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재 탈북 활동가의 10년, 마침내 메아리로 돌아오다

[최보식의언론=박지현 인간안보아태전략센터 선임연구원(영국 거주 탈북민)]

오스트리아 유력 일간지 '디 프레세(Die Presse)'에 1면 기사 “비엔나에 있는 북한의 불법 요원들”
오스트리아 유력 일간지 '디 프레세(Die Presse)'에 1면 기사 “비엔나에 있는 북한의 불법 요원들”

2025년 한 해도 모두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필자는 올해도 인권활동을 비롯해 교육 부분에서도 많은 일을 했습니다.

필자는 항상 궁금했던 것이 '목소리를 보내면 그것이 다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올까'라고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기대였지만 올해는 바로 그 메아리를 들을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한 해였습니다.

작년 유엔은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대북제재 패널을 없앴고 북한이 해외에서 저지르는 잔악한 범죄를 다룰 수 없고 감시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유앤대북제제 패널이 사라진 이후 필자는 북한의 태권도 연맹인 국제태권도연맹(International Taekwondo Federation)이 저지르는 불법 자금 조달에 대해 밝히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처음에 함께 기사를 실어주기로 했던 비엔나 신문사는 태권도 연맹에 편지를 보낸 후 갑자기 소식이 끊겼습니다.

그리고 필자에 대한 공격도 심해지고 심지어 집에 알 수 없는 정체의 우편물이 배달이 돼 영국 경찰에 신고도 했습니다.

그러면 왜 비엔나인지 궁금하시죠?

ITF 국제태권도연맹의 본부는 바로 비엔나에 있습니다. 지금은 100만이 넘는 회원을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에 뻗어 나가 있습니다.

2022년 유엔은 캄보디아에 있는 ITF를 유엔대북제재 위반으로 명단에 올렸고 작년에도 그 문제를 유엔에서 논의하려고 하던 순간에 패널이 사라진 것입니다.

그렇게 처음 미디어는 포기했지만 오히려 기회가 왔습니다. 비엔나 제일 큰 신문사가 연락이 왔고 인터뷰하고 ITF를 폭로했습니다.

그후 비엔나에 있는 코미디로 세계 정치를 폭로하는 TV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어 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일 감사한 분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기자 분입니다 그분은 프랑스 AFP 통신이었고 필자와 연락을 끊지 않고 계속 이어져 갔습니다. 그리고 비엔나에 있는 ITF 사무실에 계속 이메일 보내기도 했는데 1년을 버티던 ITF가 올해 무릎을 꿇고 미디어 앞에 섰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벌어들이는 자금이 북한과는 상관 없고 불법 자금이 아니라고만 했습니다. 그렇지만 언론이 주목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말도 못 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지금까지 한 일은 다른 활동가들과는 다를 바 없는 일입니다

올해는 국제태권도연맹 창립 70주년입니다. 그래서 지난 6월에 전 세계 ITF 들이 평양에 모여 70주년 축하행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북한이 6월 평양에서 태권도 70주년 기념행사를 전격 취소를 한 것입니다. 이와 함께 국제태권도연맹(ITF)과 관련한 해외 조직의 활동도 일시 중단하고 재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북한의 체육외교 전략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이번 취소 조치는 단순한 일회성 행사 변경이 아니라, 북한 내부의 조직적 재편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으로 실제로 북한 평양 ITF 본부는 최근 일부 국가의 ITF 산하단체에 대해 활동 임시 중단 또는 재조정 지시를 비공식 경로로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ITF의 활동은 김일성·김정일 시대에 형성된 대표적 체육외교 수단이었으나 북한은 해외 조직 통제력 약화, 간부 기강 해이, 조직의 실효성 저하 등을 이유로 최근 내부 조직 정비와 외교 전략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후 AFP 기자는 비엔나 본부에서도 간부들 교체가 이뤄졌다고 알려 왔습니다. ITF의 본부가 흔들리고 또 북한 내부도 심하게 지진을 맞은 듯 흔들거렸습니다.

지난 10여년간 외쳤던 목소리가 메아리로 돌아온 순간 이었고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활동가 1명, 기자 1명, 미디어 하나가 이뤄낸 힘을 보여주는 순간이었습니다.

결과가 중요한 것은 누구가 알지만 그 결과를 빠른 시간에 이뤄낼 것이라는 희망은 버렸습니다. 인권은 도구가 아닌 인간이 누려야 하는 보편적 가치이고 그 가치는 단 한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여년간 같이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포기하고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 그러나 그들이 먼저 일궈 놓은 길이 있었기에 필자도 그 길로 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필자의 인권활동은 어떤 단체나 조직의 지시에 따라 이뤄지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생존자로서, 고통을 기억하는 한 사람으로서, 스스로 선택한 순수한 봉사입니다.

사람들은 종종 저를 ‘인권활동가’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저는 교육 분야에서 연구를 이어가는 연구자이기도 합니다. 필자의 인권활동은 직업이 아니라, 기억에서 비롯된 응답입니다. 봉사는 대가를 바라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 순간을 떠올려야만 합니다.

피해자였던 나, 급박한 위협 속에서 숨죽이며 버텼던 나,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나, 그때의 나를 마주할 수 있어야만 가능한 일임을 저는 배워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매번 인권 강의가 주어지면 우선 자신에게 스스로 묻습니다.

이 일이 나에게 어떤 이익이 되는가가 아니라, 이 일이 지금의 나를 어떻게 증언하게 하는가를 그리고 그 증언이 어디에서 누구를 구출하는 것 인지를 묻습니다.

올해 유엔회의에서 필자는 제 활동을 신발에 비유했습니다. 썩어 가던 발, 살점이 뭉청 떨어져 나간 제 발을 보면서 다시 신발을 신을 수 있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신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신발을 저는 지금 신고 다니고 있으며 누군가는 어디에선가 그 자유의 신발을 기다리고 있을 것 입니다.

우리 모두가 각각 한 명씩 구출한다고 생각한다면 북한 주민 2,500만 구출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신고 싶어하는 노예 해방의 신발을 그들에게 선물해 줄 수 있습니다.

한 명의 활동가, 한 명의 기자, 그리고 미디어 하나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얼음에 균형이 가면 곧 그 얼음은 산산조각이 납니다. 그 균형의 한 부분이 되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합니다.

다음은 AFP의 박지현 씨 인터뷰를 받아 쓴 ‘프랑스24’의 11월 3일 자 ‘North Korea taekwondo supremo that Austria can't kick’(오스트리아가 ‘퇴출시키지 못하는’ 북한 태권도 최고 책임자)라는 제목의 기사 전문이다. (편집자)
오랫동안 스파이들의 소굴로 알려진 도시 비엔나 외곽의 한 소박한 주택에서 운영되는 국제태권도연맹(ITF) 본부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이 단체는 북한 출신 인사가 운영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태권도 국제기구인 ITF는 “최소 100개국에서 10만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AFP가 입수한 법원 문서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당국은 지난 4년간 외화를 평양으로 흘려보내 유엔 제재를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의심되는 리용선(Ri Yong Son)을 추방하려 시도해 왔다.

드문 인터뷰에서 한 ITF 관계자는 “어떠한 불법 행위도 없다”고 부인하며, 이 단체는 “북한 국가와 어떤 접촉도 없다”고 AFP에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의 본부가 있는 비엔나는 — 이 기구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사찰하지 못하고 있다 — 2020년 3월부터 리의 취업 허가를 조용히 취소하려 해왔다. 오스트리아 당국은 그가 “오스트리아의 명성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FP가 확인한 7월 법원 판결에 따르면, 재판부는 리가 은밀한 자금 조달에 관여했다는 점에 확신을 갖지 못했다. 법원은 그가 월 5,256유로(약 5,702달러)의 비교적 소액 급여를 받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익명을 조건으로 비엔나의 한 카페에서 AFP와 인터뷰한 ITF 관계자는 “유엔 제재를 회피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ITF가 단지 대회를 조직하고 북한식 태권도를 따르는 지도자들에게 사범 자격증을 발급할 뿐이라고 말했다.

‘요원들’

그러나 영국으로 탈출한 뒤 평양 정권을 비판해 온 반체제 인사 박지현은 ITF 회장이 “운동선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와 그의 아내, 그리고 아들은 자금을 평양으로 흘려보내는 요원들입니다,”라고 박지현은 AFP에 말했다.

ITF에 따르면, 리가 비엔나에 머무르고 있는 동안 비엔나 사무소에 합류할 예정이던 또 다른 북한 인사에게 오스트리아는 비자를 발급하지 않았다.

이 연맹은 1966년 한국의 최홍희 장군에 의해 설립됐다. 그는 이후 북한으로 망명했다. ITF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인정을 받지 못했으며, IOC는 대신 한국의 경쟁 단체인 세계태권도연맹(WT)을 선택했다.

박지현은 북한이 모스크바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오스트리아가 ITF를 축출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방 정보기관들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2월 발효된 북러 방위 협정에 따라 수천 명의 병력을 키이우와의 전쟁에 투입하고 있으며, 러시아에 탄약도 공급하고 있다.

여권 인쇄

오스트리아 정보기관 수장 오마르 하지아위-피르흐너에 따르면, 북한은 오스트리아 정보기관의 “중요한” 관심 대상 국가다.

그러나 첩보 전문가 지그프리트 베어는 인구 900만 명의 중립적 EU 회원국 오스트리아가 은밀한 활동을 “본격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추지 못했다”고 경고했다.

“인력과 전문성이 부족할 뿐 아니라, 언어 능력도 문제입니다,”라고 베어는 말했다. 그는 외교 면책 특권을 제공하고 첩보 활동의 위장 수단이 될 수 있는 수많은 국제기구를 오스트리아가 유치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북한은 오랫동안 오스트리아와 깊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2010년, 비엔나 주재 북한 외교관 출신 김종률은 20년 동안 유럽 전역에서 북한 독재자들을 위해 무기와 사치품을 구매했으며, 1994년 오스트리아로 망명하기 전까지 단 한 차례도 수사를 받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김일성 북한 창건자의 처남인 김광섭은 2020년까지 27년간 오스트리아 주재 북한 대사를 지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북한은 알프스 국가인 오스트리아에서 여권을 인쇄하기도 했다.

<원문>

Vienna (AFP) - It is easy to miss the headquarters of the International Taekwon-Do Federation (ITF), which is run by a North Korean from a modest house on the outskirts of Vienna, a city with a long reputation as a nest of spies.

The oldest of the martial art's global bodies, it claims more than 100,000 members in "at least 100 countries".

But court documents seen by AFP show that for four years Austria has been trying to kick out Ri Yong Son, who it suspects of breaking United Nations sanctions by funnelling foreign currency to Pyongyang.

In a rare interview, an ITF official denied "any wrongdoing", telling AFP the body had "no contact with the North Korean state".

Vienna -- home to several international organisations including the Atomic Energy Agency, which has been blocked from inspecting North Korea's nuclear arsenal -- has been trying to discreetly revoke Ri's work permit since March 2020, claiming he "could harm Austria's reputation".

 

But judges were not convinced that Ri was involved in hidden financing, according to a court decision from July seen by AFP, hearing that he earns a relatively modest 5,256 euros ($5,702) a month.

The ITF official, who talked to AFP in a Vienna cafe on condition of anonymity, insisted that "there is no circumvention of United Nations sanctions". He said it simply organised competitions and sent out taekwondo master certificates to teachers who follow the North Korean style.

'Agents'

But dissident Jihyun Park -- who speaks out against Pyongyang after escaping to the UK -- said the ITF president "is not an athlete".

"He, his wife, and his son are agents" who help funnel funds to Pyongyang, she told AFP.

Austria has not granted a visa to another North Korean who was due to join the Vienna office while Ri remains in Vienna, according to the ITF.

The federation was founded in 1966 by South Korean general Choi Hong-Hi, who later defected to the North. But it is not recognised by the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which instead chose its upstart South Korean rival World Taekwondo (WT).

Park said it was all the more "urgent" for Austria to force the ITF out as North Korea deepens its cooperation with Moscow.

Pyongyang has been sending thousands of troops to fight Kyiv, according to western intelligence agencies, under a defence accord between the two countries that came into effect in December, as well as supplying Moscow with ammunition.

Printing passports

North Korea is an "important" country of interest for Austria's intelligence services, according to its head Omar Haijawi-Pirchner.

But espionage specialist Siegfried Beer warned that the neutral EU member of nine million people does not "have the means to seriously investigate" clandestine activities.

"Personnel and expertise are lacking, not to mention the language skills," Beer said, even as Austria hosts a plethora of international organisations -- with posts offering diplomatic immunity and a possible cover for espionage.

North Korea has long had deep Austrian links.

In 2010, a former Pyongyang diplomat in Vienna, Kim Jong Ryul, revealed he had bought weapons and luxury goods from across Europe for North Korea's dictators for 20 years without ever being investigated before defecting to Austria in 1994.

Kim Kwang-Sop, a brother-in-law of North Korea's founder Kim Il-Sung, was ambassador to Austria for 27 years until 2020. North Korea even had its passports printed in the Alpine country, according to local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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