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건강수명은 66.6세였다. 이것이 2021년엔 72.5세

[최보식의언론=박정원 객원논설위원(더시그넘하우스 연구소장)]

KBS 뉴스 캡처
KBS 뉴스 캡처

기대수명 연장은 지난 세기 인간이 이룩한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라고 한다.

대한민국은 기대수명이 1940년대 남 42세, 여 44.8세에서 1990년 72.85세, 2023년 83.43세로 1940년대에 비해 거의 두 배나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한국만이 아니다. 

일본도 1940년 42.04세에서 1990년 79.42세로, 2023년엔 84.04세로 늘면서 21세기 들어 세계 최고령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영국도 같은 기간 60.88세에서 76.25세→81.24세로 21년이나 증가했다. 미국도 63.23세에서 75.65세→78.39세로 아시아만큼 아니지만 큰 폭으로 늘어났다.

기대수명 연장은 자연스럽게 인간 수명의 한계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과거보다 100세 이상 생존하는 ‘수퍼센터내리안’이 많아지면서 인간 수명 한계는 크게 150세 vs 85세로 두 갈래로 나눠 격론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기대수명 못지않게 중요한 건강수명도 있다. 수명만 늘려놓고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동안 기대수명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늘 때 건강수명은 어느 정도 증가했을까? 

한국은 1940년대엔 자료 자체가 빈약해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 최근 자료만으로 볼 때, 2000년 건강수명은 66.6세였다. 이것이 2021년엔 72.5세로 21년 사이에 불과 5.9년밖에 늘지 않았다. 기대수명은 같은 기간 10년 이상 늘었다. 건강수명은 기대수명의 절반밖에 늘지 않은 셈이다. 속된 말로, 의사들이 사람 목숨만 늘려놓고 골골거리며 살게 만들어 돈만 벌고 있다는 비아냥을 이 측면에서 받고 있다. 

이것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일본도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가 2021년 기준 11년가량 된다. 미국도 13년, 영국도 10년가량 차이가 난다. 세계 어느 나라든 건강수명은 기대수명만큼 늘리지 못하고 있다. 

인간은 건강하게 할 일을 하면서 오래 살고 싶지, 살아 있어도 산 것이 아닌 상태로 살고 싶은 사람은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건강한 노화 10년(2021~2030)’을 선언할 때 핵심 사항으로 ‘우리가 수명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동안 전 세계적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까?’라는 중요한 의문을 제기했다.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공중보건과 같은 그에 맞는 환경을 조성할 것을 주문했다. 

그렇다면 건강수명은 왜 기대수명만큼 늘지 못할까? 정말 의사들이 환자, 아니 사람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할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기대수명 증가의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 

20세기의 기대수명은 상하수도와 같은 공중위생, 백신‧감염병 통제, 영양 개선, 주거‧노동환경 개선, 산모‧영유아 사망 감소 등과 같은 공중보건과 사회경제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반드시 의사들 수익만으로 사람들의 수명이 증가한 것은 아니다. 전반적 의료 기술의 발전과 이를 광범위하게 확산시킨 국가의 역할이 함께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환자를 살리긴 했지만 완치가 어려운 질병이 많아진 측면에서는 의사들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의료는 많은 질환에서 사망을 만성 관리로 바꾸는 경우가 잦다. 고혈압‧당뇨‧심혈관 질환‧암 등은 의료 기술을 통해 완치보다 관리를 통해 오래 살게 만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약물‧합병증‧기능 저하가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환자는 계속해서 의사를 찾을 수밖에 없고, 의사들은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된다. 이런 구조에서는 건강수명이 기대수명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또 의사들이 돈이 되는 측면만 골라서 하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성질환의 기능 개선적 측면보다는 검사나 수술 및 시술, 입원을 통해 수익이 명확한 부분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쏠린다. 의료제도 설계가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든 측면도 있다. 다시 말해 최적화 목표가 잘못 잡혔다고 할 수 있다. 즉, 목표가 건강수명 증진이 아니라 환자 처치 쪽으로 기울면 시스템이 그 방향으로 최적화한다. 의사만 탓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그렇다면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서 무엇을 최적화해야 할까? 건강수명 연장은 WHO가 말한 삶의 질과 매우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 고령사회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먼저, 성과 지표를 건강수명 쪽으로 최적화해야 한다. 예방, 재활, 생활 습관 개선, 지역사회 돌봄 등과 같은 방향으로 의료 제도 설계를 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행위별 수가 중심 시스템에서는 예방이나 생활 습관, 지역사회 돌봄보다는 돈이 되는 검사, 수술이나 시술, 입원 등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이를 건강수명 쪽으로 예방에 초점을 맞춰 제도 설계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기능 유지의 최적화를 해야 한다. 의료의 목표를 수치 정상화에만 두지 말고, 보행 속도나 근력‧균형‧낙상‧영양‧수면‧우울 및 고립과 같은 기능 지표로 확장해야 한다. 일종의 예방 차원의 접근이다. 현재 서울시에서 하고 있는 ‘9988’과 같은 제도가 이에 속한다. 평소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운동이나 활동을 적극 장려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만성질환 발병 지연의 최적화이다. 이것도 예방적 접근이다. 혈압이나 혈당‧지질‧비만‧흡연‧운동을 일찌감치 중년 이전부터 관리해야 건강수명이 늘어난다. 노년기에 발병 이후 개입하면 명확한 한계를 드러낸다. 골골거리며 노후를 보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이와 같이 정부 정책도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을 최대한 근접하게 나아가는 방향으로 의료 시스템을 최적화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의대 정원 문제와 간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일 수도 있다. 현재는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의사란 전문직이 국민 생활 건강에 기여하고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한 도구로서 기능할 때 의사란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고 인재 쏠림 현상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다른 한편으로 국민들은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날수록 개인과 사회 전체에 심각한 부담을 줄 수 있다. 노인 의료비 증가로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고, 개인은 골골거리며 사는 기간이 늘어나는 지금의 현실을 기대수명보다 건강수명 연장에 초점을 맞추면 국가나 개인 모두에 이득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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