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가의 민주당 쇄신 우위론, 정규재식 보수폭망론은 본인들의 프레임에 근거한 착시나 착각일뿐

[최보식의언론=박동원 선거컨설턴트 회사 '폴리컴' 대표]

총선 후 국민의힘을 향해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으며 변화와 혁신을 주문한다. 어제 침튀기며 흥분해서 독설을 쏟아내는 한 정치평론가의 숏츠 영상을 보며 의아했다. 국민의힘이 문제가 많은 건 맞지만 "친일이 보수냐 친미가 보수냐, 민주당(진보?)은 그래도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데 국민의힘은 그런 노력조차 안한다"는 취지의 독설에 가까운 성토를 들으며 이게 이럴 일인가, 과연 이게 국민의힘만의 문제인가 의아했다.

국민의힘이 이 지경에 이른 가장 큰 이유는 세대 변동이다. 나름의 사회역사적 경험을 가진 세대가 자신의 기호에 맞는 정당을 선택한 것인데, 사실 이건 이념의 문제가 아닌 '취향'의 문제다. 민주당이 이념적으로 국민의힘보다 더 낫고 더 민주적이고 더 많은 혁신을 해왔기에 총선에서 이긴 게 아니란 말이다. 과연 이재명의 민주당이 윤석열의 국민의힘보다 더 나은가? 난 동의 못하겠다. 세대의 취향에 못 따라간 것일뿐.

한 세대의 역사적 경험으로 만들어진 취향은 사실 무엇으로도 바꾸기가 힘들다. 그건 마치 오랫동안 마늘 먹어 나는 한국인의 마늘 냄새, 치즈와 고기를 먹어 나는 서양인의 누린내처럼 좀처럼 빼내기 힘든 고정 관념이다. 가장 많은 인구수를 자랑하는 풍요 피크 세대인 4,50대의 1990~2000년대를 관통하는 시대적 경험은 도저히 국민의힘을 지지하기 힘들 지경이다. 인간은 생각보다 단순해서 깊은 원인 분석보다 그저 겉으로 보이는 걸 전부로 여긴다.

6070의 경험과 4050의 경험, 그리고 2030의 경험이 서로 다를 것이다. 정치적 부침이 비교적 적은 시절엔 지역주의에 의한 쪽수 싸움이었다면, 87년 이후 진영이 갈라지면서 각 진영의 집권 시기를 겪은 세대들이 자신만의 고정관념이 형성된 것이다. 'X세대'라 하여 세대론이 등장한게 1990년 이후다. 내 기억에 '이끌지 못하면 떠나라'가 미국에서부터 울려퍼지며 국내에도 유입되며 본격적으로 세대론이 등장하며 MZ세대에 이르렀다.

물론 그전에도 서양의 68세대에 대응하는 86세대가 우리에게도 있다. 하지만 4.19세대, 86세대가 권위주의 시대와 싸우며 정치적 이념성을 지녔다면, X세대부터는 탈이념적 취향성을 가진다. 1990년대 이후 비역사성, 비정치성, 주변적인 것의 부상, 주체 및 경계의 해체, 탈장르화로 설명되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등장하면서 X세대가 오롯이 그 영향권 하에 놓이게 된다. X세대를 대변하는 서태지가 바로 포스트모더니즘의 한국적 상징이다.

국민의힘이 반성해야 할 지점은 이념적 정체성이 아니라 포스트모던화 되는 세대정치를 따라가지 못한데 있다고 난 보여진다. 보수는 경제, 나눔은 진보의 도식적 분류도 어쩌면 시대착오적이다. 여전히 산업화를 일군 '박정희 프레임'에 스스로 갇혀 있는 것이다. 기억을 되살려보면 20년전 2004년 한나라당 시절 17대 국회가 시작되고 박형준 현 부산시장과 남경필, 정병국, 이성권, 김희정 등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물결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박형준의 주도로 당내 소장파들에 의해 '새정치수요모임'이 결성되었고 '대학생아카데미'를 비롯해 'X세대 분석' 작업을 통해 젊은 층과 접촉면을 키우면서 X세대 공략에 나섰다. '블루 엔진' 같은 한나라당 청년 조직 결성도 도왔다. 당시 이 작업을 부산에 있던 나도 도왔었다. 로고 제작, 리플릿이나 행사 현수막 디자인뿐만 아니라 행사기획이나 강연자 섭외 아이디어도 같이 내곤 했었다. 나도 그때가 30대 중후반이었으니. 이게 지속되지 못하고 단절된게 '친이친박' 싸움이 본격화 되면서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국민의힘은 20년전 한나라당보다 후퇴했다. 노무현 탄핵 이후 치뤄진 2004년 17대 총선 한나라당 121석의 절체절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20대에 다가갔다. 이후 정권 되찾고 민주당이 자중지란에 빠지며 2016년까지 승승장구하다 결국 폭망했다. 변할수 있었던 보수는 권력에 취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문제는 아직도 뭐가 문제인지를 모르고 정치공학적으로만 접근하며 총선책임자인 이철규 의원을 원내대표로 뽑으려하고 있다.

지금 보수우파 진영은 이념이 아닌 취향에서 지고 있다. 전광훈으로 상징되는 진부함, 부정선거로 대변되는 비정상, 도태우 장예찬 공천 취소에 반발하는 이념적 경직성, 선거 패배의 원인도 모른 채 이철규를 다시 원내대표로 내세우려는 상황인식, 2030에 전혀 고민 않는 무능함 같은 것들이 보수우파의 구태하고 구린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탈이념시대 이념으로 재무장하려는 반시대성이 국민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의 문제를 다 차치하고. 이게 국민의힘만의 문제인가? 한 평론가 주장처럼 민주당은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가? 지난 총선 민주당의 공천은 우리 정치와 민주주의를 거꾸로 돌려놓은 폭거였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미 작년 가을경 그림을 다 그려놨단 것이다. 그리고 이재명에 걸리적거리는 이들은 하위 20%에 다 집어넣고 지역마다 친명 후보에 유리한 공천룰을 모두 다르게 설계한 뒤 비정상적 여론조사를 통해 이재명 사당화를 완성한 것이다. 경선 결과 수치만 불러주고 로데이터나 통계표는 절대 공개않는게 뭘 의미할까?

왜 언론은 여기에 아무런 지적을 안하고 왜 평론가들은 이걸 외면할까. 이겨서 정당한 게 되고 져서 모든 잘못을 오롯이 떠안아야 되나? 국민의힘이 저 모양이 된 것도 사실은 민주당의 반대급부다. 그저 대내외 경제 악재와 윤석열 대통령의 세련되지 못한 고집스런 불통이미지, 그리고 세대변수가 불러온 정권심판의 결과일뿐이지 민주당이 더 쇄신해서 국민의힘이 덜 쇄신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이준석으로 상징되는 '세대성'을 거세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념적 정치적으로만 접근하니 본질을 못보는것이다.

한동훈을 등판시켜 이준석 제거로 거세된 세대성을 극복하려 했지만, 용산과 윤대통령의 이념성과 경직성이 주구장창 훼방을 놓아 실패한 것이다. 보수가 미래와 경제에 대한 전망을 내어놓지 못해 졌다는데 과연 진보는 그러했는가. 정치평론가의 민주당 쇄신 우위론, 정규재식 보수폭망론은 본인들의 프레임에 근거한 착시나 착각일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김남국 코인과 지방선거 참패 등으로 민주당도 김은경 혁신위를 띄웠던 걸 까맣게 잊고 있다. '586청산론'이 그냥 나왔던 게 아니다.

민주당의 패착이 용산의 오판을 불러왔고 윤석열은 오만해져 강서보궐선거에 김태우를 다시 등판시키는 무리수를 두면서 국민의힘에 또 다시 위기가 찾아온 것이었다.

우리 정치 자체의 위기를 보수의 위기로만 몰아세우면 또 이같은 위기를 주고받는 상황은 되풀이 될 것이다. 이재명의 사천과 사당화가 정상적인 것이고 민주당 쇄신의 결과인가? 복수심에 불타는 조국의 등장이 과연 새로운 정치에 호응한 것인가? 이준석의 당선은 또 시대성의 반영인가? 전부가 퇴행의 결과일뿐 정작 성찰해야 할 건 지금 대한민국 정치 자체다.

 

#조국 복수심, #이재명 사당화, #윤석열 이재명 회담, #최보식

저작권자 © 최보식의언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