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업무보고가 드러낸 무능한 리더십과 낙하산 인사의 민낯
[최보식의언론=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동구 지역장 전무]

필자가 회사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느꼈던 것이 왜 높은 사람들은 부하직원들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지 못하고 중간에 자를까? 참 인내심이 없고 부하에 대한 인격모독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며 필자가 좀 더 고위층 회의에 참석해보니 직책이 높은 사람일수록 답변을 끝까지 기다리지를 못했다. 높은 사람의 계급과 인내심은 반비례했다.
필자는 나중에 그러지 말아야지 했지만 나 역시 직책이 올라가며 성격이 급해지고 참을성이 없어졌다.
조직의 장을 맡게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머리 속이 단층구조면 조직장이라는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다. 반도체 칩에 비유하면 담당자가 CPU 두뇌라면 조직장은 동시에 수많은 연산을 수행해야하는 GPU 두뇌 구조를 지녀야 한다.
머리 속에서 수많은 일을 동시에 분석하여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니 남의 말을 오랫 동안 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없다.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 머리속은 다른 생각을 하는 동시에 두가지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필자도 CEO에게 보고하는 요령이 생겼다. 상사의 질문에 무조건 20~30초 내에 과정 생략하고 결론부터 보고하는 것이다. 필자 답변을 듣고 상사가 그건 왜 그런 거야? 하고 재질문하면 그때서야 배경과 처리과정을 간단히 설명한다. 그 대답도 절대 3~4분을 넘기면 안 된다. 상사가 내 말을 오랫동안 들어 줄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길게 가봐야 욕만 듣는다.
상사가 그 문제로 진지하게 토론해 보자고 제안할 때 길게 설명하면 된다.
필자가 대리 때 본부장과 같이 회의하며 비슷한 경험을 목격했다. 옆 부서 과장이 좀 장황하게 말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 과장이 담당하는 해외 현지공장에 자재 재고가 많이 쌓였는데 본부장이 "도대체 재고가 몇 대나 있는 거야?" 하고 질문했다. 우리는 당연히 예를 들어 "10만 대 있습니다"라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재고가 생긴 원인부터 설명을 시작했다. 3~4분이 지나도 몇 대라는 대답이 안 나오니, 본부장이 "그래서 몇 대야?"라고 재차 질문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는데도 이 과장은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갑자기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른 본부장이 회의테이블을 치며 "야! 그래서 몇 대냐고... " 고함을 질렀다.
그제서야 그 과장은 "10만 대"라고 대답했다. 그 회의를 계기로 그 과장은 나락의 길을 걸었고 진급에서 계속 누락되니 얼마 후에 회사를 떠났다.
원래 업무에 빠삭하고 자신감이 있으면 답변이 길지 않다. 업무를 잘 파악하지 못한 임원이나 간부들이 발언할 때 목소리에 자신감이 없고 핵심없이 장황하다.
장황하다는 것은 업무 파악이 제대로 안 되었다는 의미다. 업무에 능통하고 실적이 있는 사람은 발언에 힘이 있고 간단명료하다..
필자는 CEO에게 보고하는 자리가 많았고 해외에서건 국내에서건 회장님에게도 직접 보고하는 자리도 여러 번 있었다. 회장님과 그룹의 최고위 임원들 앞에서 보고할 때조차 한 번도 당황하거나 떨었던 적이 없었다.
필자 업무를 잘 알고 소신에 따라 일처리를 해와 어떤 질문도 답변할 자신이 있으니 겁먹을 이유가 없고 당당할 수 있었다.
필자의 발표 자료는 절대 파워포인트로 4~5장을 넘지 않았다. 필자가 판단하기에 CEO급이 인내할 수있는 발표자료의 장수가 5장이 최대였다. 파워포인트 자료니 엑셀자료로 하면 한 장, 잘해야 두 장도 안 된다.
나머지는 상사에게 맡기는 것이다. 관심있거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질문을 할 테고. 필자가 구두로 답변하면 된다.
숫자로 답변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특정품목의 판매가 4만 5,700대라고 가정하면 대략 4만대 좀 넘는다고 답변해도 충분하다. 필자가 담당한 업무니 그 정도 숫자는 머리 속에 들어 있다. 모든 숫자들을 그런 식으로 기억했고 답변했다. 누가 옆에서 단단위까지 일일이 확인하는 사람도, 그럴 필요도 없다. 어차피 그 정도 숫자로 감 잡는 데는 충분하다.
대통령에게 업무보고 하는 사람들이 자기 업무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남의 업무도 아니고 자기가 담당하고 자기가 총책임을 지고 있는 업무 아닌가?
본인이 업무 파악만 제대로 되어 있다면 대통령이 담당 업무가 아닌 것으로 생트집을 잡더라도 그동안 쌓아온 임기응변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고 대응해야 한다. 그 정도만 했어도 대통령으로부터 ‘말이 길다’, ‘나보다 모른다’라는 비아냥 소리 들을 일이 없다. 얼마나 치욕스런 말인가?
이학재 인천공항사장이 "실무적인 거라서 정확히는 모르겠다"라는 답변을 하는 순간 그는 나락에 떨어진 것이고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공사사장으로 취임 후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놀고 먹었다는 고백이다. 실무를 제대로 모르는데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고 사장을 해 왔을까? 능력도 없고 "모든 문제의 해답은 현장에 있다"는 기본도 모르는 사람을 낙하산으로 앉혀 놓았다.
이런 일은 정치적 이유나 정파적 측면에서 일방적으로 편들거나 비난할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공사들이 비효울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원인이 이학재 같은 비전문가가 낙하산으로 사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툭 하면 해외업무 출장을 외유 정도로 생각하고 하루에 몇 백만 원 하는 최고급 스위트룸에 투숙하는 등 흥청망청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 벌어진다.
우리 주변에 평소 빈둥거리며 놀던 정치 낭인들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디 한자리씩 차지하는 기막힌 일을 목격한다. 한국의 전관예우나, 형동생 하는 독특한 정치풍토가 이런 현상을 만들어냈다. 더이상 낙하산 인사를 하지 말고 내부승진하는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공사에서는 죽어라 일해도 낙하산 때문에 사장을 못 한다니 공사의 내부 분위기를 알 만하겠다.
대통령 업무보고회를 TV로 시청하며 편파적이고 사소한 일을 지적하는 대통령보다 너무 뻔한 질문조차 답변 못 하는 무능력한 지자체장이나 기관장, 공사 사장들에 더 화가 났다. 역할이나 기여가 없는 그들에게 지급하는 급여는 낭비다. 저런 한심한 사람들이 수억 원 연봉 자리를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다니....
#업무보고의기본 #낙하산인사문제 #무능한리더십
관련기사
- 기업이라면 이학재 인천공항사장은 해고감!...前 삼성임원의 시선
- [오진영 유쾌통쾌] 기시감 있는 이재명 리얼리티 원맨쇼
- 李대통령, '환단'고기 먹고 체하셨나...40년 언론인의 시선
- 세간에서 왜 이재명을 ‘파란 윤석열’이라 부르나?
- 대통령의 '만기친람'에 언론의 습관적 경배..."대노" "불호령" "일침"
- 李대통령에게 창피당한 이학재 사장의 이틀 뒤 '반격'...무슨 내용?
- [오진영 유쾌통쾌] 이 대통령의 찌질한 '뒷끝'?
- 보수논객이 간만에 이재명 대통령을 칭찬하는 이유?
- 전관(前官) 사무직원이 변호사에게 지시? ... 뒤바뀐 로펌 질서, 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