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가 가장 아름다운 단어

[최보식의언론=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

미국 PBS 방송과 NPR,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가 지난 8~11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57%가 트럼프의 경제 운영 방식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운영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자 비율은 36%로, 트럼프 대통령의 1·2기 지지율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편집자)

관세가 일자리를 만들고 미국에 제조업 부흥을 가져올 것이어서 '관세가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는 트럼프노믹스(Trumpnomics),  주류 경제학 이론을 정면으로 도전하는 그의 주술적 경제학 (Voodoo Economics)가 이제 그 실상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에 제조업 일자리가 꾸준히 줄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 노동통계국에 의하면 금년들어 11월까지 5만 8,000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줄었고 10~11월 최근 두 달 사이에 1만 9,000개가 줄어서 제조업 일자리 감소가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는 AI 영향을 의심하지만 AI는 아직 기업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지 않다.  

당연히 관세와 그에 따른 불확실성이다.

미 수입물량의 반은 다른 제조업의 투입 원부자재다. 이들의 가격이 오르니 원가가 오르고 그것은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 연방대법원의 트럼프 관세에 대한 위헌 여부 판결도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그간 재판 과정의 판사들의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질문에 근거하여 위헌 판결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상하는 흐름이다.

제조업 일자리는 어디 있는가?

트럼프의 망상적 주술 경제학에만 만들어지고 있다. 그의 관세 예찬론은 결국 중력을 없앨 수 있다는 주장과 다를 바가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World Trade Grows Without the US(미국 없이 성장하는 세계 무역)" 제목의 기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와 보편적 관세 정책 속에서, 세계 무역 질서가 미국을 배제하거나 우회하는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는 현상을 다루고 있다.

*무역 경로의 다변화 (Rerouting Trade)

미국이 관세 장벽을 높이자, 글로벌 공급망은 미국을 통하지 않는 새로운 경로를 개척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직접 수출 대신 멕시코, 베트남, 인도 등을 거쳐 최종 목적지로 향하거나, 아예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유럽, 동남아, 남미)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 간의 역내 교역 비중이 급증하며 미국 의존도를 낮추는 양상을 보인다.

이런 배경에는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로 다른 시장이나 대안 공급선을 찾기가 쉬워졌다는 것도 큰 트럼프 충격에 대응능력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고립과 '나머지 세계'의 결속

미국이 고립주의로 회귀하는 동안, 다른 국가들은 서로 간의 무역 협정을 강화하며 결속하고 있다. 무역 협정의 확장: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나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처럼 미국이 빠진 상태에서 체결된 거대 무역 협정들이 활성화되고 있다. 캐나다와 중국, 한국과 영국 등이 자유무역 협상을 통해 결속되고 있다.

미국이 빠진 자리를 유럽(EU)이나 중국이 차지하며, 디지털 무역이나 환경 표준 설정의 주도권이 미국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내 공급망의 왜곡과 인플레이션

미국이 '온쇼어링(Onshoring, 제조시설 복귀)'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무역 성장은 미국 밖에서 더 활발하다. 관세로 인해 미국 내 수입 물가는 상승하고 소비는 왜곡되는 반면, 세계 무역의 기술 혁신과 효율성 증대는 미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더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미국 GDP가 견고해 보여도 이는 관세 수입 증가와 재고 축적에 따른 일시적 왜곡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없으면 세계 무역이 멈출 것"이라는 과거의 믿음이 깨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동남아시아의 AI 붐과 기술 사이클 업황이 미국 관세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와 같은 무역 허브 국가들은 미국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성장 전망치를 높이고 있다.

이 기사는 미국이 세계 경제의 '최종 소비자'로서 가진 영향력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그 지위가 절대적이지는 않음을 시사한다. 전 세계 기업들이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이 부과하는 비용(관세)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역설적으로 중국의 시장 다변화와 기술 자립의 의지를 키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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