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스스로 만든 권력에 노예가 되는가
[최보식의언론=강평기 러시아전문가('표트로대제의 개혁' 저자)]

그것이 없이는 사람들에게 도저히 살아갈 수 없다고까지 여겨지는, 바로 그 정부란 무엇인가?
한때는 정부가 필요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조직된 이웃의 공격 앞에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는 상황보다 정부가 차라리 덜한 악이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오늘날의 정부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기들이 민중을 겁주는 그 모든 것보다도 훨씬 더 거대한 악이 되어버렸습니다.
정부가 존재할 수 있다면, 이미 말할 것도 없이 유익하다는 수준이 아니라, 적어도 해롭지 않기라도 하려면, 그 정부는 중국인이 상정하듯 오직 결점이 없는 성인들로 구성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의 정부란 그 활동의 본질 자체가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기에, 그 구성원은 언제나 성인과는 정반대되는 사람들, 즉 가장 뻔뻔하고 거칠며 타락한 사람들로 채워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정부든 특히 군사력을 부여받은 정부는 이 세상에서 가장 해롭고 위험한 기관입니다.
정부란 가장 넓은 의미에서 볼 때, 대다수의 국민이 그들 위에 있는 소수의 지배 아래에 놓여 있는 조직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소수는 다시 더 적은 수의 또 다른 소수에게 복종하며, 그 소수는 다시 그보다 더 적은 수의 소수에 복종하는 식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마침내 몇 사람에게로, 혹은 어떤 경우에는 단 한 사람에게까지 귀결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사람이 군사적 폭력을 수단으로 다른 모든 사람 위에 권력을 얻게 됩니다.
그러한 사람은 언제나 다른 누구보다도 더 교활하고, 더 뻔뻔하며, 더 파렴치한 자이거나, 혹은 그러한 뻔뻔함과 파렴치함을 지녔던 자들의 상속자입니다.
그리하여 이러한 자들에게 재산과 생명에 대한 전권뿐만 아니라, 모든 이의 정신적·도덕적 발전, 교육, 그리고 종교적 인도에 관한 절대적인 권력까지 부여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권력이라는 이토록 무시무시한 기계를 스스로 만들어 놓고는, 그 권력을 장악할 기회를 아무에게나(하지만 도덕적으로 가장 저질인 자가 그것을 움켜쥘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음에도) 내어줍니다.
그러고는 권좌에 앉은 자에게 노예처럼 복종하면서도 자신의 삶이 왜 이토록 고통스러운지 의아해합니다.
그들은 폭탄이나 무정부주의자는 두려워하면서도, 매 순간 자신들에게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이 끔찍한 제도 자체는 두려워할 줄 모릅니다.
- '나의 영웅, 톨스토이 할아버지'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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