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멀리하는 가장 오래된 습관?
[최보식의언론=박정원 객원논설위원(더시그넘하우스 연구소장), 박묘숙 기자]

나이가 들수록 눈도 침침해지고 집중도 잘되지 않아 책을 읽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새해 들어서도 올해는 꼭 책을 읽어야지 각오를 새롭게 다지지만, 실제론 손에 책이 잘 잡히지 않는다.
그런데 독서가 인지기능 개선, 즉 치매 예방과 감소에 도움이 되고, 나아가 장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일관된 연구 결과가 이미 발표된 바 있다.
흔히 책을 선택할 때는 지적 호기심과 새로운 지식에 대한 발견, 그리고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느끼려는 감정 때문에 관심 분야의 책을 읽는다. 우스갯소리지만 잠이 안 올 때 수면제 대용으로 책을 본다는 사람도 있다. 실제 ‘독서의 명상(최면) 효과’로 잠이 올 수 있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최근 몇 가지 연구에서도 독서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효과를 지닌 사실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다. 규칙적인 독서는 스트레스 감소, 기억력 강화, 인지기능 저하 및 치매 예방, 나아가 수명 연장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 미국과 대만에서 조사한 두 연구가 있다.
미시간대학교 사회연구소는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만 50세 이상 3,635명을 대상으로 1992년부터 2년마다 최대 12년까지 책을 읽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나 다른 유형의 자료를 읽는 사람들에 비해 생존율이 더 높은지, 그리고 만약 높다면 인지기능 개선이 이러한 독서 효과를 매개로 했는지 여부를 전화 및 우편 설문 조사로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그 결과, 책을 읽는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사망률이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생존율 80% 시점에서 23개월이나 수명이 연장되는 생존 이점을 보였다. 교육 수준, 소득, 건강 상태, 우울증, 인지 능력 등의 요인을 통제한 후에도 동일한 결과를 보였다.
더욱이 모든 수준의 책 읽기가 신문이나 잡지 등 다른 정기 간행물 읽기보다 훨씬 더 강력한 생존 이점을 제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교육 수준이나 소득 등 여타의 변수와 상관없이 독서 그 자체가 인지기능 개선뿐 아니라 수명 연장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그 결과를 미국 <사회과학과 의학>지에 ‘A chapter a day: Association of book reading with longevity(하루에 한 장씩: 독서와 장수의 연관성)’이란 제목으로 게재했다.
대만 중국의과대학과 국립보건연구원 공동 연구진은 ‘일상 독서 활동이 인지기능 저하 위험에 미치는 영향과 교육 수준에 따른 영향 차이’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대만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만 64세 이상 노인 1,962명을 대상으로 14년에 걸쳐 6년, 10년, 14년간 추적 관찰을 포함한 종단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진은 14년 추적 관찰 결과, 교육 수준과 상관없이 독서 빈도가 높은 노인일수록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가 치매의 생물학적 과정을 멈추게 하지는 않지만 뇌 기능을 전반적으로 향상시켜 지연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소한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독서를 해야 실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연구 결과를 <국제정신의학>저널에 ‘Reading activity prevents long-term decline in cognitive function in older people: evidence from a 14-year longitudinal study) 독서 활동은 노년층의 장기적인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한다: 14년 종단 연구를 통한 증거’란 제목으로 게재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이탈리아, 미국의 유사한 조사에서도 독서가 인지기능 향상이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일관되게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독서가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사회적, 정서적 효과라는 메커니즘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독서는 사회적 경험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책을 읽을 때는 혼자 있을 때조차도 정신적으로 관계, 감정, 그리고 관점 수용까지 연습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책은 부담 없는 동반자 관계를 제공하고, 외로움을 극복하는 데 실질적 도움을 준다고 지적한다. 특히 독서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회적 교류를 통해 더욱 실질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독서가 장수에 도움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스트레스 해소에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책을 읽을 때 집중하면서도 사색적인 정신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독서가 명상의 한 형태일 수 있고, 독서가 가져다주는 평온함은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장수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눈이 침침하고 집중도 안 돼 도저히 책을 읽을 수 없을 때는 오디오북으로 대체해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신경과학>저널에 발표된 ‘The Representation of Semantic Information Across Human Cerebral Cortex During Listening versus Reading Is Invariant to Stimulus Modality(듣기와 읽기 과정에서 인간 대뇌 피질 전반에 걸친 의미 정보 표현은 자극 양식에 관계 없이 동일하다)’는 제목의 논문에서 ‘인간 뇌의 의미 정보 표상이 매우 복잡해도 듣기와 읽기를 통해 유발되는 의미 표상이 거의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쉽게 말해, 뇌는 듣거나 읽거나 상관없이 똑같이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다.
오디오북은 더욱이 걷거나 운동할 때 함께 들을 수 있어 유용하다. 건강도 챙기고 기억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나이 들어서 오디오북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고, 나아가 장수에도 효과가 있는 독서를 새롭게 의무적으로 하려면 습관이 되지 않아 실천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진정 본인이 관심 있고 흥미있는 분야를 선별해서 읽으면 억지로 읽는 것보다 훨씬 집중할 수 있고 쉽게 시작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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