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경제난과 리더십 위기로 경쟁에서 탈락했다
[최보식의언론=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 박묘숙 기자]

"도널드 트럼프의 정책에 힘입어 미국은 과거의 쇠퇴론을 딛고 다시 세계 유일의 '단극(Unipolar) 초강대국' 지위를 회복했다. 중국은 경제난과 리더십 위기로 경쟁에서 탈락했다."
미국 유력지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지금의 세계 질서를 세계 유일의 '단극(Unipolar) 초강대국' 지위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쓴 기고문이 실렸다.
이 글을 쓴 아서 허먼(Arthur Herman)은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이자 보수 성향의 정치 평론가다.
그가 쓴 이 칼럼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단순한 기자가 아니라, "미국의 힘(군사력과 산업력)에 의한 평화"를 강력하게 주장해 온 네오콘(신보수주의) 성향의 지식인이라는 점을 먼저 감안해야 한다.
그는 현재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안보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Hudson Institute)의 선임연구원이다.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의 강력한 신봉자다. 미국이 압도적인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세계 경찰 역할을 해야 세계가 안전해진다고 믿고 따라서 오바마나 바이든의 유화적인 외교 정책을 비판하고, 레이건이나 트럼프 식의 '힘을 통한 평화'를 지지한다.
그의 저서 '자유의 용광로(Freedom's Forge)'는 산업과 기술이 전쟁을 이긴다는 그의 역사관을 대변하는 책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GM, 포드 같은 미국 기업들이 어떻게 거대한 생산력으로 연합군을 승리로 이끌었는지 조명한다.
이번 기고문에서 그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제조업 부흥', '석유 생산'을 강조한 것은 "튼튼한 제조업 기반과 에너지 자립이 곧 초강대국의 조건"이라는 그의 평소 확고한 신념의 표현이다.
허먼에게 트럼프는 단순히 공화당 대통령이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강한 미국(하드 파워)의 복원'을 실현한 인물로 보고, 오바마/바이든 시기를 "미국이 스스로 힘을 뺀(Soft Power에 의존) 쇠퇴기"로 규정한다. 반면, 이란을 때리고 중국을 관세로 압박하는 트럼프의 행보를 "단극 체제(Unipolar Moment)의 부활"로 평가하며, 이것이 곧 세계 질서의 회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음은 아서 허먼 (Arthur Herman)의 월스트리트 기고문 전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그리고 냉전 이후에도 일어났던 일이며, 지금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또 다른 "단극 체제"로 몰아넣었습니다. 이는 단일 강대국이 세계를 지배하고 새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하는 시대를 의미합니다.
이란 핵시설 공격, 가자지구 휴전, 그리고 베네수엘라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 체포는 미국이 세계 정세의 흐름과 방향을 좌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이란 정권 교체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미국이 세계적 차원에서 영향력과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권 국가, 즉 초강대국이라는 사실은 오랫동안 인정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강대국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은 한참 뒤처진 2위로 밀려났습니다.
초강대국의 지위는 군사력뿐 아니라 경제력에도 달려 있습니다. 미국 경제는 2026년에도 강력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에서 5%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인공지능부터 양자 컴퓨팅, 우주 개발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지난 20년간 중국에 내주었던 첨단 기술 분야에서 다시 주도권을 되찾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과의 희토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주요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이 세계 경제 패권을 유지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를 무력화시킬 것입니다.
한편, 미국의 경제력은 하루 약 1400만 배럴에 달하는 국내 석유 생산량에서 비롯됩니다. 이러한 생산량 증가는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세계 경제 성장의 위험을 줄이고 러시아의 장기적인 지역 패권 장악 시도를 약화시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저렴하게 수입해 온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을 활용함으로써 중국의 에너지 심장부를 겨냥한 비수를 겨누게 될 것입니다.
부활한 초강대국의 패권의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은 관세의 역할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공정 무역을 회복하고 미국 재정 수입을 늘리는 데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세계 최대 소비국으로서의 미국의 경제적 이점을 이용하여 글로벌 무역의 방향과 세부 사항을 통제하는 데에도 관세를 사용했습니다. 그의 에너지 정책, 감세 및 규제 완화는 공급 측면에서 미국의 이점을 강화하는 동시에 제조업 호황을 촉진할 것입니다.
미국이 단독 초강대국으로서 패권을 누렸던 마지막 시기는 25년 전, 베를린 장벽 붕괴와 소련 해체 이후 10년 동안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산업 기반이 쇠퇴하고 중국이 소련이 남긴 공백을 메우면서 워싱턴은 그 기회를 놓쳐버렸다.
자신만만했던 워싱턴은 "평화 배당금"에 기대어 정부 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군사력과 방위산업 기반을 약화시켰습니다. 그리고 9·11 테러의 충격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파병으로 미국의 단독 초강대국 지위는 더욱 위태로워졌습니다. 중국은 차세대 경제·군사 강대국으로 부상했고, 러시아는 소련 제국 복원에 새로운 목표를 두게 되었습니다.
오바마 재임 기간 동안 미국의 국력이 더욱 약화된 후 , 트럼프 행정부는 강대국 경쟁이 다시 격화되는 가운데 세계 안정 정책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러시아의 동유럽 진출 야욕은 보류되었고, 중국의 동아시아 및 남중국해에서의 위협적인 태도는 약화되었습니다. 이란은 미국 주도의 국제 제재로 거의 파산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파국적인 철수를 단행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안정성을 내팽개쳤습니다. 동시에 이란이 테러리스트 대리 세력을 통해 중동에서 영향력을 재확립하도록 방치했고, 이는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참극으로 절정에 달했습니다.
취임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 이후, 심지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볼 수 없었던 규모의 미국 패권을 확립했습니다.
중국은 한때 초강대국 자리를 쟁취할 기회를 잡았지만, 그 기회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경제난, 이란과 베네수엘라 같은 동맹국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점, 그리고 일대일로 사업의 경직성 심화는 2100년대가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막강한 세력이다. 그러나 유럽과 중동에서부터 남미와 동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반면 중국은 지도력 위기에 허덕이고 있다. 베이징이 내세운 유일한 전략적 움직임은 대만에 대한 위협이다. 물론 매우 현실적인 위협이지만, 그 대상은 중국 해안에서 160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인구는 중국의 60분의 1에 불과한 섬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의 강대국 경쟁 시대는 끝났고, 미국이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그러한 일극 체제가 일시적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도록, 그리고 미국의 지배적인 초강대국 지위가 나머지 자유 세계를 위한 더욱 안전하고 번영하는 미래로 나아가는 교두보가 되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btlee@kaist.ac.kr
* 아래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허먼의 기고문을 요약 정리하고 필자의 견해를 보충한 것이다.
(1). 미국의 압도적 패권 재확립 (지정학적 승리)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시설 타격, 베네수엘라 마두로 체포, 가자지구 휴전 등을 주도하며 세계 정세를 장악. 이는 미국이 전 세계에 무력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임을 증명함. 오바마·바이든 시기(아프간 철수, 우크라이나 침공 미온적 대응 등)에 약화되었던 미국의 위상이 1년 만에 극적으로 반전됨.
(2). 초강대국 지위의 기반: 경제력과 기술, 에너지
2026년 미국 경제는 2~5%의 고성장이 예상되며, AI·양자 컴퓨팅·우주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뺏겼던 주도권을 되찾음.
1,400만 배럴의 석유 생산으로 세계 에너지 가격을 통제하고, 베네수엘라 석유 통제권을 쥐면서 중국의 에너지 수급을 압박함.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단순한 보호무역을 넘어, 세계 무역의 방향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국내 제조업 부흥을 이끄는 전략 무기가 됨.
(3). 중국의 몰락 (경쟁의 종료)
중국은 한때 미국을 위협했으나, 심각한 경제난과 동맹(이란, 베네수엘라) 보호 실패, 일대일로 사업 위기 등으로 '중국의 세기'가 될 가능성이 사라짐. 중국의 영향력은 고작 대만 위협 수준으로 축소되었으며, 글로벌 리더십 위기에 봉착함. 강대국 경쟁 시대는 끝났고 미국이 승리함.
(4) 결론 및 제언
미국은 1990년대 이후 볼 수 없었던 강력한 단극 체제를 구축했다. 이 승리는 영원하지 않으므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 지배적 지위를 활용해 자유 세계의 안전과 번영을 지속시킬 책임이 있다.
(필자 견해) 최근 국제 질서는 트럼프에 의해 주도되고 있고 중국은 거의 침묵에 가까울 정도로 트럼프의 공세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최근 CES를 참관한 분들이나 중국의 첨단 산업 단지나 AI 현장을 다녀온 분들은 '중국 공포'가 강하다. 이는 허만의 시각과는 매우 다르다.
지난해 말 필자는 한국은행 측의 금년도 경기 전망에 대한 브리핑을 들으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한국은행 측의 분석에서 중국은 부동산의 침체가 매우 깊은데 그것을 부양하면 경제 성장에 단기적으로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중국 정부는 그런 유혹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 부동산 거품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해 부동산 경기 진작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단호하게 장기적 흐름에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였다.
트럼프 1기부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해서 수출 다각화와 내수 진흥의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 것이 중국이 관세 압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역대 최대의 무역 흑자와 무역 성장의 지속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중국의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의 사례라는 것도 같이 주장되었다.
미국 트럼프의 공세에 조용한 중국은 미국 일극체제에 패배의 결과일까? 등소평(덩샤오핑)의 그 유명한 외교 지침은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천명한 적이 있다.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것은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리며 실력을 쌓는다는 뜻으로, 국제 사회에서 우두머리가 되려 하지 말고(불당두, 不當頭), 실리를 챙기며 경제 발전에 집중하라는 전략이었다.
이 기조는 2010년대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주동작위(主動作爲, 할 일을 주도적으로 한다)'나 '전랑 외교(늑대 전사 외교)'로 바뀌면서 폐기된 것으로 이해되었지만 나는 중국이 지금도 힘을 비축하는 시기라는 교활하기까지 한 등소평의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실용주의 노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한다.
미국의 지식인 중에는 트럼프의 힘을 앞세운 정책이 쇠락하는 제국의 마지막 모습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고, 허만처럼 미국의 승리의 실현으로 읽는 견해가 병존하고 있다. 어느 쪽이냐에 따라 우리나라의 외교 전략은 전혀 다른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어쩌면 나라의 운명이 달린 판단의 이슈다.
여러분은 허먼의 판단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btlee@kaist.ac.kr
#미국초강대국 #단극체제 #세계질서 #트럼프2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