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라도 나라를 통째로 먹겠다는 자가 기세등등하고...

[최보식의언론=검비봉 논설위원]

부산MBC 캡처
부산MBC 캡처

맛집, 별미, 산해진미 등등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평소 요란하게, 걸지게  한 상 잘 차려놓고 먹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다 먹지도 못할 요리들을 넘치게 차려놓고 흐뭇해하면서 먹는 모습은 야만스럽고 미련해 보인다.

남도식 한정식집에 가보면 그야말로 상다리가 부러지게 수십 가지 음식이 나온다. 엄청난 양의 진설된 요리상을 보면 어차피 몇 분의 일도 못 먹고 남길 것이 뻔한데. 손님이 남긴 음식들을 재사용해도 문제고, 다 쓸어 내버려도 문제다.

근간에 집회에 참석했다가 귀가하는 길에 갈증이나 축이는 의도로 가끔 들르는 참새방앗간이 있다. 넓이가 놀랍게도 2m x 2m 를 넘어서지 않고, 여주인 빼고 손님 5명이 최다 정원이다. 5천 원을 넘지 않는 간단한 안주에 탁주, 소주, 맥주, 청주를 파는데, 가장 간단하게는 4천 원 탁주 한 병에 오뎅 한 꼬치만 먹자고 해도 환영이다.

좁은 공간에 너댓 명이 엉덩이를 붙인 채 먹다보니 자연히 말을 섞게 되며. 술과 안주를  나누다보니 화기애애하고 때로는 호기로운 회장님이 전체의 술값을 다 지불하는 '골든벨'을 울려주는 일도 흔하다. 너댓 사람의 주대 총액이 5만 원 이하이니, 적은 돈으로 가오 뿜뿜이다. 

먹기 위해서 살고 먹는 재미에 산다지만, 요란하고 비싼 먹거리에 열광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원초적일 수밖에 없다. 다분히 과시적인 사람 앞에는 이렇다 내놓을 게 없는 나 같은 사람은 할 말을 잃는다.

말없이 구석에 혼자 앉아서 4천 원짜리 닭꼬치에 5천 원짜리 정종 대포를 홀짝이는 사람도 그 깊이가 누구 못지 않다. 남의 이야기를 곁들이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관조하는 재미가 있어서 똑같은 서울 막걸리도 입에 착착 붙는다. 

주점 밖에서는 금세라도 나라를 통째로 먹겠다는 자가 기세등등하고, 역사를 새로 쓰는 일에  종사라도 하는 듯이 그 자의 이름을  연창하는 소리마저 요란하지만, 코딱지 만한 목로는 안전지대 소도처럼 단란하고 편안하다. 벛꽃이 흐드러지게 피거나, 봄비가 오는 날에는 피해야겠다. 평소보다 두 배 넘게 마시게 될 테니 말이다.

TV드라마, 영화 등에서 흉계를 꾸미는 모리배, 검사, 의원 나부랭이들이 요정에서 호화진미를 잔뜩 차려놓고 앉은 장면을 보면 욕이 자동으로 안 나올 수 없다. 손도 안 댄 요리들마저 입에서 추한 것만 뱉어내는 저들을 올려다보면서 욕을 하는구나.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존중하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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