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군 수뇌부들끼리의 비공개 통화 내용까지 언론에 흘려 플레이를 하느냐

[최보식의언론=박주현 재담 엔터테인먼트 대표, 윤우열 기자]

KBS 화면 캡처
KBS 화면 캡처

국방부가 어설픈 '정신 승리'를 시전하다가 한밤중에 주한미군에게 건조하고도 묵직하게 뺨을 맞았다.

미군이 서해 공중 훈련을 미리 알리지 않아 안규백 국방장관이 항의했고, 주한 미군사령관이 '잘못했다'며 사과했다는 국방부의 영웅담이다.

주한미군은 지난 18∼19일 오산기지에서 F-16 전투기들을 서해상으로 출격시키는 대규모 훈련을 벌였고, 이에 중국 전투기들이 대응 출격하면서 서해상에서 미중 전투기의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상황을 보고받고 지난 19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직접 전화로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브런슨 사령관이 이 사안과 관련해 한국 측에 '사과'했다는 후속 보도가 나왔다.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오전 브리핑에서 브런슨 사령관의 '사과' 여부와 관련해 “일정 부분 해당 보도 내용이 사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주한미군이 이례적으로 이날 밤중에 입장문을 내고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사과'했다는 한국 군당국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주한미군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직접 통화해 한국 측에 (서해 공중 훈련 계획안에 대해) 사전 통보가 이루어졌음을 재확인했다”며 “다만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에게 제때 보고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다”고 했다. 

이어 “주한미군은 최고 수준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정례적인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는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한미군은 훈련 계획을 사전통보했는데 국방부 장관이 몰랐던 것은 우리 군 내부의 보고체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또 주한미군은 브런슨 사령관이 안규백 장관뿐 아니라 진영승 합참의장과도 통화했다고 밝히면서, "브런슨 사령관이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비행금지구역 재설정 등 9·19 남북 군사 합의 복원과 관련해 ‘한국군 스스로 대비 태세를 제약하는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주한미군은 “브런슨 사령관은 합참의장과 통화하며 대비태세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에 대한 자신의 전문적 평가를 공유했다”며 "우리는 고위 지도자들 간 비공개 논의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한 대화는 효과적인 동맹 조율에 필수적이며,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선택적인 정보 공개는 우리가 공유하는 안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미군의 입장문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우리는 분명히 너희 실무진에게 사전 통보를 했다. 그런데 장관과 합참의장 귀에 안 들어간 걸 왜 우리한테 따지냐? 군대가 훈련하는 걸로 사과할 생각 추호도 없다. 그리고 한국은 군 수뇌부들끼리의 비공개 통화 내용까지 언론에 흘려 플레이를 하느냐."

완벽한 치욕이다. 동맹국 장관의 체면을 생각해서 적당히 뭉개줄 법도 한데, 미군은 얄짤없이 '진실'의 칼을 빼 들었다. 이는 미국이 한국 정부의 '언론 플레이용 거짓말'에 진저리가 났다는 명백한 증거다.

이 촌극에서 진짜 소름돋는 지점은 따로 있다. 미군이 분명히 통보를 했는데도 장관과 합참의장이 몰랐다면, 군의 생명이라 해도 과하지 않은 보고 체계가 완전히 다운됐거나 누군가 고의로 랜선을 뽑아버렸다는 소리다.

안방 코앞에서 미군과 중국군이 전투기를 띄워 일촉즉발의 대치를 벌이는데, 정작 집주인인 국방부 장관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래 놓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미국이 사과했다"며 대국민 보이스피싱을 시도한 것이다.

이 정부는 국제 외교를 '동네 계모임 뒷담화' 수준으로 취급한다. 불리하면 일단 허언을 하고, 안 걸리면 자기 공으로 포장하는 게 패시브 스킬이 됐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때도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며 대국민 거짓말을 발표했으나, 아직도 완성된 합의문은 국민 그 누구도 본 적이 없다.

국내 정치에서 지지자들에게나 통하던 얄팍한 '가스라이팅'을 글로벌 무대에서 똑같이 시전하려다 벌어진 대참사다. 국제 사회라는 냉혹한 프로 리그에 나가서, 부루마블용 가짜 지폐를 내밀며 물건을 달라고 떼를 쓰는 꼴이다.

대통령부터 장관까지 입만 열면 허언이 숨 쉬듯 튀어나오는 상황에서, 주한미군과 국방부 중 국민은 누구의 말을 믿겠는가. 국제 무대에서 거짓말이라는 부도 수표를 남발하는 아마추어들 덕분에, 한미 동맹은 이제 '혈맹'이 아니라 '팩트 체크 대상'으로 전락했다. 훈련 사실도 몰랐던 무능보다, 그걸 덮으려 얄팍한 거짓말을 흘리다 들통난 그 뻔뻔함이 국가 안보의 최대 리스크다.

내가 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화가 치미는 이 상황에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 무력감이 더 굴욕적이다. 그러나 이제 안 부끄러워 하려 한다. 정말 부끄러워 해야하는 사람들은 뻔히 이렇게 될거라 미리 알리며 어떻게든 막아보려던 우리들이 아니다.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안규백장관, #진영승합참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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