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한국 사회에만 존재하는 '3대 칼부림'을 분석한 바 있다

[최보식의언론=이양승 객원논설위원(군산대 무역학과 교수)]

박형준 부산시장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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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욱 포항시장 예비후보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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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충북지사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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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한국 사회에만 존재하는 '3대 칼부림'을 분석한 바 있다. 명절 칼부림, 층간소음 칼부림, 주차장 칼부림...여기에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바로 '공천 칼부림'이다.

요즘 국민의힘을 보고 느낀 건 정치는 사라지고 코미디만 남았다는 점이다. 이게 과연 정당인지 묻게 된다. 국정을 논하는 정치집단이라기보다 지방을 순회하는 삼류 극단에 가깝다. 문제는 웃기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금 벌어지는 ‘삭발 대란’이 그 상징이다. 강원에서, 충북에서, 부산에서 머리카락이 사라질수록 정치는 더 흐릿해진다. 정책도, 비전도, 책임도 보이지 않는다. 남은 것은 감정 과잉의 퍼포먼스뿐이다.

이 '삭발 대란'의 뿌리는 어디인가. 출발점은 분명하다. 한동훈 제명이다. 그 이후 이어진 친한계 인사들에 대한 징계 역시 법원에 의해 ‘정지’ 판단을 받았다. 정치적 결정이 사법부에서 연이어 제동이 걸렸다는 것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당의 의사결정 자체가 정당성과 절차적 정합성을 잃었다는 의미다.

이 지점에서 지금의 공천 파동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공천에서 컷오프되거나 탈락한 인사들이 과연 당의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이미 지도부의 판단이 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당의 결정이니 따르라”는 요구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기준이 무너진 조직에서 결과만 강요하는 것은 통치가 아니라 강행이다.

결국 현재의 ‘공천 칼부림’과 ‘삭발 대란’은 우연한 사건이 아니다. 비정상적인 제명에서 시작된 균열이 연쇄적으로 확산된 결과다. 원칙이 무너진 자리에서 갈등은 필연적으로 폭발한다.

정치에서 기준은 갈등을 없애지는 못해도, 갈등을 관리하게 만든다. 지금의 국민의힘에는 그 기준이 없다. 원칙 대신 눈치가, 시스템 대신 이해관계가 작동한다. 그래서 공천은 설계가 아니라 충돌이 되고, 조정은 리더십이 아니라 즉흥적 타협으로 변질된다.

대구 공천 파동은 그 축소판이다. 컷오프가 돌연 등장하고, 지도부는 엇박자를 내며, 결정은 번복된다. “통제 불능”이라는 평가와 “짜인 각본”이라는 의심이 동시에 나오는 상황 자체가 '비정상'이다. 무능이든 연출이든, 어느 쪽이든 정상적인 정당의 모습은 아니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내부 소동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심은 이미 떠나고 있다. “더 이상 찍지 않겠다”는 반응이 지역에서 공공연히 나온다. 보수의 심장이란 대구에서조차 안심하기 어렵다. 지지율은 하락하고, 내부에서는 여전히 원칙과 희생을 말할 뿐이다. 그건 고집이지 전략이 아닌 것이다. 관객이 떠난 극장에서 배우들끼리 명연기를 논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정치는 본래 책임의 영역이다. 갈등을 다루되 해법을 제시해야 하고, 결정을 내렸다면 그 정당성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국민의힘은 책임 대신 퍼포먼스를 택했다. 그리고 그 퍼포먼스의 정점이 바로 ‘삭발 대란’이다.

삭발은 늘어나지만 신뢰는 줄어든다. 목소리는 커지지만 메시지는 사라진다. 행동은 과격해지지만 의미는 공허해진다. 정치가 사라진 자리에서 코미디만 남았다.

이대로라면 다가올 선거는 경쟁이 아니라 '콜드게임 패' 결과 확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유권자는 더 이상 이 무대를 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깨닫게 될 것이다. 비정상적인 시작이 결국 모든 것을 무너뜨린다는 사실을. 정치를 코미디로 만들면, 유권자는 투표로 막을 내리게 한다. 웃기지도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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