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민주주의의 역설은 미국이 개입해서 민주주의가 진전된 나라가 없다
[최보식의언론=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

필자가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석유전쟁'의 명분과, 국제법상 비판, 신(新)식민통치와 석유, '장물 회수론'의 생각해볼 수 있는 파장, 그리고 '장물 회수론'의 비논리성에 대해 포스팅하니, '마두로 옹호자'란 댓글이 붙는다.
필자의 글은 비판이라기보다 거론되는 이슈들 정리에 가까운 글이다.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것이다. 트럼프 비판하면 마두로 옹호고, 아니면 친중이고 이런 식이다. 민주당 아니면 국힘당이고, 반일 아니면 친일 토착 왜구고. 윤석열 아니면 이재명이고 식이다.
영국 유력지 파이낸셜타임스(FT)은 도날드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공격과 마두로 체포에 대한 칼럼에서 이렇게 시작한다.
"누구도 마두로의 축출을 슬퍼하지 않지만 트럼프의 자세는 위험한 선례를 만들고 있다."
이게 상식이다. 트럼프의 위험한 세계질서 교란행위를 지적하면 마두로 옹호인가?
트럼프는 김정은과 우리에게 불안한 딜을 추구한 적이 있다. 그거 비판하면 김정은 옹호가 되나?
다음은 FT 사설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개입이 불러온 위험한 전례'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다.
1) 무력 개입의 본질: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 승인 없이 베네수엘라에 군사 행동을 감행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했다고 FT는 비판한다. 표면적으로는 마약밀매·안보 위협 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군사력과 외교권력의 과도한 행사가 본질이다.
2) 국제법과 주권 침해
유엔 헌장과 주권존중 원칙을 무시한 결정이다. 의회 승인 없이 행해진 군사작전은 미국 헌법과 국제법 모두에서 정당성이 취약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3) 미국의 신뢰성과 지정학적 영향:
미국이 ‘질서와 법’을 수호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번 행동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손상할 위험이 있다. 향후 권위주의 정권과의 대치에서 미국의 도덕적 리더십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4) 혁명적 기대 vs 현실적 불확실성
마두로 퇴진은 일부 베네수엘라인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지만, 미국이 민주적 전환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안정적 민주주의로의 이행 없이 권력 공백과 내전 위험이 커질 수 있다.
5) 결론적 비판:
FT는 이번 개입을 “무모하고 위험한 외교 정책”으로 규정하며, 단기적 효과보다 장기적 제도적·지정학적 비용을 강조한다.
미국이 국제질서를 수호한다면 법적·외교적 기반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국주의의 역사는 식민지 경영이 제국들에게 부담이 되었지 득이되지 못했다는 역사적 교훈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제국의 늪은 언제나 더 깊은 비용을 요구한다.
트럼프의 한 방은 베네수엘라의 지도 위에 전통적인 제국주의의 그림자를 드리웠고, 불확실한 민주주의 재건 대신 강대국의 이해관계와 자원 장악이 중심이 된 현실을 날카롭게 짚고 있다.
외교적 불꽃놀이는 매혹적일지 몰라도, 그 잔해는 국제적 신뢰와 법적 기반 위에 쌓인 균열로 남을 수 있다는 비판을 전하고 있다.
3. 한국인에게 트럼프의 국제 질서 교란의 의미
우리는 미국인이 아니다. 중국인도 아니다. 강대국 사람들은 어쩔수 없이 제국주의적 시각을 갖기 쉽다. 우리는 이 강대국들의 세상의 규범을 바꾸고 충돌할 때 영리하게 살아 남아야 하는 나라의 사람들이다.
필자는 미국이 만든 2차대전의 자유와 번영의 질서를 아무 거리낌없이 해체하고 교란하는 충동적이고 예측불가한 트럼프에 대해 작은 나라의 사람으로 늘 비판적이었다.
적어도 최근 몇 년은 시진핑보다 트럼프가 우리에게 천만 배 더 골칫거리를 만들고 있고 위험한 인사다. 지금 한국의 원화 저평가에 의한 경제문제도 그가 관세를 압력으로 천문학적 대미투자를 강요한 데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제조업 공동화를 그는 가속화하고 있다.
그가 권좌에서 물러나도 그가 교란한 국제 질서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데는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지 아무도 모른다. 이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기회보다는 위험요소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래서 필자는 한미동맹을 주술처럼 외치는 시대는 갔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한국에게 안정의 지지대보다는 불안정의 진원으로 바뀌고 있다.
필자는 나 자신이 산업개발의 한국과 자유주의 미국의 합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미국에 기여한 바 전무한 필자에게 전액 장학금으로 박사 공부하게 해주고 주립대학 교수를 하게 해준 나라다. 그보다 시장경제와 자유주의의 철학을 심어준 나라고 한국의 성리학적 봉건주의 집단주의의 생각을 씻어준 나라다.
하지만 트럼프의 미국은 필자가 경계하고 혐오하는 전체주의적이고 주먹이 앞서는 야만의 나라로 치닫고 있다.
내 간절한 소망은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해서 트럼프에게 족쇄를 채워 주는 것이다. 내가 민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트럼프가 무모하고 분별없기(reckless) 때문이다.
4. 미국의 실패한 남미 개입의 흑역사
필자의 넋두리는 접고 남미의 미국 개입의 역사를 되돌아보자.
제국의 오래된 손짓, 그리고 '미국은 손 떼라 (Hands off)'라는 구호가 왜 라틴아메리카에서 울리는가?
FT 사설이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개입을 “reckless(무모한)”라고 부르는 이유는 단순히 정책의 위험성 때문이 아니다. 그 단어에는 역사의 기억이 깔려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의 개입은 예외가 아니라 패턴이었다.
과테말라(1954): 선거로 집권한 아르벤스 정부 → 토지개혁 → CIA 개입 → 군사독재
칠레(1973): 아옌데 정부 → 경제 제재 → 피노체트 쿠데타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파나마: “안정”이라는 이름의 반복적 개입
FT가 트럼프를 비판하는 핵심은, 베네수엘라가 실패한 국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이 이미 너무 자주 ‘구원자’를 자처해 왔기 때문이다.
트럼프식 개입의 새로움은 미국의 이러한 고전적 제국주의 + 트럼프 즉흥성 이라는 위험한 조합 때문이다.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정책은 과거 미국 개입과 닮았지만, 동시에 더 위험한 요소를 갖는다. 과거 미국 개입과 트럼프식 개입은 비교하면 이렇다.
냉전 이데올로기 vs 개인적 정치 계산
장기 전략·엘리트 합의 vs 즉흥적 트윗 외교
제도적 정당화 규범 vs 동맹 무시
“자유 세계” 담론 vs “미국 우선주의”
과거 제국주의는 적어도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가졌지만, 트럼프는 그것마저 버렸다.
국제법의 붕괴는 ‘약소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법을 어길 수 있는 권리는 강대국의 특권이 아니라, 언젠가 강대국 자신에게 돌아올 부메랑이다.
베네수엘라에서 “주권은 중요하지 않다”는 신호를 보내는 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개입, 중국의 대만 남중국해 행동, 중동의 힘의 정치 모두를 비판할 도덕적 기반이 무너진다.
베네수엘라 민주주의의 역설은 미국이 개입해서 민주주의가 진전된 나라가 없다. 외부가 도울수록 민주주의는 멀어진다는 역설이 존재한다.
마두로 정권은 실패했고, 억압적이며, 부패했다. 그러나 외부의 군화(軍靴)는 민주주의를 낳지 않는다.
최근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해서 사회 안정과 민주화가 진전된 나라가 하나도 없다.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베트남 다 그러했다. 그 나라의 민주 정부들만 타락시키고 외세 의존형으로 만들었다. 라틴아메리카 정치학의 오래된 경험칙은 외부 개입 → 정권 붕괴이고 그러나 그 뒤에 오는 것은 제도 없는 권력 2군벌과 독재자이다.
미국에 아부한 부패한 정권의 후유증으로 좌익 정권들과 반군의 토대만 강화했다. 민족주의적 반미 정서가 득세하면서 더 긴 불안정이 초래된다. 우리가 역사적 교훈으로 부터 우려하는 것은 마두로 이후의 공백(post-Maduro vacuum)이다.
제국은 언제 무너지는가?
비용을 계산하지 않을 때다. 우리는 트럼프 개인 비판을 넘어, 제국의 자기 파괴적 충동을 경고해야 한다. 제국은 패배해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싸울 필요 없는 전쟁을 선택할 때 무너진다.
베네수엘라는 미국 안보에 결정적 위협도 아니고, 개입 비용 대비 전략적 보상도 불분명하며 장기적 재건 의지도 없는 전형적인 “나쁜 전쟁”이다. 독재자 마두로 추출이 전쟁을 정당화시키지 못한다. 지금까지 그 사회가 민주화 역량을 축적하기 전에 외세가 민주주의를 이식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이래서 “reckless”, 즉 무모함이라 부른다.
한마디로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개입은 실패한 국가를 구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제국이 실패한 스스로의 제국주의의 기억을 지워버릴 때 벌어지는 사고다.
btlee@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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