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을 버리고 신상품만 택한 정치의 말로
[최보식의언론=박동원 논설위원(폴리컴 선거컨설팅회사 대표)]

정치경력 6개월 초보를 대통령 만든 당.
정치 경력 아예없는 초보를 비대위원장 앉힌 당.
정치경력 전무한 초보가 광역단체장 나오는 당.
정치 시작한 지 3년 된 초보를 당대표로 뽑는 당.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정치는 경륜이 가장 중요한다. 인간의 지능은 논리, 암기, 지식, 창의를 담당하는 '유동지능'과, 판단, 지혜, 선택 등을 담당하는 '결정지능'이 있다.
유동지능은 40대가 넘어가면 쇠퇴한다. 하지만 결정지능은 40대가 넘어서부터 발달하기 시작한다. 젊은 과학자는 있지만 철학이나 인문학은 나이가 들어야 된다.
이때 사람의 인성과 성찰력에 따라 '성숙한 어른'이 되는가, 아니면 '교활한 늙은 꼰대'가 되는가가 결정된다.
정치는 좋은 법과 정책을 만드는 직업이 아니다. 그건 해당 분야 석박사들이 더 잘 만든다.
정치인의 역할은 법과 정책이 실제 집행됐을 때 어떤 이익이 있는지, 문제는 없는지, 피해자는 없는지를 살피고, 반대자를 설득하고 반대당과 타협을 통해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사람이다.
유동지능이 못 보고 못 하는 걸 결정지능이 해내는 것이다.
시간을 거스르는 건 아무것도 없다. 세상의 모든 일은 거칠 시간을 거쳐야 된다. 겉보기엔 빠르게 이뤄진 것 같지만 반드시 반대급부가 발생한다.
산소가 생존에 반드시 필요하고 유산소 운동을 통해 건강을 빠르게 찾으려 하지만 과도한 산소는 활성산소를 더 만든다. 운동선수가 의외로 일찍 죽는 이유다.
활성산소가 혈관을 망가트려 암이나 여러 질병을 만들어낸다.
모든 세상 이치가 그렇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을 흔히 뒤늦게 만들어진 그릇, 즉 인물이나 재능이라 해석하는데, 그게 아니라 큰 그릇이 만들어지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단 뜻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우화도 그렇다. 배를 빨리 가르면 황금도 사라진다.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며 단번에 대선주자가 된 안철수는 여전히 새로운 정치에 머물러 있다. 늘 새인물을 갈구하는 보수당은 새인물들 때문에 망해 간다.
정치는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기제다. 새로울 게 없다. 역설적으로 정치의 근본으로 돌아가는 게 새로운 정치다.
정치가 새로워야 할 건 시대의 변화에 따른 현상들에 어떻게 정치의 근본을 접목할 것인가, 변화하는 세상과 사회에 어떤 제도정책을 써야 욕망이 조화될까를 고민하고 해소하는 것이다.
정치는 사람의 욕망을 조절하는 기능이라 AI니 뭐니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대체할 다른 무언가가 없다. 여론을 따라가는 포퓰리즘도, 정치인의 판단이 우선하는 엘리트주의도 서로 간에 조화를 이뤄야 된다.
민주당은 20년 이상된 정치인들이 당을 이끌어가는데, 국민힘의 중진들은 입 다물고 신참들이 마구 설쳐대는 이상한 당이 되어버렸다. 초선은 싸우고 중진이 끌어가야 되는데, 국민힘은 반대다. 이념과 노선을 바꾸려는 노력 없이 계속 국민들 앞에 '신상품' 들이밀며 뭘 해보려 한 결과다. (어떤 상품에 대한 기존 광고의 신선함이 퇴색할 즈음 새로운 광고를 내보내면서 ‘기대와 환상’이 식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
2000년 밀레니엄. 항공산업의 발달로 인한 세계화 시대와 더불어 인터넷의 보급으로 세상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이념도 다변화되었다. 소련도 해체되며 차원이 달라졌다. 과거 보수 이념이 시대를 다하며 대한민국 보수당도 변화해야 할 시점이 왔다.
자유ᆞ민주ᆞ공화라는 이념에 근거해 개인의 자유로운 권리와 공화국에 대한 의무를 담아낸 '공동체자유주의론'.
양극화 해소와 개인의 무한한 자유의 절제를 담은 '따뜻한 보수론' 같은 새로운 보수이념은 수구세력들에 의해 거부되고 오히려 배신자 딱지를 붙이며 저항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국민의힘이다.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거부하고 변화의 노력을 배신자로 몰아부치며 기득권을 지키려 했다.
오로지 상대당의 실정과 반대급부에 기반해 포장만 잘한 새로운 정치, 새로운 인물에 매달려 화장빨만 세워온 게 보수의 현실이다.
이념과 노선의 변화없이 좌파들 영입을 통해 화장빨만 세워온 결과다. 좌파와 시민사회 영입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이념과 노선의 변화없이 영입만 하다 보니 청바지에 색동저고리 입는 근본 없는 정당이 되어버렸단 의미다.
애매한 정체성을 배신자론으로 커버한다. 정작 시대의 변화에 따른 보수의 변화를 모색했던 이들을 배신자로 몰며 변화를 거부하고 기득권을 지키려 한 결과가 지금 국민의힘이다.
정치초보 당대표가 ‘왜 자긴 잘했는데 17%’라며 화를 내고 있다.
변화란 동태적 흐름이다. 실제 변화는 과거 - 현재 - 미래의
공존선상에 놓여 있다. 변화는 현재형이다.
과거를 쳐다보는가 미래를 지향하는가에 변화하는가 변화를 거부하는가가 판가름난다.
배신자론은 과거를 쳐다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말이다.
부정선거도 과거를 쳐다본다.
윤어게인도 과거를 쳐다본다.
이승만도 박정희도 과거를 쳐다본다.
이념과 노선의 변화를 하지 못했으니 과거만 쳐다보는 것이다.
골방에 처박혀 소주잔 들이켜 마시며 ‘내가 옛날에 얼마나 잘나갔는지 알아’ 백날 외쳐봐야 과거는 돌아오지 않는다.
맨날 변화 거부하고 배신자 만들며 남아 있는 건 1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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