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임명은 실수였나, 계산된 피뢰침이었나
[최보식의언론=박혜범 강호논객]

아래 글은 본지의 입장이 아닙니다.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게재합니다. (편집자)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는 ‘메시지 정치’로서는 화려하다.
그러나 ‘국가 정치’로서 무엇을 완성했는가를 묻는 순간, 답은 궁색하다. 말은 분명하고 강렬하지만, 결과는 아직 아무것도 없다.
지금의 이재명을 역대 대통령들과 나란히 놓고 보면, 닮은 얼굴이 없다. 굳이 비율로 쪼개면 다음과 같다.
사전에 갈등의 구조를 설계해 활용하는 김대중식 정치 감각이 60%, 목표를 정하고 밀어붙이려는 박정희식 집중력이 30%, 여기에 즉흥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윤석열식 요소가 10%다.
이것이 필자가 분석한 이재명이다.
문제는 이 조합이 아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김대중처럼 갈등을 설계하지만 자기 정치로 수렴시키는 데는 실패하고 있고, 박정희처럼 밀어붙이지만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날마다 말로 성을 쌓고 있는 것이 이재명이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10%에 불과해야 할 윤석열의 예측 불가능성만이 이미지로 고착되고 불신으로 축적되고 있다.
이재명의 정치적 본질은 갈등을 사전에 제거하는 데 있지 않다. 그는 갈등을 만들고, 그 갈등이 움직이게 두는 정치인이다.
최근 정국을 삼키고 있는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임명은 이재명 정치의 이 특성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사례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는 ‘통합·실용’을 내세운 인사다. 보수 진영 출신 인사를 전면에 세운 광폭 행보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명 직후부터 터져 나온 국민을 까무러치게 하는 보좌진 갑질, 각종 의혹, 인사 검증 논란을 보면, 한 가지 선명한 질문이 남는다.
이재명은 이 모든 것을 정말 몰랐을까. 이재명의 정치 스타일을 아는 사람이라면 답은 분명하다. 알았을 가능성이 100%다.
만약 몰랐다면 그것은 통합이 아니라 무능이고, 인사 실패의 자백이다. 정말로 몰랐다면 이거야말로 이재명 정권이 몰락하는 시작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한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진짜로 중도 확장을 노린 실용 연정의 출발, 이건 정치적인 수사일 뿐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둘째, 정국의 마찰과 책임을 한 지점에 모아두는 ‘피뢰침’의 설치다. 이게 정답이다. 보수 출신 인사를 앞에 세우면 야당은 공격하기가 애매해진다.
여당은 “우리는 진영을 넘었다”는 명분을 쥔다. 그리고 그 인물이 흠결을 드러내는 순간, 하늘에서 쉼 없이 내려치는 벼락은 그 쇠막대에 떨어진다. 그 피해는 피뢰침이 달린 쇠막대기를 붙들고 있는 사람들을 몰살시켜 버린다. 이게 벼락의 무서움이다.
벼락이 치면 현명한 사람은 들고 있던 쇠붙이를 던져버리고 처마 밑으로 들어가서, 들판에 몰아치는 벼락을 바라보며 벼락이 내리치는 광경을 즐긴다. 지금 이재명 정권의 즐거움이 이것이다.
이재명 정권은 자기가 임명한 이혜훈을 적극 방어하지 않고 거리를 두며 손실을 계산하고 있다. 계산서는 이미 분명하게 정리되었다.
자고 나면 논란이 커지는데도, 대통령실과 여당은 전면 엄호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으로, 벼락이 내리치는 들판에 세운 이혜훈 카드가 피뢰침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이미 충분히 드러났다.
“후보자 개인의 소명 문제”라는 말만 남기고 시간을 벌면서, 그 사이 정부는 예산, 조직 개편, 인사 지형 재편, 선거 구도 선점은 물론 자당 내에 일어난 부정부패를 야당의 입을 빌어 자동으로 덮게 하고 있다.
지금 이재명과 여당이 처한 정치적 상황에서 보면 이미 이 모든 일들을 사전에 알고 그 방편을 세운 것으로, 탄복할 놀라움과 함께 두려운 정치의 묘수다.
여기서 정말 흥미로운 장면은 야당이다. 그동안 이혜훈을 ‘합리적 보수’, ‘유능한 정치인’으로 키워온 국민의힘이 앞장서서 각종 의혹을 터뜨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관전자인 국민의 시각에서 드는 생각은 단순하다. 저 정도였다면, 그동안 왜 몰랐다는 것인가. 아니면, 왜 감추고 있었던 것인가. 더욱 심각한 것은 그럼 나머지 저것들은 어떠하냐는 불신의 증폭이다.
여당의 각종 의혹은 상대적으로 흐릿해지고, 정국의 번개는 한 인물과 한 진영에 집중되고 있다. 그 결과, 지금 욕을 먹고 있는 쪽은 이혜훈을 임명한 이재명이 아니라 이혜훈을 키워온 야당이다.
결론은 이재명의 이혜훈 임명은, 정치적으로 보면 절묘한 묘수다. 탄식과 탄복이 동시에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이 결과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결과는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드러날 것이다. 지방선거는 언제나 중앙정치의 평가전이자 정당 조직과 인물의 생존전이다.
문제는 벼락이 한 번 떨어지면 충격파는 지역으로 번진다. 야당이 ‘정부 전체’가 아니라 ‘한 인물’에 과몰입하는 순간, 전선은 좁아지고, 그 좁아진 전선은 정권에 유리하게 작동한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누가 먼저 이재명이 세운 피뢰침을 넘어설 것인가. 지금 여당과 야당 가운데 누가 먼저 이재명이 세운 피뢰침 이혜훈을 넘어서냐는 것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이혜훈을 과감하게 내쳐서 다시 쓰레기통으로 던져야 하고, 야당은 쓰레기통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해야 할 것이다.
봉성산 촌부인 필자의 결론은 간단하다. 정치는 벼락을 피하는 기술이 아니다. 누가 대신 맞고 사라질지를 결정하는 잔혹한 선택의 예술이다.
#피뢰침정치 #메시지정치 #지방선거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