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입은 피해가 미납금보다 훨씬 크다

[최보식의언론=박주현 재담 엔터테인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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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화면 캡처

결국 도장은 찍혔다.

2026년 1월 21일, 미국은 세계보건기구(WHO)라는 거대한 국제 간판을 떼어 내고 등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서명했던 행정명령이 1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마침내 효력을 발휘한 것이다.

세간의 시선은 미국이 미납한 분담금 2억 6,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819억 원에 쏠려 있다. 국제 사회의 리더가 돈 때문에 책임을 회피하는 '먹튀'가 아니냐는 비난도 나온다.

그러나 이 사태의 본질을 '돈 문제'로만 본다면 명백한 오독(誤讀)이다. 이것은 2020년 전 세계를 공포와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중국발 코로나(Covid-19)'에 대한 뒤늦은, 그러나 가장 확실한 미국의 복수극이다.

미 국무부의 논평은 섬뜩할 정도로 건조하다.

"우리가 입은 피해가 미납금보다 훨씬 크다."

이 한 문장은 지난 6년 전의 기억을 소환한다.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져나갈 때, WHO와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이 보여준 기이한 행태를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그들은 "사람 간 전염 증거가 없다"는 중국 당국의 거짓말을 앵무새처럼 받아쓰기했고, 팬데믹 선언을 고의적으로 지연시켰으며, 시진핑 주석의 눈치를 보느라 전 세계가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들었다.

트럼프에게 WHO는 더 이상 보건 기구가 아니다. 미국인의 세금으로 운영되면서, 정작 위기의 순간에는 중국 공산당의 '홍보 대행사' 노릇을 자처한 배신자 집단일 뿐이다.

그러니 이번 탈퇴는 단순한 고립주의가 아니다. "미국을 속이고 중국의 하수인 노릇을 한 대가를 치르라"는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다. 집을 지키라고 고용한 경비원이 도둑에게 뒷문을 열어주고 장물을 나르는 것을 도왔다면, 집주인이 경비원에게 밀린 월급을 주지 않고 해고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는 논리다. 3,819억 원은 체납금이 아니라, WHO가 치러야 할 '거짓말의 위약금'인 셈이다.

WHO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체 예산의 18%를 담당하던 최대 물주가 사라지자 경영진 절반을 줄이고 직원 4분의 1을 감원해야 할 처지다.

빌 게이츠 같은 자선사업가들은 "세계 보건 협력이 약화될 것"이라며 우려하지만, 냉정히 말해 그 '협력'은 이미 2020년에 사망했다.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바이러스의 기원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무능한 기구에 인공호흡기를 떼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수순이다.

트럼프는 유엔(UN), 세계무역기구(WTO)에 이어 WHO까지 무력화시키며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 시스템은 가차 없이 폐기한다"는 원칙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다음 팬데믹이 닥쳐올 때, 혹은 또 다른 글로벌 위기가 올 때, 껍데기만 남은 WHO가 우리를 지켜줄 수 있을까? 미국은 각자도생을 선언하며 문을 걸어 잠갔고, WHO는 중국의 로비 장으로 전락했다.

3,819억 원의 미납금은 단순한 빚이 아니다. 그것은 '가치 동맹'과 '국제 협력'이라는 낭만의 시대가 끝났음을 알리는 영수증이다. 코로나의 복수는 끝났지만, 그 복수가 남긴 폐허 위에서 우리는 이제 스스로 살아남을 방역과 안보의 둑을 쌓아야 한다. '글로벌 보험'은 해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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