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최고위원 있는 기간 마이크 쥐었을 때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당신이 공천 문제 때문에 신경 쓴다고 하는데, 당신이 최고위원 있는 기간 마이크 쥐었을 때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이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에게 공천을 대가로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정책을 적극 옹호해줄 것을 요청하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1일 MBC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MBC는 녹취된 내용은 지난 3월 9일 저녁 태 최고위원이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보좌진을 모아놓고 한 발언이라고 했다.
MBC 취재진이 사무실에 잠입해 몰래 녹음했거나 도청했을 리는 없고, 태영호 보좌진 중에서 그 발언을 녹음한 뒤 MBC에 건네줬다는 게 된다. 얼마 전 태 의원 내부 회의에서 나왔던 '민주당은 JMS 정당'이라는 표현이 바깥으로 유출된 적 있었다. 태영호 의원실 내부에 ‘스파이’가 있을 확률이 높다.
이번에 보도된 녹취록 내용은 정치적으로 문제 소지가 많다. 이진복· 태영호 둘 중 하나는 옷을 벗어야 하는 사안이 될 수있다.
녹취 내용이 사실이라면 “공천”을 운운하며 태 의원에게 ‘윤 대통령 호위무사’ 역할을 주문한 이진복 정무수석은 공천권 개입 등 법적으로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녹취 내용이 사실이 아니고 태 의원이 꾸며낸 말이라면, 태 의원은 대통령실을 음해한 책임을 져야 한다. 전당대회에 출마하려던 나경원 전 의원은 저출산 대책을 발표한 것만으로 "대통령과 전혀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대통령실의 집중 난타를 받았던 적 있다.
MBC가 보도한 녹취록의 녹음 날짜는 김기현 대표와 태 최고위원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선출된 3·8 전당대회 하루 뒤다.
녹취록에 따르면 태 최고위원은 보좌진에게 “오늘 나 (대통령실) 들어가자마자 정무수석이 나한테 ‘오늘 발언을 왜 그렇게 하냐. 민주당이 한일관계 가지고 대통령 공격하는 거 최고위원회 쪽에서 한마디 말하는 사람이 없냐. 그런 식으로 최고위원 하면 안 돼’(라고) 바로 이 수석이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태영호)이 공천 문제 때문에 신경 쓴다고 하는데, 당신이 최고위원 있는 기간 마이크 쥐었을 때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매번 (내가)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태 최고위원이)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정상적으로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거 신경 쓸 필요도 없어”라고 이 수석이 말했다는 것이다.
태 최고위원은 “아니, 오늘 ‘한·일관계 얼마나 좋냐’ 첫 상견례 자리에서 당신이 그거 탁 치고 들어왔으면 대통령한테 가서 ‘이거 오늘 한·일관계 태영호가 한마디 했습니다’ 이러면 얼마나 좋을 뻔했느냐”는 이 수석의 말을 옮긴 뒤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 했다.
MBC 보도 직후 태 최고위원은 입장문을 내고 "의원실의 내부 보좌진 회의 녹취록이 유출되어 보도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 수석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관계 문제나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태 최고위원은 녹취록 내용에 대해선 "전당대회가 끝나고 공천((서울 강남갑)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정책 중심의 의정활동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태 최고위원은 이 수석과 만난 뒤로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일제 강제징용 해법과 한·일관계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이 국익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정치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하는 등 윤 대통령 옹호 발언을 자주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믿기 어렵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여당 최고위원인 현역 국회의원에게 '용산의 하수인' 역할을 하도록 공천으로 협박한 것 아닌가"라며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대통령실의 불법 공천개입이 아닌지 검찰과 경찰은 신속, 공정하게 수사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진복 수석은 “태 최고위원과 만나서는 4·3 관련 얘기를 했을 뿐”이라며 “나는 (녹취록에 나오는) 그런 말 한 적도 없고 태 최고위원도 내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했다”고 부인했다.
3선 의원 출신인 이진복 수석은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나경원· 안철수 저지를 위해 과도한 개입으로 물의를 빚었다.
당시 이 수석은 안철수에 대해 "당신이 입 다물고 있으면 우리는 안 건드린다" "대통령 참모들을 간신배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을 그렇게 보는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