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쪽은 보수권과 달리 자신들의 신화 보존에 능하다

[최보식의언론=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

고 이해찬의 회고록.
고 이해찬의 회고록.

'87체제'라는 시대를 규정할 수 있는 정치인이 갔다.

시간이 흐르는 만큼 이해찬 시대의 정치도 함께 갔으면 좋으련만. 한국 정치는 세대 교체도 진화도 없는 앙시앙 레짐이 계속된다.

세상을 소란스럽게 한 이혜훈 장관 후보자 청문회도 87체제의 정치가 지속되며 만드는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그 난리 부르스에는 1%의 저성장, 늘어나는 국가부채, 로봇은 한 대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노조, 불안한 환율, 시장이 비웃는 주택 정책, 줄어만 가는 제조업 일자리와 공동화, 무너진 세계 교역질서에 대한 대응은 언급조차도 없다.

그저 민망한 치부 들추기와 과거 이야기, 철저한 불신 사회의 갑을관계, 어제까지는 한 편이었으나 원래부터 철천지 원수였었던 것과 같은 '평행 우주' 속의 외계인들과 같은 시공간의 단절, 그런 단막극 쇼가 펼쳐졌다.

우리나라에서 장관이 뭐 그리 국정에 중요한 일을 한 적이 언제인가? 사실 누구도 임기 1~2년의 장관이 국정을 이끈다고 믿지 않는다. 정치적 소비의 재료들일 뿐이다.

정치가 취미인 사람들이 '짜고 치는' 프로 레슬링과 같은 쇼를 즐겼을 뿐이다. 거기에는 미래도, 청년도, 실물경제도 없다. 국힘은 대통령의 인사 실패를, 여당은 보수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으로 무승부를 각자 즐겼다.

이해찬은 힘센 장관과 국무총리를 했다. 그가 교육부장관 시절 추진했던 교육 개혁은 소위 '이해찬 세대'로 상징되는 학력 저하를 낳았을 뿐 의도된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입시 지옥이 없어지지도, 과외가 줄지도, 교육 성취도가 올라가지도 않았다. 세종시는 정부의 비효율만 초래했다. 지방분권은 재미 본 선거용이었다.

힘센 이해찬의 레거시는 무엇으로 남을까? 민주당 쪽은 보수권과 달리 자신들의 신화 보존에 능하다. 어떤 신화화가 시작될지 궁금하다.

5공청문회 때 참신해 보였지만 가치관이 너무 달라 좋아할 수 없었던 정치인, 미우나 고우나 객지에서 사망한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 고인의 묘지에 그의 시대의 정치도 함께 묻히면 좋으련만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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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lee@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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