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으로 덕을 본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경쟁자 안철수에게 치명타여서다.

최영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YTN 화면 캡처
YTN 화면 캡처

25일 사퇴한 박찬진 선관위 사무총장이 아빠 찬스의혹 당사자 6인 중 4명 채용을 결재했다. 특혜 채용 의혹을 받는 선관위 전·현직 자녀 6명 가운데 4명을 그가 사무차장 재직 시(202010~20226)에 사인했다.

셀프 결재논란이 불거진 자신의 딸 말고 신우용 제주, 윤모 전 세종 상임위원, 김모 과장 등 3건도 승인했다.

박 총장은 작년 1월 광주 남구청에서 9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딸의 전남 선관위 경력직 9급 채용 당시, ‘4촌 이내일 때 서면 신고행동강령을 외면했다.

불법 임용된 선관위 간부 자녀들은 초고속 승진 코스를 밟았다. 박 총장 딸은 채용 후 6개월 만에 9급에서 8, 신 상임위원 자녀는 7개월 만에 8급에서 7, 김모 과장 자녀는 14개월 만에 8급에서 7급으로 승진했다.

송봉섭 사무차장도 아빠 찬스는 없었지만 도의적 책임" 운운하며 동반 사퇴했다.

선관위가 5급 이상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들어간 지 하루 만의 충격적인 사태다. 특혜 비리 핵심들이 구조적 비리를 무마할 요량에 옷부터 벗은 게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전수조사에서 추가 적발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부담감으로 사퇴했을 것이다.”(이만희 국민의힘 의원)

선관위가 외딴 섬처럼 폐쇄적 운영으로 모럴 헤저드가 극심했다는 지적이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결국 부패할 수밖에 없다.

자녀 채용 비리의 만연을 보면, 과연 선거 관리는 엄정하게 했을지 의문이다.

최근 아빠 찬스비리의 패턴이 동일한 것을 보면 조직적 일탈로 볼 수밖에 없다.

대법관이 비상임 기관장(중앙선관위원장)’으로 처삼촌 묘 벌초하듯 헌법기관을 대충 맡다보니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실무 최고 책임자인 장관급 사무총장이 자신의 자녀를 눈 질끈 감고 불법 채용했다. 그러다보니 여타 고위직 간부들 자녀의 채용도 눈감아줄 수밖에 없었다. 공범의식에서 품앗이 일탈을 눈감아준 셈이다. 누군가 빽 없는 민초의 자녀가 아빠 찬스에 밀려 분루를 삼키며 밀려나진 않았을까?

그런데 단순히 누이좋고 매부좋은 인사비리에만 국한된 일일까? 본연의 업무인 선거관리 역시 편향적 자세를 보인 예가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무소불위 권한을 도덕불감증 무리에게 쥐어주는 게 옳은가?

20대 총선 두 달 후인, 201669일 선관위가 A4 두 장짜리 보도자료를 냈다.

“20대 총선에서 2개 업체로부터 총 2382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허위로 회계 보고한 비례대표 2명과 사무장 등 5명을 고발했다.”

이는 국민의당 홍보비 리베이트 사건이었다. 국민의당은 총선에서 38석을 얻으며 제3당에 올랐다가 선관위 발표 후 당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박선숙·김수민 의원은 포토라인에 섰다.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가 물러났다. 당내 혼란은 계속됐다. 결국 2017년 대선에서 패배하며 이 당은 창당 2년 만에 사라졌다. 선관위 고발이 바로 사망 선고였던 셈이다. 마음만 먹으면 정당 하나 공중분해시키는 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선관위의 고발조치를 당한 이들은 1·2심에 이어 20197월 대법원에서도 무죄였다.

대법원 무죄 판결 후에도 선관위는 유감 표명도, 책임을 지지도 않았다.

이 사건으로 덕을 본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경쟁자 안철수에게 치명타여서다. 선관위 고발에 음모론까지 제기됐다. 선거범죄를 감시·고발하는 선관위를 믿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코로나 상황이긴 했지만, 그렇다 쳐도 대선 소쿠리 투표가 말이 되나? 그때도 핫바지 방귀 새듯 마찬가지로 어물쩍 넘어갔다. 선관위는 헌법기관임을 내세워 직무 감사도 받지 않는다. 문제가 터져도 국민은 물론 정치권조차 정확한 실상조차 파악하기 힘들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왜 가타부타 말이 없나? 일말의 책임도 못 느끼는 책임불감증에 걸렸나? 사무총장이 누가 되든 견제받지 않는 선관위 운영이 바뀌지 않는 한 문제는 반복될 거다.

선관위 본연의 업무인 선거관리의 공정성과 객관성까지 의혹의 불길에 휩싸이면 어쩔 것인가.

 
저작권자 © 최보식의언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