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란 자신을 지킬 힘을 지닌 상대끼리 가능한 것

[최보식의언론=김봉수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

SBS 화면 캡처
SBS 화면 캡처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회담 영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그 영상에서 무엇을 읽어야 할까?

나는 트럼프의 세계관을 빨리 파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년 전 유튜브에 떠돌던 큐어넌이 제작한 일종의 음모론 다큐멘터리 'Q-The Plan To Save The World'는 아직도 유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영상의 내용은 '딥스테이트'의 악의 무리들이 세계를 지배하고 우리 삶을 파괴하고 있는데, 그에 맞서 몇몇 정의로운 영웅들이 트럼프를 중심으로 힘을 합쳐 음모를 분쇄한다는 것이었다. 그 영상에서 푸틴은 트럼프와 함께 딥스테이트에 대항하는 선한 지도자로 묘사되어 있다.

윤석열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신봉하는 것처럼 트럼프도 그와 같은 세계관을 신봉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만약 트럼프가 큐어넌의 음모론을 신봉하고 있다면 젤렌스키는 딥스테이트의 글로벌리스트들이 계획한 대로 전쟁을 유발하고 지속한 하수인이고, 푸틴은 그들에 대항하는 동지가 되는 셈이다.

트럼프의 구호 'Make America Great Again'이 등장한 배경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뜻을 수도 있지만, 딥스테이트의 글로벌리스트들은 세계 지배에 관심이 있고 미국이 망해도 상관없는데, 자신은 미국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는 표현일 수도 있다.

한가지 걱정되는 점은 큐어넌의 영상에서 트럼프가 딥스테이트를 분쇄하는 방법으로 군을 동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정말로 트럼프가 그러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면 다음 대선이 있기 전에 군을 동원하려고 하지 않을까? 얼마 전까지라면 황당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했겠지만, 윤석열이 저지른 일을 생각하면 미국이라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벤스 부통령은  과거에 '트럼프는 테디 루스벨트(시어도어 루스벨트)를 연상시킨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트럼프가 미국의 역사적 영웅들을 언급할 때 링컨이나 레이건보다도 먼저 말하는 사람이 테디 루스벨트이다.

테디 루스벨트는 우리가 국사책에서 배운 가츠라-태프트 밀약을 체결하게 한 대통령이다. 가츠라는 당시 일본 총리, 태프트는 당시 미국의 전쟁부 장관이었고, 뒤에는 대통령이 되는 거물이다.

당시 일본은 러일전쟁이 일어난 이유가 대한제국이 무모하게 외국 세력을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럴 경우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있으므로 일본이 대한제국을 지배하는 것이 세계평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그것을 미국이 받아들였다.

그때의 상황은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반복되고 있다. 청나라, 일본, 러시아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던 대한제국이 아관파천 이후 러시아와 밀착하자 이를 깨기 위해 일본이 러시아를 공격한 것과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던 우크라이나가 서방에 밀착하자 러시아가 쳐들어온 것은 비슷한 구조이다. 다만, 대한제국은 너무 힘이 없었기에 전쟁 당사자가 되지도 못한 반면 어느 정도의 힘이 있는 우크라이나는 스스로 전쟁을 수행했다는 점이 다르긴 하다.

어쨌든 트럼프는 당시 테디 루스벨트가 취했던 입장을 그대로 취하고 있다. 테디 루스벨트의 재임 시절 고종은 미국과의 연합으로 위기를 돌파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는데, 그때 테디는 "우정이란 자신을 지킬 힘을 지닌 상대끼리 가능한 것이다. 대한제국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주먹 한번 휘두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것이 지금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결국 트럼프의 미국과 동맹으로 남기 위한 방법은 명확하다. 충분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필요하다면 그 힘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태세를 취할 때에만 그를 설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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