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북한도 심각한 저출산을 겪고 있다
[최보식의언론=박정원 더시그넘하우스 연구소장]

한국의 저출산은 세계 최고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부정적 측면에서 세계적 주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인구통계학적으로 국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다양한 지표가 보여준다. 다행히 2024년엔 9년 만에 0.75로 소폭 반등하며 정부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한국의 저출산은 최근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이미 십여 년 동안 진행된 심각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해결을 못 한 정부 정책의 실패로 봐도 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지난 18년간 380조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쓰고도 합계출산율은 매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이 정도 금액을 쓰고 성과가 없었다면 아마 벌써 파산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사실 저출산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 추세이긴 하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더욱 심각하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이미 저출산 고령화를 동시에 겪어 왔다. 한국도 2000년대 들어서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홍콩도, 대만도 비슷한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2024년 WHO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합계출산율은 2.4명.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59명(2021년 기준). 2022년 기준으로 일본은 1.34명, 이탈리아 1.28명, 스페인 1.33명, 미국은 2021년 기준 1.7명 등이다. 중국은 1.18명, 대만은 1.11명, 홍콩은 0.75명 등으로 동아시아 국가들은 일제히 세계 평균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이스라엘 등에서 5명 내외의 높은 합계 출산율로 그나마 세계 출산율이 이 정도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의 원인에 대해 학자마다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다. 경제 위기, 만혼 추세, 여성의 직업 활동, 소득 수준 향상 등을 꼽고 있다. 한국에서는 주로 가계‧주거비 상승에 따른 부담, 교육비 상승, 직장과 양육 병립에 대한 사회적 지원 체계의 부족, 보육 시설의 부족, 불안정한 고용 등이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소득이 올라갈수록 여성들이 출산을 꺼린다는 보고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적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에서 한국, 일본, 홍콩, 대만, 베트남 등 5개국 성인을 대상으로 여성이 아이를 낳아야 하는 사회적 의무가 있는지에 대한 조사한 결과를 얼마 전 발표했다. 다시 말해, 여성의 출산이 사회적 의무인가, 개인의 선택인가에 대한 여론 조사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5개국 성인 중 3분의 1 미만만이 여성이 아이를 낳아야 할 사회적 의무가 있다고 응답한 반면, 3분의 2 이상 대다수의 성인은 여성이 아이를 낳을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여성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응답을 한 국가는 한국과 베트남이 29%로 가장 높았고, 일본은 13%, 대만은 16% 등으로 각각 응답했다. 이런 결과를 볼 때 출산율이 반등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한국에서는 특히 55세 이상 성인의 50% 가까이가 여성은 아이를 낳을 의무가 있다고 답한 반면, 35~54세 사이의 성인은 약 5분의 1만 사회적 의무가 있다고 답했다. 35세 이하의 젊은 층은 불과 8%만이 여성이 아이를 낳을 사회적 의무가 있다고 응답, 기성세대와 큰 가치 차이를 보였다.
한국은 세대별 뿐만 아니라 남녀별로도 차이를 보였다. 남성은 34%가, 여성은 23%가 여성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의무가 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또한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이 같은 인식에 응답한 비율이 더 높았다. 결혼한 적이 있거나, 결혼했거나, 또는 결혼하고 있는 사람들은 결혼한 적이 없는 사람보다 더 높게 나왔다.
종교별로도 차이가 있었다. 한국 불교인은 10명 중 4명 이상(43%)이 여성이 자녀를 낳을 의무가 있다고 답한 반면, 기독교인은 33%, 무종교인은 22%에 불과했다.
전체적으로는 교육 수준이 높거나,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이 지닌 여성의 출산에 대한 인식은 개인의 선택이라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차원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일본 정부는 “아이를 낳는 것은 부부에게 즐거운 일이며, 의무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심각한 저출산 상황에 직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근 심각한 결혼 기피 현상과 만혼, 저출산 현상을 겪고 있는 중국은 최근 시진핑이 여성들에게 “새로운 가족 트렌드 확립”을 촉구하면서 결혼과 출산문화를 적극 장려하는 분위기이다.
중국은 불과 며칠 전 40년 만에 결혼율이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대책으로 법적 결혼 연령을 현재 22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저출산으로 세계 최고 인구국이란 타이틀도 인도에 내준 지 1년이나 지났다.
북한도 심각한 저출산을 겪고 있다. 김정은은 “여성들에게 아이를 갖는 일은 당연한 여성의 의무”라고 강조했다고 퓨리서치는 밝히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국가의 성장 동력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인구통계학적 변인이다.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예산만 낭비하는 정책이 아닌 실제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저출산, #노령화, #고령화사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