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 통치체제는 이미 정당성의 차원에서는 회복 불가능에 가까운 침식 단계로 진입
[최보식의언론=김요셉 기독교한국 대표(평택 사랑의교회 담임목사)]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신정 통치체제는 이미 정당성의 차원에서는 회복 불가능에 가까운 침식 단계로 진입한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그 이후 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가이다.
최근 국제·한국 언론이 반복적으로 인용하는 "이란 시위대 사망자 수 최대 2만 명 추정"이라는 보도는, 정당성 사망 이후의 국면이 대규모 학살과 일상화된 폭력이라는 형태로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 숫자다.
정확한 사망자 집계는 인터넷 차단과 정보 통제, 언론·시민단체의 활동 제한 때문에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여기서 핵심은 숫자의 정밀성이 아니라, 수천·수만 명 단위의 사망자 규모가 공공연히 논의되는 단계에 도달했다는 사실 자체다.
이는 이란 정권이 더 이상 설득이나 제한적 억압을 통해 통치를 유지하는 체제가 아니라, 체제 유지의 1차 수단을 조직적 살상과 고강도 물리력으로 전환한 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이 유혈 사태는 우발적 폭주가 아닌 구조적 귀결이다.
2024년 6월 GAMAAN이 실시한 대규모 여론조사(응답자 약 7만 7천 명, 문해력 있는 성인 인구를 기준으로 가중치 적용)에 따르면, 이슬람공화국 체제의 유지에 찬성하는 비율은 약 20% 수준에 머물고, 1979년 이슬람 혁명과 최고지도자 체제의 정당성을 긍정하는 응답은 11%까지 떨어졌다.
이는 정책 실패에 대한 일시적 반감이 아니라, 신정체제가 수십 년간 동원을 위해 사용해온 도덕적·종교적 언어가 더 이상 사회에서 통용되지 않는다는 신호다.
이 조사는 VPN을 활용한 온라인 방식이라는 특성상, 도시 거주자·청년층·고학력층·디지털 접근성이 높은 집단이 과잉 대표되었을 가능성이 크고, 체제 지지층의 응답 회피와 선택 편향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바로 이 점에서, 이 표본의 편향은 약점이 아니라 중요한 분석적 단서로 전환된다.
이 데이터는 이란 전체 인구의 평균을 재현하기보다는, 문해력과 정보 소비 능력이 높고 향후 정치·사회적 변화를 주도할 가능성이 큰 계층의 인식을 비교적 정확하게 포착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권위주의 체제의 붕괴는 전체 인구가 일제히 등을 돌릴 때가 아니라, 도시 중산층·청년층·고학력층이 더 이상 체제의 정당성 언어를 신뢰하지 않을 때 가속되었다.
이 점에서 GAMAAN의 수치는 2024년 이란 사회의 단순한 여론 스냅샷이 아니라, 신정체제 이후의 정치 질서를 규정할 잠재적 주도 집단이 어떤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조기 경보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보도되는 대규모 사망자 수는, 정당성 붕괴에 대한 이 조기 경보가 실제 물리적 폭력으로 전화(轉化)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후속 신호다. 정당성이 사라진 자리를 메우는 것은 설득이 아니라 강제력이다.
현재 이란 정권은 혁명수비대와 준군사조직을 축으로 한 물리적 억압, 정보·사법 기관을 통한 상시 감시와 공포 관리, 그리고 체제가 붕괴할 경우 내전·분열·외세 개입이 뒤따를 것이라는 두려움을 결합해 통치를 유지하고 있다.
시위대 사망자가 수천, 나아가 수만 명 단위로 거론되는 이유는, 정권이 더 이상 동의를 조직하지 않고 저항의 비용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만 시간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국면에서 주목해야 할 변화 중 하나는 국제 언론 환경이다. 2009년 '녹색 운동' 당시와 달리, 하메네이 체제나 이슬람공화국 신정 독재를 노골적으로 옹호하며 시위대 학살을 정당화하는 주류 레거시 미디어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중도 좌파를 포함한 주요 글로벌 매체들에서도 이번 사태를 '질서 유지'나 '불가피한 국가 폭력'으로 포장하려는 시도는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이란 정권은 내부 정당성뿐 아니라 외부에서 자신을 방어해 줄 도덕적·이념적 보호막까지 상당 부분 상실한 상태다.
그러나 이 불리한 여론 지형은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이 가시화 될 때 급격히 재편될 소지가 크다. 개입 여부와 무관하게, 개입 가능성 자체만으로 언론의 중심 프레임은 "이란 정권의 시위대 학살"에서 "개입의 정당성, 주권 침해 여부, 또 다른 중동 전쟁의 위험"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이란 정권에 대한 옹호라기보다는, 강대국의 군사 행동을 새 중심 사건으로 삼는 국제 언론의 구조적 속성에서 비롯된 변화다.
따라서 이 국면에서 군사력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개입과 관련된 메시지 전략이다. 개입이 정권교체 전쟁이 아니라 학살을 가능하게 하는 폭력 인프라를 제한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 이란의 정치적 미래는 외세가 아니라 이란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는 점, 목표가 질서 파괴가 아니라 대규모 유혈 사태의 확산을 막는 데 있다는 점이 일관되게 전달되지 못할 경우, 현재 형성된 국제 여론의 우위는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내부적으로는 이미 정당성이 사망한 이란 정권이, 외부적으로는 '공습을 당하는 국가', '주권 침해의 피해자'라는 프레임 속에서 일정한 호흡 공간을 확보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사망자 최대 2만 명"이라는 충격적인 수치는 단순한 인권 비극의 통계를 넘어선다. 그것은 이란 이슬람공화국이 이미 정당성의 차원에서는 사망한 체제이며, 지금 벌어지는 대규모 유혈 사태가 그 이후 관성으로 굴러가는 권력이 생산하는 구조적 폭력의 귀결임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러나 향후 이란 정세의 향방은 전장의 화력이나 단기적 군사 옵션보다, 이 사실이 국제 언론과 여론의 서사 중심에서 어느 지점에 고정되는지, 다시 말해 책임의 초점이 끝까지 어디에 머무르는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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