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프레임을 깨지 못하면, 보수는 다시는 정상적인 경쟁자로 돌아오지 못한다.

[최보식의언론=김정기 세계스마트시티기구 사무총장]

뉴스TVCHOISUN 캡처
뉴스TVCHOISUN 캡처

정치는 '사건'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사건을 어떤 언어로 규정하느냐가 권력을 만든다.

사실은 법정에서 다퉈질 수 있지만, 프레임은 법정 밖에서 먼저 판결을 내린다. 그래서 한국 정치는 오랫동안 정책 경쟁이 아니라 해석의 지배를 둘러싼 싸움이었다.

지금 민주당이 던진 ‘내란’이라는 단어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이 프레임은 윤석열 개인을 겨냥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한 정권의 실책을 넘어, 보수 전체를 헌정 파괴 집단으로 낙인 찍고 정당 정치의 존립 자체를 흔드는 언어다. 법적 결론이 나오기 전에 정치적 결론부터 확정해버리는 순간, 정치는 토론이 아니라 처형의 방식으로 변질된다.

보수는 여기서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한다. 위헌적 계엄의 책임은 분명히 묻되, ‘내란’이라는 낙인으로 야당을 제거하려는 정치 공작은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이 프레임을 깨지 못하면, 보수는 다시는 정상적인 경쟁자로 돌아오지 못한다.

한국 정치에서 지난 20년은 정책 경쟁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재명·문재인·조국·임종석을 축으로 한 진보 진영이 사건의 실체가 아니라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국민의 시각까지 통째로 지배하는 해석의 틀을 장악해온 프레임 정치의 20년이었다.

그들은 사건을 먼저 해석하고, 그 해석에 맞게 사실을 끼워 맞췄다. 이렇게 만든 해석이 곧 여론이 되었고, 여론은 정치권력을 만들었다. 그 사이 진보는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고, 보수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맞서지 못했다. 보수는 패배했고, 진보는 승리했다. 이 간단한 사실이 지난 20년의 기록이다.

최근 민주당은 또 하나의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윤석열 정권 = 내란 세력.”

이것은 법적 판단 이전에 정치적 결론을 먼저 확정하려는 시도이며, 정치적 선동에 가깝다. 보수를 완전히 무장해제시키려는 정치 공작이다. 보수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계속 당할 것인가, 아니면 프레임 전쟁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반격할 것인가.

보수는 사실을 말한다. 진보는 해석을 만든다. 보수는 설명한다. 진보는 규정한다. 보수는 시간에 기대고, 진보는 감성을 점령한다. 정치 싸움은 이성의 전쟁이 아니라 감성의 전쟁이다. 진보는 이를 누구보다 일찍 깨달았다. 보수는 누구보다 늦었다.

정치에서 사건보다 오래 남는 것은 사건을 규정하는 언어다. 사실관계는 시간이 걸리지만, 프레임은 한순간에 여론을 만들고 여론은 권력을 만든다. 대중 정치는 복잡한 설명보다 단순한 규정에 먼저 반응한다.

- 효순·미선, 광우병, 세월호 : 20년간 반복된 감정 지배의 정형화된 패턴

- 효순·미선 : 비극을 반미 정치로 바꾼 최초의 프레임

비극은 비극이었다. 그러나 이후는 정치였다. 민주당, 좌파 시민단체, 한총련은 몇 문장으로 프레임을 완성했다.

“미군 특권 국가”

“한국 정부는 미국의 식민지”

“반미 투쟁이 정의”

이 감정 구조는 곧 촛불이 되었고, 진보가 감정 장악에 성공한 첫 사건이 되었다.

- 광우병 : 조작된 공포로 이명박 정권의 초반 동력을 상실시킨 프레임

2008년, 한국 사회는 과학이 아니라 공포에 무너졌다. 좌파 언론, PD수첩, 민주당이 합작해 구축한 ‘광우병 공포 프레임’은 출범 직후 이명박 정권의 국정 동력을 정면에서 분쇄했다.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죽는다.”

“10대 소녀 뇌에 구멍이 난다.”

“정권이 국민을 팔아먹었다.”

자극적 문장들 앞에서 과학적 사실은 밀려났고, 조작된 이미지와 자막이 진실을 대체했다. 공포는 광장을 점령했고, 이성은 정치에서 축출됐다.

정권 자체를 무너뜨리지는 못했지만, 국정 초반 개혁 동력과 통상 외교의 신뢰, 국가 리더십의 권위를 훼손하는 데는 성공했다. 이 사건은 이후 한국 정치에서 공포를 무기로 한 프레임 정치의 원형 모델로 굳어진다.

세월호는 복합적 국가 실패였다. 현장 대응, 구조 체계, 행정 지휘, 안전 시스템이 동시에 붕괴한 총체적 재난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좌파 시민단체, 일부 언론은 이 모든 복잡성을 단 두 문장으로 지워버렸다.

“박근혜 정권이 사람을 버렸다.”

“국가 실패 = 정권 실패.”

이 단순화가 작동하는 순간, 참사는 정치가 되었고, 정치는 분노를 독점했다. 사고 원인 분석과 시스템 개혁이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모든 책임은 하나의 얼굴로 수렴됐다. 그 순간부터 세월호는 더 이상 재난이 아니라 정권을 향한 정치 무기가 되었다.

이것이 진보 프레임 정치의 본질이다. 사건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무기로 바꿔 정권을 공격한다.

이재명은 정치가 아니라 투쟁으로 정치를 만들었다.

“나 vs 기득권”

“개혁 vs 반개혁”

“선 vs 악”

이 단순한 구도 안에서 그는 늘 피해자이자 영웅으로 등장했다. 정적을 악마로 만들고, 자신을 정의로 만든다. 이것이 이재명식 정치다.

문재인 정치의 핵심은 선악 구조였다.

“우리는 정의”

“비판 세력은 적폐”

“촛불은 절대선”

국가를 사실이 아니라 도덕의 감옥 속에 집어넣었다. 그 결과, 정치적 반대는 도덕적 악으로 낙인찍히는 분열 구조가 굳어졌다.

조국은 프레임 정치의 영웅이었다.

“검찰 = 적폐”

“나는 개혁”

그러나 그는 자신이 만든 도덕적 잣대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졌다. 조국 사태는 프레임 정치가 얼마나 잔혹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임종석은 반미, 촛불, 개혁, 적폐 프레임을 국가 행정의 언어로 바꿔놓았다. 운동권 시절의 구호를 국정 운영의 기준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국가 기관은 사실보다 이념적 해석 기준에 따라 움직이게 되었다.

12·3 위헌 계엄은 잘못이다.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금 휘두르는 프레임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윤석열 정권은 내란 세력”

“국민의힘은 헌정 파괴 집단”

“보수 전체가 위험 세력”

‘내란’이 정치의 중심어가 되는 순간, 국정은 수사로 대체되고 정치는 낙인으로 굴러간다. 야당을 쓰러뜨리는 데는 성공할지 몰라도, 그 과정에서 무너지는 것은 국가의 통치 능력과 신뢰다. 결국 피해자는 특정 정당이 아니라 국가 전체가 된다.

그렇다면 보수는 무엇을 해야 하나.

첫째, 상대 프레임을 그대로 부정하며 끌려가서는 안 된다. 

“우리는 내란이 아니다”를 반복할수록 ‘내란’이라는 단어만 여론의 중심에 남는다. 닉슨의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가 오히려 ‘사기꾼 프레임’을 강화했던 것과 같은 원리다.

둘째, 링을 바꿔야 한다. 

‘내란 vs 무죄’의 구도로 끌려가지 말고, ‘책임 규명 vs 말살 낙인’의 구도로 전환해야 한다. 위헌적 계엄의 책임은 묻되, 내란 낙인으로 야당을 제거하려는 정치는 거부한다는 문장이 보수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셋째, 메시지는 감정과 구조를 함께 잡아야 한다. 

보수의 프레임은 헌정 회복과 책임이라는 긍정의 언어로, 민주당의 전략은 낙인과 정치적 제거라는 부정의 언어로 분리해 제시해야 한다.

넷째, 국가적 손실을 숫자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내란 낙인 정치가 지속될수록 국정은 마비되고, 외교 신뢰는 흔들리며, 사법은 정치화되고, 언론은 진영화된다. 손해는 특정 정당이 아니라 국가가 본다.

다섯째, 프레임 대응은 개인의 재치가 아니라 시스템이어야 한다. 

프레임 탐지, 메시지 표준화, 리프레임 훈련, 신속 대응, 의제 선점이 상시 작동하는 전략기구가 없으면 매번 같은 방식으로 진다.

보수는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위헌적 계엄이 잘못이었다는 사실을 회피하는 순간, 보수는 국민 신뢰를 단번에 잃는다. 윤석열 정치와 선을 긋고, 전광훈·황교안식 선동과 결별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분명히 해야 한다. 민주당의 내란 프레임이라는 정치 공작에는 절대 무릎을 꿇을 수 없다. 여기서 무너지면 보수는 끝이다.

정치는 사실상 협상으로 모습을 바꾼다. 경쟁적 협상은 심리전이 본질이고, 프레이밍은 그 심리전의 핵심 기술이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특정 프레임에 끌려가 판단을 내리고, 프레임은 확증 편향을 강화한다.

따라서 보수는 프레임을 즉각 탐지하고, 즉시 해체하며, 자체 내러티브를 선점해야 한다. 감정을 장악하고, 프레임 대응 전략기구를 세워야 한다. 정치 승부는 정책이 아니라 프레임에서 난다. 프레임을 모르면 보수는 또 진다.

이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정치 전장을 되찾으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민주당의 내란 프레임을 정면에서 분쇄하라.

이 프레임이 굳어지는 순간, 보수는 국가 위험 세력으로 영구 낙인된다. 이건 정쟁이 아니라 말살 전략이다.

둘째, 프레임 전쟁을 국가 전략 수준에서 학습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라.

설명하는 자는 진다. 규정하는 자가 이긴다. 보수는 이제 언어, 감정, 내러티브를 장악해야 한다.

셋째, 헌정 회복과 책임이라는 자기 프레임을 선점하라.

위헌적 계엄의 책임은 분명히 묻되, ‘내란’이라는 낙인으로 야당을 제거하려는 정치는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보수는 이렇게 선언해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는다.

사실과 책임 위에 서되, 사건 해석과 내러티브의 주도권도 반드시 되찾겠다. 보수 정치가 국가의 중심을 다시 세울 것이다.”

이 결단을 실행하는 날, 지난 20년간 한국 정치를 지배해온 프레임의 시대는 무너질 것이며, 대한민국 정치도 다시 사실, 책임, 국가의 가치 위에 바로 설 것이다.

 

jeongkeekim@naver.com


#내란프레임 #프레임정치 #정치전략

저작권자 © 최보식의언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