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저지 운전면허 협정은 잊을 수 없는 필 머피의 선물
[최보식의언론=김의환 뉴욕 총영사]

총영사 재직 중 동포사회를 위해 미국 주류 인사들을 최대한 만났고 많은 일을 했었지만 가장 잊지 못할 일은 뉴저지 주지사 필 머피와 퍼스트 레이디 태미 머피를 만난 것이다.
필과 나는 이상하게 서로 잘 통하는 구석이 있다. 만나면 좋은 느낌이 드는 그런 사이였다.
필은 미국 50개 주 주지사 회의 의장을 했었고 민주당 주지사 연합 회장도 역임하였다. 그의 아내 태미는 아들 셋과 딸 하나를 훌륭하게 키운 자랑스러운 엄마이자 뉴저지 주 퍼스트 레이디였다. 필자는 그 두 사람이 좋았다.
필자의 외교 전략인 ‘처음 만난 모르는 사람을 30분 이내 사촌으로 만들기’는 필을 만나자마자 4촌을 넘어 친형제가 되어버렸다. 아무리 국적과 인종이 달라도 서로 통하는 사람들 간에는 그럴 수 있는 모양이다.
한때 필자는 필에게 '당신이 미국 대통령이 좀 되어야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필이 '왜 그래야 되냐'고 물었다. 필자는 '미국 대통령인 친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친구가 미국 대통령이면 우리 동포 사회 여러 현안 해결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그는 미국 대통령이 못 되었다. 대신 트럼프가 되었다. 그러나 필과 필자는 그 이후 좋은 만남을 이어갔고 작지 않은 성과를 이루었다.
한국·뉴저지 운전면허 협정은 잊을 수 없는 필 머피의 선물이었다. 모든 뉴욕 총영사의 숙원사업이기도 했고 필자 앞 여러 총영사들이 노력했지만 결국 주지사와 뉴욕 총영사간 우정의 깊이와 두께가 결정적 차이였다.
많은 나라 총영사들이 상호운전면허 협정을 얘기했지만 그동안 뉴저지 주 정부가 거부하였다. 그러나 마침내 필머피 주지사에 의해서 2023년 10월부터 한국과 뉴저지 간의 상호 운전면허 협정이 시행되었다.
뉴저지 주 정부가 다른 나라 운전면허를 인정한 첫 사례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었다.
한국과 뉴저지 간 운전면허 협정이 시행된 이후 뉴저지주는 다른 나라들에게도 운전면허협정을 개방했다.
우리 총영사관 주최로 2023년 한미동맹 70주년기념 컨퍼런스가 프린스턴 대학교 이승만 홀에서 개최되었다. 필 머피 주지사가 와서 진심 가득한 긴 축사를 해주었다.
뉴저지 주지사가 지역을 달리하는 뉴욕에 와서 다른 나라 총영사와 만찬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데 뉴저지 주지사 부부가 뉴욕 총영사 관저에 와서 만찬을 했다.
그리고 이어진 뉴저지 주지사 관저 만찬까지 필 머피 주지사 부부와 함께했던 시간은 참으로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후 한국을 방문했던 주지사 부부는 뉴저지주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는 물론 우리 기업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늘 필자에게 이야기하곤 했다.
서로 바쁘고 일정이 맞지 않아 작년에는 서로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문자를 주고받는 것은 1년에 수십 번도 넘었다. 놀랍게도 문자를 보내면 가장 먼저 답장하는 사람이 필 머피 주지사였다. 그래서 필과 필자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항상 같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슨 일이 있어서 연락하면 바로 답을 주었고 어떤 때는 필과 태미 그리고 필자, 세 사람이 문자 공유를 통해 연결되기도 했다.
오늘 필자가 주지사를 방문했는데 태미가 트랜튼 관저에 있다고 자신의 전화로 태미와 나를 연결시켜 주었다. 아들 셋과 딸 하나를 훌륭히 키워낸 엄마이자 여성 권리 신장과 다양한 사회 활동을 해온 퍼스트 레이디 태미 머피. 태미가 호스트했던 주지사 관저 만찬에 갔을 때 놀랍게도 한국 국악팀을 초청해서 리셉션 음악을 맡게 했다. 태미는 총영사 관저 만찬 이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쓴 두 페이지 분량 손편지를 보내 우리 부부를 감동하게 했다.
총영사 관저 만찬 시 필이 필자에게 선물했던 저지 쇼어 인상주의 화가들에 관한 책은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오늘 받은 선물도 목공으로 만든 뉴저지가 담긴 쟁반이었다. 역시 아트에 가까웠다.
다음 달 정부가 바뀌면 필자도 곧 떠날 것이다. 필은 11월 주지사 선거가 끝나고 내년 1월 퇴임한다고 했다. 필자가 한국 돌아가면 필과 태미를 우리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필자가 우리 집에 공짜로 재워주겠다고도 했다. 내년 퇴임 후 계획은 뭐냐고 물었더니 모르겠다더니 필자의 말이 생각났는지 한국에 오겠다고 했다.
우리 모두 모두는 언젠가 다 떠난다. 그러나 우리의 우정과 추억은 떠나지 않을 수 있다.
오늘 만난 필은 매우 지쳐 보였다. 최근에 뉴저지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고 주지사인 필이 매우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TV를 통해서 여러 번 보았다.
필자는 한국이든 미국이든 정치인을 좋아하지도 믿지도 않는다. 그런데 오직 필 머피만 예외다.
문 밖까지 나와서 우리를 배웅한 필머피 주지사를 뒤로 하면서 비록 말과 문화가 다르고 인종이 달라도 사람의 진심은 어디서나 통할 수 있음을 알게되었다.
우리 동포가 살고 있는 뉴저지와 함께 뉴저지 주지사 필은 항상 필자 가슴 속 깊이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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