도를 따로 떼어 줍니다. 

덴마크는 해군이 붕괴하고 영국이 루퍼츠랜드까지 가는 항로를 방해하는 건 엄두도 못 내게 된 상태로 패권국 영국의 용인 아래 그린란드, 아이슬란드를 영유합니다.

아이슬란드는 1944년 독립하였고 그린란드는 현재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린란드와 덴마크가 현재의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협약한 게 2009년입니다. 

1953년 식민지 상태를 종식하고 덴마크의 정식 주가 되었다가 1979년 자치권 획득 2009년 높은 자치권 획득. 그린란드는 점점 덴마크의 품에서 벗어나 독립국으로의 길을 가고 있는 게 역사적 추세지요.

이 그린란드가 모피와 아이보리 시대, 그리고 나폴레옹 전쟁 시대 이후 다시 지정학적 중요 거점으로 부각된 계기는 대륙 간 탄도미사일이 등장하고 나서입니다. 

소련이 미국으로 핵 미사일을 쐈을 경우 그린란드 영공을 경유하게 되는 상황이 펼쳐지자 미국은 그 경로상에 레이더 기지를 설치합니다. 지금의 피투피크 우주기지는 그렇게 설치됩니다. 

미국은 미군기지를 설치하고 탄도미사일의 탐지 및 요격 기지를 세우게 됩니다. 알래스카의 포트 그릴리와 그린란드의 피투피크 두 거점을 통해 소련을 감싸 안는 감지 기지들을 세우게 된 것이지요.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크'에 나오는 알래스카 기지(포트 그릴리로 추정) 같은 게 하나 더 있는 곳이 그린란드의 피투피크 기지입니다. 

미국은 핵 전략상의 군사 기지 확보 정도로 만족을 해왔으나 지정학이 크게 흔들리는 두 가지 사건이 발생하며 그린란드는 또 한번 패권 갈등의 중심지가 됩니다.

모피와 상아의 무역으로 시작된 그린란드가 이제 희토류의 매장지로 주목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3분의 1이 그린란드에 매장된 걸로 추정됩니다. 희토류를 개발하면 환경파괴는 피할 수 없습니다. 

중국이 희토류 공급에서 독점적 위치를 고수할 수 있는 이유가 이 환경파괴를 감내하기 때문입니다. 서구 국가들은 환경파괴를 감내할 수 있는 정치 환경이 아니지요.

희토류가 개발되기 위해서는 환경론자들의 반대를 극복해야 하고 주변에 인구가 없어야 하며 채산성이 답이 나와야 합니다. 트럼프는 그린란드의 희토류를 개발하여 중국 공급망에서 독립하려 합니다.  

현재 그린란드엔 우라늄 금지법이 제정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희토류 광산 개발 시 나오는 방사능 분진 등을 우려하며 이누이트 공동체당 등의 현지 정당들은 결사 반대하는 상황입니다. 자신들의 어장이 방사능에 오염되면 자신들의 삶의 근간인 어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상황이고.

이걸 트럼프의 미국은 힘으로 누르고 갈 의도를 보입니다. 희토류 확보가 전기차 시대와 피지컬 AI 시대에 사활이 걸린 문제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고 영해를 확보하면 북극항로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게 됩니다. 그린란드-아이슬란드-영국으로 이어지는 대서양에서 북극해로의 진입로를 통제하고 캐나다- 그린란드-공해-베링해협-일본-한국으로의 미국 통제하의 북극항로를 확보하게 됩니다. 러시아를 배제한 북극항로를 개척하겠다는 것이지요. 

또한 이 북극항로상의 거점들에 감시 자산과 전략 자산을 투입해 아메리카 대륙을 철저하게 디펜스하겠다는 의지도 보이는 게 트럼프 행정부입니다.

1945년 2차 대전 종전 후에 구축된 세계질서의 핵심인 주권존중, 무력에 의한 영토변경 금지를 미국 스스로 존중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중요한 항로, 자원,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하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미국 입장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본격화된 유엔질서 해체와 지정학의 도래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지요.

트럼프는 유엔 산하기관 포함 66개 국제기구 탈퇴를 서명하며 미국이 세운 국제질서에서 빠져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이 제 3 세계 국가들을 규합해 미국을 '쪽수'로 포위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권국가 일국일표제를 거부한다는 걸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것들이 제 3세계 타령하면서 중국과 붙어 먹어? 미국의 뜻이 관철되는 국제질서가 아니라면 그럼 버려주지. 이것들이 돈도 안 내는 것들이 오냐오냐 했더니 더 이상 안 되겠군.’

사실상 유엔 질서를 해체하고 다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로 재구축하겠다. 이게 트럼프 정부의 전략으로 보입니다.

나토 동맹국을 향한 군사적 외교적 압박이 시작되고 ‘그린란드 팔아라. 안 팔면 뭔 꼴을 보게 될지 모른다. 베네수엘라 봤지?’ 이렇게 나오는 트럼프 행정부.

자원, 항로, 군사적 요충지라는 지정학적 핵심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1945년 이전의 방법을 동원하는 미국. 

세계는 진정 패권 전쟁의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도 세계사의 대격량을 직시할 때입니다.

 

jaeil93@hanmail.net


 

 

#지정학#희토류 #그린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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