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상투성'이라고 해야 해야 바른 번역이다

[최보식의언론=박동원 논설위원]

1찍, 2찍, 수박, 좌빨, 빨갱이 심지어 좌파 우파도 용도에 따라 멸시와 낙인의 용어로 쓰일 때도 있다. 이런 용어들은 상대를 모멸하고 비하하는 용어다.

욕은 감정만 스며있지만 이런 관용어나 비유어들은 '사회성'을 지닌다. 욕보다 훨씬 무서운 말들이다. 낙인찍기인데 심화되면 죽여도 좋은 상황까지 온다.

상대를 향한 말뿐 아니라 자유우파, 개딸, 문파 같은 특정한 이념이나 팬덤을 지칭하는 관용어나 비유어들도 굉장히 위험한 자칭이다. 스스로를 범주에 가둠으로써 일체감을 느끼고, 동질감과 연대적 효능으로 인해 신념화 된다. 홍위병처럼 끼리끼리 모여있으면 자기 객관화가 안된다.

다 알려진대로 한나 아렌트가 홀로코스트 가해자 아이히만 재판을 보며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을 만들었다. 근데 이 말은 잘못 번역됐다. '평범성'이라 하면 '누구나 일상속에서 악을 저지를수 있다' 혹는 '누구나 악을 저지르며 산다'로 해석된다. 조국의 일상적 죄 같은 것에도 면죄부를 준다.

'악의 상투성'이라고 해야 해야 바른 번역이다. 상투란 늘 써서 버릇이 되다시피 한 것을 뜻한다. 항상 상 常 씌울 투 套, 일상에서 쓰고는 말을 사용케 함으로써 자신의 악행이 그저 평상시 하고 있는 일상적 행위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히만은 그저 통조림 공장에 생선 나르듯 유대인을 옮겼다.

그를 이렇게 만든게 바로 '말'이다. 유대인 절멸을 '최종해결책', 학살을 '특별취급', 장애인 살해를 '안락사' 같은 상투적인 말을 사용케 함으로써 사람을 살해하고 있다는 개념을 상실케 했다. 1966년 모택동의 홍위병들도 혁명의 사명감에 오도된 자기확신으로 학살을 자행했다.

이재명이 아무렇게나 내뱉은 '2찍'에서 지지자들은 윤석열을 찍은 이들이 단지 이견을 가진 동반자가 아니라 멸절시켜야 할 세력으로 인식하게 된다.

민주당 안에서 '노무현 막말'로 논란이 있는 양문석 후보가 끊임없이 내뱉는 '수박'은 밟아 터트려 없애 버려야 될 존재들로 인식된다. 폭력집단에는 늘 이런 상대를 규정하는 상투적 용어가 있다.

그래서 개딸들은 이재명을 비판하는 비명계 의원들을 총으로 쏴 처단하겠다는 섬뜩한 현수막을 달았다. 말은 개념이고 일상적 말은 폭력을 상투화시킨다. 말이 무능해지면 생각이 무능해지고, 생각이 무능해지면 행위가 무능해진다. 소위 '자유우파'란 말도 스스로 가두는 용어다. 세상과 자기 자신을 얼마나 확신하기에 스스로를 '자유우파'라 칭할까.

이러니 공천 취소에 폭력적 반응을 보인다. '자유우파'란 말에 갇혀서 객관화가 안돼 유연성이 떨어진다. 물론 제대로 안 거른 국민의힘 책임도 크다. 제대로 싸우는 사람은 목소리 큰 사람이 아닌 논리를 가진 사람이다. 정치와 선거는 상대와 싸우는 게 아니라 유권자를 얼마나 끌어들이는가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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