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성산 촌부생각] 패배한 정당은 다음 선거를 준비할 수 있지만, 소멸 단계에 들어간 정당은

[최보식의언론=박혜범 강호논객]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단순한 정권 교체 국면이 아니다. 체제 변환 국면이다.

문제의 본질은 여당이 강해진 데 있지 않다. 경쟁 가능한 야당이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는 데 있다. 그것도 부패와 계파싸움으로 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더 이상 집권 가능 정당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야당으로의 기능도 하지 못한다. 이것이 지금 한국 정치의 가장 냉혹한 현실이다. 선거에서 지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는 점이 더 치명적이다.

패배는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소멸은 회복할 수 없다. 패배한 정당은 다음 선거를 준비할 수 있지만, 소멸 단계에 들어간 정당은 다음이 없다.

지금 국민의힘은 패배 국면이 아니다. 소멸 국면으로 질주하고 있다. 이념 정체성은 흐릿해졌고, 국가 운영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미래 세대는 유입되지 않고, 내부에는 오직 공천 이해관계만 남아 있다. 이 네 가지가 동시에 붕괴된 정당이 역사적으로 다시 살아난 사례는 없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의 의미를 착각해서는 안 된다. 몇 석을 지키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정당으로의 생존 여부를 가르는 시험대다. 전국적으로 참패하고, 영남에서 겨우 몇 곳을 건지는 수준이라면 그것은 선전이 아니라 연명이다. 연명은 회생이 아니다. 연명은 죽음이 늦춰질 뿐이다.

이 흐름이 지속되면 어떤 나라가 되는가. 더불어민주당의 독주 자체가 핵심 문제가 아니다. 견제 가능한 야당이 사라지는 것이 문제다. 야당이 무너지면 민주주의는 자동으로 약화된다. 선거는 남아 있어도 선택지는 사라진다.

일본의 자유민주당식 일당 우위 체제를 넘어, 더 경직된 중국식 형태의 일당 지배 구조로 흘러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이것은 특정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체제의 문제다.

국민의힘이 살길은 분명하다. 개혁도 아니고, 쇄신도 아니며, 지도부 교체도 아니다. 해체에 준하는 자기 부정, 재창당 수준의 혁신만이 출구다.

기득권 구조를 스스로 부수고, 현역 중심 공천 구조를 끝내며, 절반 이상의 현역을 컷오프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이 고통을 감당하지 못하면 국민의힘이라는 이름은 유지될 수 있을지 몰라도 정치적 실체는 끝난다.

완전한 재창당이 당장 어렵다면, 최소한 이혜훈과 같은 인물들을 걸러내고 공천을 혁신하는 혁명형 비상체제라도 가동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사실이다. 계파 이해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자신의 정치적 손익보다 당의 생존을 앞세울 수 있는 관리형 리더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조차도 쉽지가 않다.

현역 대규모 컷오프, 여론조사 중심 공천, 전략공천 최소화 같은 조치가 실제로 실행된다면 국민의힘은 죽는 속도를 늦추고, 이후 새 판을 짤 시간은 확보할 수 있다.

지금 국민의힘 앞에 놓인 선택지는 단순하다. 연명을 택할 것인가, 자기 부정을 통한 재탄생을 택할 것인가. 연명을 택하면 소멸로 간다.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택하면, 비록 고통스럽더라도 다시 시작할 최소한의 기회는 남는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다.

오늘 오후 바둑의 천재 신진서가 제27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국에서 상대인 일본의 이치리키 료에게 대역전 드라마를 쓰면서 경이로운 신라면배 21연승에 성공했다. 그것도 시종 패색이 짙었던 상황에서 기회가 오자 자신이 둬야 할, 한 수 한 수를 정확히 두어 팀 6연패에 성공했다.

한국 정치사 정당사에서 당은 정당으로의 기능을 상실하고 소멸하고, 이념적으론 보수 멸종 위기에 처한 국민의힘이 다시 회생하는 길은 없다.

있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사람을 바꾸고, 정당을 바꾸고, 지지자를 바꾸어 다시 태어나는 것뿐이다.이 길만이 정당으로 다시 살아나는 유일한 길이다. 그리고 이 길은 개혁이 아니라 자기 해체의 길이다. 피를 흘리지 않으면 건널 수 없는 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정당은 이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 결과는 늘 같았다. 조용한 소멸이다.

오늘 최종 대국에서 패배가 확실해 보이던 신진서가 자신이 두어야 할, 한 수, 한 수를 끝까지 정확히 두어 판세를 뒤집었듯이, 국민의힘도 지금 자신이 두어야 할 수를 정확히 두지 못하면 다음 수는 없다.

연명을 선택하는 순간, 국민의힘의 역사도 끝난다. 지금 당을 장악한 자들은 정치인이 아니다. 정치를 흉내내는 부패하고 난폭한 건달들이다.

국민의힘은 선거에 패배한 정당으로 기록되지 않는다. 정치도 모르는 자격 없는 건달들에게 점령당해 폐허가 된 정당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 시간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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