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 디자인 설전
[최보식의언론=장현주 시민논객]

군복은 어느 나라에서나 자긍심의 표상이기도 하고 멋의 상징이기도 하다.
예복이 아닌 경우 보통 활동성과 기능성을 중심으로 디자인 하지만, 과거 침략주의 국가들은 남성성과 위압감에 주안점을 두기도 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군복, 이탈리아 파시스트 단복, 일본 제국군대의 장교복 등이 이에 해당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한 연방 사법기관의 제복이 조롱의 대상이 된 바 있다. 국경순찰대 정복 이야기인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오늘은 군복에 얽힌 이야기들을 일부 알아본다.
<미시마 유키오의 사제 군복>
천황 중심의 군국주의를 신봉했던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平岡公威)는 병역부적합 판정을 받아 군입대를 하지 못했다. 그런 그가 군문에 대해서는 여전히 로망을 가지고 있었던지, 1964년 39세의 나이로 자원해서 육상자위대의 군사 훈련(46일)을 받았다.
그는 100여 명의 우익 학생들을 선발하여 방패회(楯の會: 다테노카이)라는 우익 유사 군사 조직을 만들어 '총재(総裁)'가 되었다. 문인으로서 경제적 기반이 탄탄했던 미시마는 이들에게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단복(유니폼)을 입히고 훈련비 등 운영비 일체를 자비로 부담했다.
훗날 미시마가 단복을 입고 청년 단원 4명을 대동하여 '육상자위대 동부방면 총감부' (陸上自衛隊 東部方面総監部 사령부)를 찾아가 총감 마시다 카네토시 (益田兼利)를 인질로 잡은 뒤, "자위대원들은 각성하여 천황을 중심으로 궐기하라"는 시대착오적 연설을 한다.
그의 시대착오적 행동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통감 집무실에서 곧 이은 할복으로 막을 내렸다. 그의 소설에 종종 등장하는 '팽팽한 군복 상의'의 단추를 풀어 제친 다음 배를 갈라 창자가 쏟아져 나오는 "장렬한 죽음"을 현실 세계에서 실천한 것이다.
당시 미시마와 동행했던 방패회 단원 모리타 마사카스 (森田必勝)는 미시마 뒤를 이어 현장에서 할복 자살했다. 할복하는 자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뒤에서 장검으로 목을 내려치는 역할을 한 고가 히로야스 (古賀浩靖) 외 2명은 훗날 재판에 넘겨져, 상해죄 등으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그가 디자인한 군복(단복)은 제국주의 일본군 장교복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미 국경순찰대 간부의 나치식 코트>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최근 미국 미네아폴리스에서 무고한 시민을 사살한 국경순찰대(US Border Patrol)의 지휘관인 그레고리 보비노 (Gregory Bovino)가 입고 나온 제복이 파시스트가 추구했던 스타일을 소환하게 한다며 조롱조의 기사를 내보냈다.
미국 국경순찰대는 미국의 연방 사법집행 기관으로 상부에 CBP(미국 세관 및 국경보호국) , 그리고 그 최상부에 미국 국토안보부의 지휘를 받는 기관이다. 101년전 창설된 기관으로 인력은 22,000명, 연간 예산은 38억달러에 달한다.
법집행 기구로서 이 기관도 군대식 계급과 복장을 따르고 있다. 실지로 직원들 중 군출신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이민자들에 대한 가혹행위, 영장주의 같은 최소한의 법절차까지 무시하는 묻지마 체포방식, 심지어는 민간인에 대한 살상 사건까지 일어나자 국민들의 반발심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를 기화로 미국 국경수비대의 제복이 엉뚱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미네아폴리스에 파견된 병력의 지휘관 그레고리 보비노가 기자회견에 입고 나온 제복이 조롱의 대상이 된 것이다. 특히 그가 입고 나온 겨울 코트는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진녹색의 롱 코트에 금색 단추를 달은 디자인이었고, 안의 정복 상의는 녹색 상의에 검정 타이를 매고 가죽 밴드를 왼쪽 어깨에서 허리까지 연결한 전형적인 구식 복식을 따르고 있었다.
이에 캘리포니아주의 뉴섬(Gavin Newsom) 주지사가 "보비노가 마치 이베이(e-Bay)에서 나치 친위대(SS) 복장을 사서 입고 나온것 같다"고 직격하였다. (“Greg Bovino dressed up as if he literally went on e-Bay and purchased SS garb.”)

보비노는 2025년 LA시위 때도 병력을 이끌고 파견되어 5000명이 넘는 이민자들을 체포한 당사자여서 뉴섬 지사로서는 미운털이 박힌 사람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보비노는 이 코트 디자인은 25년이 넘었다며, 자신은 기관의 표준 정복을 입었을 뿐이며, 민주당 인사들이 국경수비대를 음해하고 시위를 선동한다며 반발했다.
우리 국내 언론도 이러한 드문 풍경을 흥미롭게 보도하고 있는 중이다.
"1년 전만 해도 보비노의 이름을 아는 미국인은 거의 없었지만, 이젠 현장 전술부터 옷차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논란의 중심에 놓였습니다."(YTN)
그러나 처음에는 정당방위였다며, 민심의 이반 따위는 관심도 없던 노엄 법무장관이나 도널드 트럼프도 점차 민심의 동향이 심각하게 돌아가는 것을 뒤늦게 눈치챈 듯 하다. 트럼프는 보비노를 원대복귀시키고 '국경 짜르' 톰 호먼을 미네아폴리스 현지로 보내 민심에 대한 진무에 나선 상태다.
candan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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