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조진웅이 개과천선했기 때문에 49세 조진웅과 연속성이 없다는 동화
[최보식의언론=김성민 강호논객]

'소년원 출신' 논란에 휩싸인 배우 조진웅이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조진웅은 6일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저의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저를 믿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실망을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이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고 밝혔다.
조진웅은"이것이 저의 지난 과오에 대해 제가 져야 할 마땅한 책임이자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 바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연기 잘 하는 배우 한명을 잃었다는 안타까움이 없지 않다. 아래는 본지의 입장이 아니다.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게재한다. (편집자)
조진웅이 죄과를 치르고 긴 세월이 흘렀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는 글을 여기저기서 보았다. 좌나 우를 넘어 그렇게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방법이야 말로 조진웅을 '과거'에 묶어 가두는 방식이다. '문제없다'고 주장하며 활동 계속하면 어떻게 될까.
이 상황에서 몇 가지 고전 텍스트가 떠오른다. 어떤 경우가 더 적절할까. ‘태양은 가득히’의 리플리는 친구를 죽이고 그처럼 행세하다 걸렸다. 현행범이니 이번 경우와는 맞지 않다.
마틴 기어의 ‘귀향’도 떠오른다. 전우의 신분을 도용해, 남의 부인과 재산을 차지해 살다 걸렸다. 신분 도용에 방점이 맞춰졌으니 이번 경우와는 맞지 않다.
딱, 이런 사례를 고민하라고 던져준 교과서가 있다. 레 미제라블의 ‘장발장’이다. 장발장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전과자의 족쇄에서 벗어나려 '마들렌'이라는 위조 신분을 만들었다. 그 신분으로 성실히 살아서 기업인으로 성공했다. 많은 이들이 장발장의 공장에서 삶의 기반을 꾸렸다.
장발장은 가난한 자를 위해 기부했으며, 도태된 이를 보살펴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아픈 이를 위해 병상을 만들어주고, 아이들을 위해 학교와 보육원을 만들었다. 국왕이 임명한 시장 자리도 마다했으며, 레종도뇌르 훈장도 사양했다.
5년 뒤 다시 시장에 임명되자 장발장은 또 다시 거부하려 했다. 한 가난한 노파가 호소했다.
"훌륭한 시장이 필요합니다. 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서 도망치려고 합니까?"
강권에 못 이겨 시장 자리에 올랐다. 어느 날, 자신을 뒤쫓던 악질 형사가 엉뚱한 사람을 '장발장'으로 몰아 법정에 세웠다. 그 자를 도울 방법은 자신이 진짜 장발장이라고 밝히는 것뿐이다.
뮤지컬에서는 이 장면이 휙휙 지나가기에, 빅토르 위고 선생이 얼마나 악마 같은 필력으로 이 장면을 묘사했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웬만하면 눈 감아줄 수 있는 가벼운 일인데 굳이 나서야 하나? 징글징글할 정도로 독자를 도발한다.
마들렌이라는 이름으로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많다. 팡틴이라는 병든 엄마를 보살피고 그 딸 코제트를 보살필 수 있다. 얄미운 형사 자베르는 무고를 사과하고 사직서를 냈다.
가짜 장발장은 가택 침입에 절도를 한 범죄자다. 그 범죄라는 게 기껏 빵 훔친 것, 길 가는 소년의 코 묻은 돈을 훔친 것이다.
장발장은 이성적으로는 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법정을 구경이라도 하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 없다. 그 자신이 신분을 밝히면 모든 걸 잃고 강제 노동을 하게 된다. 장발장이 직장을 주고 먹을 것을 준 공장 노동자와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은 어떻게 되나.
그럼에도 장발장은 양심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멱살이 잡힌 채 법정으로 끌려가 내가 진짜 장발장이라고 밝힌다.
"재판장님, 저를 체포하십시오. 당신들이 찾고 있는 사람은 이 사나이가 아니라 바로 저입니다. 제가 장발장입니다."
위고는 독자를 극한까지 몰아간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 공리적으로 보면 침묵하는 게 사회에 더 이익 아냐? 악마처럼 속삭인다.
위고가 던진 건, "양심이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이다. 양심이란 게 뭔가? 위고가 1862년에 던진 질문에 2025년의 사람들이 답한다.
"지난 30년간 성실하게 살았으면 됐지, 30년 전 과거까지 책임져야 해? 소년원에 가서 죄과를 치르었지 않나. 도대체 무엇을 잘못한 건가?"
(중견가수 이정석은 자신의 SNS에서 "연예계 은퇴? 왜 그렇게까지 만드나. 너희는 그리 잘 살았고 살고 있나. 세상이 안타깝고 더럽다"라며 조진웅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편집자)
필자는 이 분들에게 구구단을 가르치듯, 기초적인 양심의 작동원리를 알려줄 수밖에 없다.
가해자의 얼굴을 보면, 피해자는 벌벌 떨 수 밖에 없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승승장구해 사회적 존경을 받는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질문을 조진웅은 스스로에게 했을까? 조진웅은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선생을 두들겨 패는 학생 역으로 데뷔했다. 이어 출연한 ‘야수’에서 조폭 조직원 역을 했고, ‘범죄와의 전쟁’에 이르면 조폭 두목이 된다. 연출자는 조진웅의 감추어진 야수 같은 폭력성에 매력을 느꼈을지 모른다.
대한민국 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조폭뿐인가? 조진웅은 역할을 맡을 때, 피해자가 또 다른 고통을 받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긴 했을까? ‘내가 조폭 배우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게 과연 옳은 것일까’ 하는 고뇌가 있었을까?
조진웅의 필모그래피는 고민을 할 기회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수천, 수만 번 고민할 기회가 주어졌다.
조진웅은 어떤 선택을 했던가. 조진웅은 야성적이고 폭력적인 배역을 꾸준히 잘 소화해왔다. 양아치에서 조폭으로, 형사에서 독립군으로.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느낄 감정을 살피기는 한 걸까?
필자는 18세 조진웅이 개과천선했기 때문에 49세 조진웅과 연속성이 없다는 동화를 믿지 않는다. 인간이 순간 개과천선해버리면, 양육자의 돌봄이 한 인간의 성격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설명하는 애착이론 같은 건 아무 의미가 없지 않나.
18세 조진웅이 끊임없이 양심과 싸우고 고뇌하며 조금씩 바뀌어 왔다면 49세에는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 조진웅의 입장문에는 그런 성찰의 증거가 없었다. 필모그래피로는 무심한 삶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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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화 되고 나서 알았습니다
배우 직을 은퇴한 것에 대해 박수를 보냅니다. 논란에 스스로 용기 있는 행동을 한 것입니다. 잘못이 있을 때 인정하고 자기의 직업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아무나 못합니다.
그런 점에서 찬사를 보내며
이 배우의 이런 행동은 청소년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수십년 전의 철부지 행동이라도 언젠가는 자신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청소년들이 알게 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