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 소속으로 한국에 파견되는 외국군 장교들에게 외교·공무 비자가 아닌 6개월짜리 노동비자를 발급

[최보식의언론=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비역 육군준장)]

유엔군사령부 페이스북 캡처
유엔군사령부 페이스북 캡처

유엔군사령부는 17일 성명을 통해 "군사분계선 이남 비무장지대(DMZ) 구역에 대한 출입 통제 권한이 정전협정에 따라 전적으로 유엔사에 있다"면서 비군사적 목적의 DMZ 출입을 한국 정부가 승인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여당 입장에 반대를 공식화했다.

유엔사는 이날 홈페이지에  ‘군사정전위원회의 권한과 절차에 대한 성명’을 발표, “군사분계선 남쪽 DMZ 구역의 민사 행정 및 구제사업은 유엔군사령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14일 전인 지난 3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유엔군사령부에서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의 DMZ 출입을 불허한 사실은 '영토 주권' 문제와 결부된 것이라며  DMZ법 추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에 유엔사는 SNS를 통해 김 차장의 DMZ 출입을 허가했다고 반박했다. (편집자)

최근 비무장지대(DMZ) 출입 절차를 둘러싼 한국 정부와 유엔군사령부 간의 갈등은 단순한 행정 불편이나 주권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이 사안의 본질은 국제법이 국내 정치 논리에 의해 후순위로 밀려나는 위험한 전조라는 데 있다. 

더 나아가 이는 DMZ 관할권 문제를 넘어, 유엔군 장교 비자 발급이라는 외교·동맹 차원의 사안과 맞물리며 한국의 국제적 신뢰도를 잠식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안보실 차장의 백마고지 유해발굴 현장 출입신청을 유엔사가 불허했던 사실에 분노하며 주권국가의 체면이 말이 아니라고 하면서 강하게 비판하였다. 

그러면서  DMZ출입 시 유엔사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부의 허가만으로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입법조치 법률안 공청회를 국회에서 최근 열었다.  

DMZ는 헌법상 대한민국 영토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동시에 이 지역은 정전협정이라는 국제조약에 의해 설정되고 관리되는 특수지대다. 정전협정은 단순한 정치적 합의문이 아니라, 국제법적 구속력을 지닌 조약이며, 그에 따라 DMZ의 군사·민사적 관할권은 유엔군사령관에게 부여되어 있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체결국이 준수해야 할 법적 의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부와 여당이 국내법을 앞세워 유엔사의 승인 절차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국제법 질서에 대한 근본적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입법으로 국제조약을 우회하거나 사실상 부정하려는 접근은,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박수를 받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한국 스스로를 '조약을 존중하지 않는 국가'라는 위험한 범주에 밀어 넣는다.

이러한 행태는 북측에 더 유리한 신호를 줄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군사정전위원회 무력화, 중립국감독위원회 추방, 정전협정 무효 주장 등으로 일관되게 정전체제를 흔들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마저 정전협정의 핵심 조항을 국내정치 논리로 훼손하려 한다면, 이는 북측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전협정을 지키자고 말하면서, 실제 행동은 이를 갉아먹는 모순을 국제사회가 어떻게 보겠는가.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국제법보다 국내행정 편의가 앞서는 관행은 외교부의 유엔군 장교 비자 발급 문제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유엔군 소속으로 한국에 파견되는 외국군 장교들에게 외교·공무 비자가 아닌 6개월짜리 노동비자를 발급하고, 이들이 다시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청을 전전하며 체류 연장을 해야 하는 현실은 실로 한심하다.

이는 단순한 행정착오가 아니라, 유엔군의 법적 지위와 파견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 구조적 무능에 가깝다. 유엔군 장교는 한국에 '취업'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 정전협정에 근거해 임무를 수행하는 국제군 인원이다. 이들에게 노동비자를 적용하는 국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일각에서는 "미국도 한국 기업 근로자에게 엄격한 노동비자를 적용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우리가 미국의 제도를 비판해 왔다면, 최소한 우리는 동맹국 인사에게 국제 관행에 맞는 예우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상호주의가 아니라 자기모순이다.

한미동맹은 선언이나 수사로 유지되지 않는다. 국제법 존중, 제도적 일관성, 동맹 인사에 대한 예우라는 사소해 보이지만 누적되는 신뢰의 디테일로 유지된다. 

DMZ 관할권 문제에서 국제조약을 경시하고, 유엔군 장교를 노동청으로 내모는 행정이 반복된다면, 동맹의 균열은 암암리에 그러나 확실하게 진행될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신뢰는 한 번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다. 

국내정치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국제법을 우회하고, 조약을 불편한 족쇄쯤으로 취급하는 국가는 결국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DMZ 관할권 논쟁과 유엔군 비자 문제는 한국이 지금 어느 길에 서 있는지를 묻는 경고등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주권 담론이 아니라, 국제법과 동맹 질서 속에서 한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성숙한 국가 운영이다. 정전협정을 무시하는 국내법, 국제군으로 파견되어 한국에 오는 유엔군 소속 장교를 노동자로 취급하는 행정이 계속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자산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이제라도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는 캐나다에 한국형 잠수함을 판매하기 위하여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 근무하는 유엔사 부사령관이 캐나다 장군 데릭 맥컬리 육군 중장인데 비자를 노동청에 가서 노동비자를 발급받으라는 홀대를 하면서 한국형 잠수함이 우수하니 사 달라고 하면 현지에서 활동하는 자국 장군의 말을 듣겠는가. 우리 기업의 세일즈맨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겠는가? 

K방산도 국가총력전으로 나가야 한다. 국제거래에서 승부는 디테일과 프로토콜 실수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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