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왜 지금 ‘1948년 제2차 당대회’를 소환했을까

[최보식의언론=박지현 인간안보아태전략센터 선임연구원(영국 거주 탈북민)]

박지현 SNS
박지현 SNS

2월 20일부터 현재(23일)까지 북한은 9차 당대회를 진행 중이다

21일이 기본 회의 시작이라고 봐야 할텐데 9차 당대회 내용보다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다.

로동신문이 9차 당대회가 열리는데 “우리 혁명사에 분수령으로 빛나는 당대회들, 조선로동당 제2차대회”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기 때문이다.

지나칠 수 있는 기사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이번 당대회 핵심을 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쓴 글이다.

북한 제2차 당대회는 1948년 3월 열렸다. 그때는 북한과 한국도 아직 수립이 되기 전이고 유엔 감사하에 진행되던 선거도 진행이 되기 전이다.

당시 한반도 어디에도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고 임시정부만 있었다. 북한 임시정부는 존재했지만 실제로는 소련군 점령 하의 북조선 지역과 공산당 조직뿐이었다. 즉, 이 대회는 주권국가의 집권당 대회가 아니라, 또 국가 수립을 준비하는 정치조직의 대회가 아닌 소련의 모델을 그대로 한반도에 옮기려는 소련 공산당과 북한 공산당의 정치적 회의였다.

그런데 오늘 북한은 그 시기를 “우리나라에서 혁명과 건설을 다그친 분수령”이라고 표현한다. 국가보다 당이 먼저였다는 것을 다시 상기시킨다.

로동신문에는 또한 “우리의 민주기지를 튼튼히 다지며”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 시기 북한은 남북 분단이 확정되기 전이고 북은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 조선 혁명의 기지로 설정하는 것이다

북한 당 창건은 1945년 10월10일이지만 탈북자라면 누구나 알듯이 '북한 조선로동당은 1930년 6월에 만들어졌다'고 배운다

북한은 김일성 항일 활동 서술에서 1930년 6월 카이로 회의에서 ‘조선공산당 재건 노선’을 제시했다고 주장하고 그때 주체사상에 기반한 혁명 방침도 내놓았다고 배웠다.

결국 지금 진실을 알게 된 건 북한이 소련에 의해 만들어진 당의 역사를 숨기기 위해서였다. 역사에 의하면 1945년 10월14일 이지만 62.5 전쟁 이후 북한이 10월 10일로 당 창건 일을 바꾼다.

그리고 기사에는 2차 당대회를 사회주의 과도기 첫 시기 과업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과도기다. 과도기란 단순한 발전 단계가 아니다.

그것은 체제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시기, 기존 질서에서 새로운 질서로 넘어가는 구조적 전환 구간을 의미한다.

1948년 3월, 그들이 말한 과도기는 해방 직후의 권력 장악 단계를 마무리하고, 국가 수립을 준비하며, 사회주의 체제로 이행하는 준비 국면이었다고 볼수 있다.

왜 지금, 그 “과도기”를 다시 상기하는가? 과거의 과도기를 강조하는 것은 현재 또한 또 하나의 과도기임을 암시하는 방식이 아닐까?

노선의 전환, 헌법 구조의 수정, 남북 관계에서 '두 국가론'의 명문화 가능성 아니면, 하나의 국가론으로 노동당 입지를 다시금 한국에 상기시키는 것? 

과도기에는 항상 당의 통일과 영도(령도)강화가 함께 강조된다. 왜냐하면 전환기란 체제가 흔들릴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번 당대회 모집자들로 인해 고초를 겪었다는 소식은 이미 읽었다. 그만큼 내부가 요동을 치고 있기에 과도기를 꺼내 든 것이 아닐까?

그리고 국가도 없던 그때 북한은 왜 “우리나라 혁명과 건설...” 이라는 표현을 썼을까? 국가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김일성이 항일투쟁 과정에 이미 존재했던 것 처럼 꾸미기 위해서였겠지?

그것이 또 세뇌 교육의 혁명 활동 한 부분이기에...

북한이 제2차 대회를 소환하는 이유는?

국가보다 당이 먼저였다는 정통성 강조

사회주의 과도기 첫 시기 과업이라는 표현으로 현재를 또 다른 전환기로 설정

당의 통일·단결·령도 강화 강조

최근 두 국가론, 헌법 수정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 역사 호출은 단순한 기사는 아니다. 국가의 형태가 바뀌더라도 당의 절대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김정일 시대를 지우고 김일성 시대로 가서 북한을 한반도 국가로 지정할려는 것인지?

북한은 여전히 러시아 지배를 받고 있다. 국호도 인공기도 모두 소련이 만들어 준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소련 북조선 공산당 지부에서 열렸던 2차 당대회를 다시 소환하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또 21일 러-우 전쟁 4주년 맞으면서 한국에 있는 주한 러시아 대사관이 러시아어로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Победа будет за нам)”라고 쓴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한다. 주변국 나라들 대사관에는 그런 현수막이 없는데 한국만 걸려 있다고 한다.

같은 날에  이런 게 동시에 벌어진 게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아직 당대회가 진행 중이라 계속 지켜봐야 하지만 이는 우연으로만 지나칠 수 없는 사건이다.

 


#북한정치 #조선로동당 #당대회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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