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이 '개혁'으로 포장됐으나 '재앙'으로 빠지는 길이 될 공산이 높다

[최보식의언론=최보식 편집인]

윤석열 대통령이 또 하나의 중대 기로에 섰다.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배정 집행정지에 대한 서울고법 항소심 판결이 이번 주 나온다. 윤 대통령은 스스로 만든 '덫'에 걸려 빠져나올 타이밍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재판에서 정부가 이기면 지금의 의료대란은 막장으로 악화되고, 정부가 지면 '통치권의 상징'인 대통령의 권위는 더 추락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겨도 져도 다 최악의 결과를 맞게 되는 셈이다. 

1심에서는 소송을 제기한 의대교수들의 자격을 문제삼아 심리까지 가보지도 못 하고 각하됐다.

이에 항소심에서는 의대생과 전공의, 교수 등이 함께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성립됐다. 법원은  정부 측에 '2000명 증원' 근거가 되는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본격적은 법률적 검토와 심리에 들어간 것이다.

윤 대통령이 그렇게 집착하는 '2000명'이 어디서 나왔느냐를 놓고 그동안 세간에서는 여러 설이 나돌았다. 의사 측 법률대리인은 정부 제출 자료 49건을 열람한 뒤 "한두 개를 제외하고는 거의 이미 공개된 '언론 기사와 보도 자료'였다"며 "2000명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문서는 증원분이 발표된 당일인 26일 진행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록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회의록에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천명 증원을 언급하자 일부 위원이 '전문위원회나 토론 없이 이 회의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브리핑에서 2천명이라고 할 것인데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비판한 게 나온다"고 덧붙였다.

의대생·학부모·의사 등 4만여명은 "정부의 의대 증원이 부당하다"며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내기도 했다.

이에 복지부는 "2000명 증원의 기초가 되는 의사수급 전망(20351만명 의사부족)3명의 추계전문가가 독립적으로 한 연구에서 공통 전망한 결과"라며 "지난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2000명을 처음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맞지만'1만명 부족'은 계속 논의돼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추계 결과(1만명 의사부족)에 대해 대한의협과 양자협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에서 4차례 회의했고 지난해 6월 공개포럼에서 논의도 했다"며 "역으로 계산해보면 (2025학년도 입학생이 졸업하는) 2031년부터 2천명씩 5년 동안 배출해야 1만명이 채워지지 않느냐"고 말했다.

'역추산'을 했다는 뜻이다. 참고로 복지부로 근거로 내세운 3명의 추계전문가들은 다들 사석에서 '자신은 한번도 2000명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고 한다. 

또 복지부는 "(증원을 확정한) 26일 회의에서  전체 25(위원장 포함)의 위원 중 의협 등을 제외한 23명이 참석했고 19명은 2천명 증원에 찬성했다""의사인 위원 3명을 포함해 4명이 반대했으나 반대의 경우에도 규모에 대한 이견으로 증원 자체에는 찬성이었다"고 덧붙였다.  

의대 증원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의사들의 승리로 석달을 끌고 있는 의료대란은 멈출 수 있다. 대신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 대학은 큰 혼란을 겪게 된다. 그리고 이 판결은 사법부의 제동으로 대통령이 진두지휘한 정부 정책이 흔들리는 또 하나의 선례로 남는다. 삼권분립에서 사법부의 행정부 권한 침입으로 볼 수도 있다.  

반면 법원이 기각하면  '2000명 증원'은 법적 뒷받침을 받는다. 하지만 전공의와 의대교수 등의 반발이 더 거세질 게 뻔하고 지금의 의료대란은 더 악화될 것이다. 수업 거부와 휴학 신청 등을 이어가고 있는 의대생들이나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복귀는 물건너간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윤 대통령으로서는 재판에 지면 치명타요 이겨도 의료대란은 복잡하게 계속되는 진퇴양난의 딜레마"이라며 "최선의 해결책은 법원 결정이 나오기 전에 대통령의 결단으로 증원 계획을 보류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발표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그렇게 할 것 같지 않다. 닷새 전 기자회견에서도 윤 대통령은 2000명을 고집하며 "갑자기 나온 숫자가 아니다"며 "정부는 뚜벅뚜벅 의료개혁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그 길이 '개혁'으로 포장됐으나 '재앙'으로 빠지는 길이 될 공산이 높다. 

 

#의대증원집행정지, #서울고법항소심, #의료개혁
 

저작권자 © 최보식의언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