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탐색 수준 및 방어권의 범위

[최보식의언론=최보식 편집인]

MBC 화면 캡처

열흘 전 이재명 대표가 유죄를 받았던 선거법 위반 선고재판과는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졌다. 

여당과 보수 진영의 '중형' 유죄 판결의 예상과 달리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는 무죄로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25일 위증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 9월 3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대표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한 바있다. 

재판부는 "증인 김진성씨에게 네 차례 연락을 하고 변론요지서를 보내준 것은 위증을 교사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증거 탐색 수준 및 방어권의 범위"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재명이 김진성과 통화할 당시 김진성이 증언할 것인지 여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증언할 것인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며 "자신의 입장을 수차례 설명하고 변론요지서를 보냈다고 해서 거짓 진술을 요구하거나 위증 교사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재명에게 김진성으로 하여금 위증하도록 결의하게 하려는 고의, 즉 '교사'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이재명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 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이재명의 부탁을 받고 위증했다"고 진술해 위증 혐의로 기소된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 출신 김진성 씨에 대해서는 위증 일부가 인정된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이재명의 위증 교사는 '무죄'인데, 정작 김진성의 법정 진술에는 일부 위증이 있었다며 '유죄'로 판결한 것을 두고 법리의 일관성이 없다는 법조계의 지적도 나왔다.

이 대표는 법정을 나와 "내가 겪는 어려움은 국민들에 비하면 '창해일속(滄海一粟, 바다 위의 좁쌀 하나)" 이라며 "죽이는 정치를 그만 하고 사람들을 살리는 정치를 해달라고 정부 여당에 부탁한다"고 말했다. 
 
열흘 전 선거법 재판에서 유죄를 받았던 이 대표로서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를 계기로 현 정권에 대한 야당의 '김건희 특검법' 공세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위증 교사' 건은 22년 전 '검사 사칭' 사건에서 출발하고 있다. 2002KBS '추적60' 프로의 최모 PD분당 백궁 파크뷰 특혜 의혹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재명 변호사가 개입되면서 발생했다
 
이재명 변호사는 분당 백궁역 일대 부당 용도변경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동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 쪽과는 갈등 관계에 있었다
 
PD는 이재명과 함께 '검사'를 사칭해 김병량 시장을 상대로 전화 취재를 했고, 사칭한 자신의 목소리를 편집한 뒤 '추적60' 방송에 내보냈다
 
취재 윤리에서 문제가 되면서 이재명과 최PD'공무원 자격 사칭' 혐의로 재판에 넘겨줬다
 
이재명은 재판 과정에서 "지방선거를 앞둔 김병량 시장과 '검사 사칭' 관련 책임을 덜고 싶은 KBS 측이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기 위해 일종의 야합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재명에게는 벌금 150만원이 선고됐고, PD는 벌금 300만원과 함께 언론 취재라는 점이 참작돼 선고 유예를 받았다(200412월 대법원 판결
 
이후 세월이 흘러 변호사 이재명은 성남시장을 거쳐 경기도지사에 도전하게 된다. 20185월 경기지사 후보 초청 방송토론회에서 '검사 사칭' 건이 다시 소환되자, 이재명은 "검사를 사칭해 전화를 한 일이 없다. PD가 한 거를 옆에서 인터뷰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내가 도와준 걸로 누명을 썼다"라고 답변했다
 
이재명은 경기지사에 당선됐으나, 이 발언으로 인해 201812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이미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검사 사칭'에 대해 "누명을 썼다"고 거짓말했다는 이유였다
 
이때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이재명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언을 했다.
 
1심 법원도 "누명을 썼다는 내용이 있는 표현은 피고인의 입장 표명 내지는 평가 정도"라고 무죄를 선고했고, 20207월 대법원도 이 판결을 확정했다
 
하지만 '끝났던' 이 사건이 2023'백현동 개발 특혜 비리 의혹' 수사에서 '별건(別件)'으로 부활했다
 
검찰은 백현동 개발과 관련해 74억 알선수재 사건으로 연루된 김진성씨(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휴대전화에서 2018년 이재명과 통화한 녹음파일을 발견했다. 김씨는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이재명 쪽으로 유리한 증언을 했던 인물이다
 
검찰은 통화 파일 내용을 근거로 당시 재판에서 이재명이 김씨에게 위증을 교사했다고 판단하고 기소했다(이재명 측에서는 전면 부인). 김씨는 "당시 이재명이 시켜서 자신이 위증을 했다"고 진술을 바꾸었다
 
민주당 쪽에서는 검찰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 우리나라 법으로는 금지된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을 김진성씨와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현동 개발업자 김인섭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김진성씨는 백현동 건과 관련해 아직 기소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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