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범하게 응하고 전략을 짰으면 '김여사 동정론'도 생겨났을 것

[최보식의언론=박동원 논설위원]

새롭게 출발한 김기현 당대표 체제는 나름 차곡차곡 총선준비를 하고 있었다. 높은 '정권심판론'을 타넘을 전략도 준비하며 가장 핵심인 공천을 위한 인재 발굴을 하고 있었다. 물론 김기현의 대권 욕심이 끼어있었고 용산의 파워를 이길 정도는 아니었다.

이 총선 준비를 완전 무너뜨린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였다. 당초 여의도연구원에선 여러 조사와 자문을 통해 강서보궐선거 후보 내면 안 되고 김태우는 더더욱 아니란 결론을 냈다. 김기현 당대표도 이를 수용해 용산에 입장 전달했다가 VIP에게 묵사발 되었다는 후문이다.

윤 대통령은 김태우가 바른 일을 하다 억울하게 감옥 살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실제 김태우는 지저분한 비리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윤석열 고집은 끝내 김태우 출마를 강행시켰고 무려 17%차 대패로 국민의힘은 일순간 재앙이 덮쳤던 것이다.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 당의 기능이 일순간 마비를 일으키며 자중지란에 빠졌다. 윤 대통령의 고집이 가뜩이나 어려운 당을 벼랑에서 등 떠밀어 버린 것이다. 지금까지 준비해오던 총선 준비는 물거품이 되었고 완전히 새로운 국면이 전개된 것이다.

'윤핵관 책임론' '중진 사퇴론'이 거세게 일었지만 비윤계도 비겁하긴 매한가지였다. 급히 인요한을 불러들여 혁신위를 꾸렸다. 당에 지분도 없던 정치 초보가 뭘 할 수 있었겠나. 성과 없이 결국 아무 준비도 안되어있던 한동훈을 조기 등판시킬 수 밖에 없었다.

한동훈의 실수는 말()을 잘못 바꾼 데 있다. 강 건널땐 말을 함부로 바꾸는 게 아니다. 총선 지휘할 사무총장을 판사 출신의 초선으로 앉힌 것이다. 사무총장은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진짜 실세인데 아무 경험도 없는 이를 앉혔다.

총선 전략을 뒷받침하는 여의도연구원장도 여론조사 전문기자 출신을 앉혔다. 새 여연원장은 총선 내내 여론조사를 통한 판세 전망을 보고했지만, 당 사무처에서 해당 후보들에게 알려주지도 대응전략도 내놓지 못했다.  이 모든 게 강서보궐선거가 만든 비극이었다. 갑자기 폭탄 맞고 우왕좌왕하다 급하게 총선을 치룬 것이다.

한동훈에게 아직도 '왜 공천을 그 따위로 했냐'는 이들이 있는데, 너무나 명백하지 않나. '김건희 특검' 표결 때문에 섣부르게 현역을 날리지 못한 게 아닌가. 한동훈인들 시원하게 물갈이 시키고 화끈한 선거를 하고 싶지 않았겠나.

결국 '용산발 리스크'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특검 받으면 저쪽에서 계속 요구한다'는 이상한 논리를 들이대며 끝내 특검 거부하다 총선 뒷덜미를 잡히게 만들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 특검을 해도 어차피 크게 나올 것도 없는데 오히려 대범하게 응하고 전략을 짰으면 '김여사 동정론'도 생겨났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격노'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도 당이나 대통실에서 아무도 이 문제를 입에 올리지 못했던 것이다. 한동훈도 대놓고 말은 못 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조치'를 얘기했지만, 눈치없는 윤석열은 끝내 화답을 안 했다 어차피 총선 지면 '폭망'인데 바보짓을 한 것이다.

이런 배경을 보지도 않고 백날 '전략이 없었네 뭐네' 말해봐야 아무런 도움 안된다. 맨날 '마누라만 빼고 싹 다 바꾸라'는 대안도 없는 무책임한 평론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 결국 윤석열의 고집과 이를 제어 못한 국민힘의 한계가 만들어낸 파국이었다.

'영남당'이니 '영남자민련'이니 백날 떠들어봐야 자해밖에 안된다. 수도권, 2030 대책 같은 거 하는 걸 못봤다. 이명박 시절에도 'X세대 분석' 같은 거 외주를 줬고, 박근혜 시절에도 지역별 전략을 짰었다. 지금 국민의힘은 크게 보고 길게 보는 능력이 상실된 듯 하다.

총선 끝난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벌써 '총질'들인가. 그건 언론이나 평론가들이 해도 충분하다. 차분하게 자숙하며 원인을 분석하고 방향과 대안과 마련해야지. 당권욕으로 섣부르게 성토판이나 깔아 당내 여론몰이나 하는 게 진짜 반성과 성찰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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