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배운건 타도, 청산, 척결, 투쟁, 쟁취
[최보식의언론=박동원 논설위원]

운동권 586의 기본적인 사고의 틀은 '투쟁하여 쟁취' '타도하여 새세상' '청산하여 새나라'다.
그들은 마치 태어나 처음본 대상을 어미로 생각하는 새처럼, 아무 생각없던 대학 때 처음 접한 세계관이 40여년이 지났음에도 머릿속에 그대로 고착되어 있다.
원시공동체-고대노예제-중세봉건제-근대자본주의-미래공산주의라는 분절적 역사관과 선형적 세계관이 586의 의식을 지배한다. 나도 그렇지만 그들은 막시즘을 공부한 적이 없다. '강좌철학'류의 막시즘을 기반으로한 교양 철학서, 유치한 주체사상 따위로 세상과 세계를 배우다보니 단편적 세계관이 각인됐다.
입시에 올인했던 그들은 질문을 할 줄 몰랐다. 던지는 대로 스폰지처럼 흡입하며 단편적 세계관을 고착시켰다. 세상의 복합성, 인간의 이중성, 세계의 다면성 같은걸 깨닫지 못했다. 악을 일소하면 선한 세상이 올것이란 선악이분법, 어둠의 세상이 물러가면 환한 세상이 펼쳐질 것이란 흑백론의 고정관념이 생길수 밖에 없었다.
소련이 해체되고 북한의 3대 세습이 이뤄지자 더 이상 자기 주장을 할 명분이 사라졌다. 행태는 바뀌었지만 타도, 청산, 척결, 투쟁, 쟁취의 세계관은 그대로 뇌리에 남아 있다. 사회에 나와 세상과 타협하면서도 그들은 끝까지 과거의 선민의식에 젖어 자신들이 행한 부조는 세상이 그렇다거나, 우연적이고 일시적인 것일뿐 근본이 다르다 생각한다.
단계적이고 분절적이며 선형적인 세계관 속에서 자신들은 선(善)의 역할이라 여긴다. 한시대를 마무리지어야 다음 시대로 넘어간다 여긴다. 기독교의 종말론적 세계관인데 이는 한국 사회운동과 좌파의 태동이 기독교에서 시작된것, 그리고 서구의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막시즘이 나온것과 무관하지 않다 생각한다.
역사는 여러가지 얼굴을 가졌고, 다층적이고 복합적으로 쭉 이어지는데 이를 과학적으로 분류하다보니 분절적이고 단계적인 역사관이 만들어졌다. 더구나 인간의 욕망을 이해하지 못하고 세상을 기계적으로 해석하다보니 선악 이분법에 노출되었다. 소련이 망한 것은 미국의 공작도 부패도 아닌 인간의 욕망을 거세했기 때문이란 것조차 깨닫지 못했다.
'투쟁하여 쟁취' '타도하여 새세상' '청산하여 새나라'에 고착된 사고는 쟁취론, 타도론, 청산론에 빠져들 수 밖에 없고 필히 역사전쟁을 불러낸다. 인간의 욕망을 이해하지 못하고 생산과 건설을 고민한적 없는 586이 끊임없이 과거를 소환하여 역사전쟁을 벌이는건 그때문이다. 악을 일소하는 일을 자신의 역사적 소명으로 여긴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내면적 성찰의 부재가 586의 시대착오적이고 자기 기만적인 내로남불을 만들었다. 세상과 타협하다 들키면 마치 주일 교회가서 회개하듯 "내안의 새누리스러움을 반성합니다"라 핑계대며 자신을 기만한다. 모든 부조리의 근원은 상대에 있기에 상대를 타도함으로써 선함을 쟁취할 수 있다 여긴다. 거리에서 촛불드는 것으로 자기 욕망을 애써 덮는다.
대한민국 성장이 90년대를 넘어서고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멈추고 퇴보하는건 사회의 주력이 된 586들 때문이다. 생산과 건설을 생각해본적도 고민해본적도 없기 때문에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다. 민주화는 사실 경제발전과 우리의 높은 교육열이 가져온 자연스런 현상일뿐이고, 586들은 거기에 올라탄 것일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들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었다 착각하며 그 과실들을 충실히 따먹으며 자신들의 역할을 방기해왔다. 한 세대가 실종되어 버린것이다. 586들은 국가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 목표도 없고 이상도 없이 그저 쟁취, 타도, 청산만이 자기 역할이라 착각하며 현실에 안주하거나 과실만 따먹고 앉아있다.
#역사의물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