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법정에서 교주의 불법을 인정받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최보식의언론=엄상익 논설위원]

사이비 이단 교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몇 명의 여성이 나의 법률사무소를 찾아와 소송을 의뢰했었다. 일한 시간 만큼 보수를 받기로 하는 약정서를 작성하고 사건을 맡았다.
그 종교집단을 공격하는 단체의 사람들이 나의 사무실을 찾아와 상담을 했다. 교주를 살해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 종교집단에 속아 인생을 헛살았다는 증오가 서려 있는 것 같았다.
전국의 학교 운동장에 있는 단군상이나 이순신 동상을 때려 부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우상'이라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종교법을 만들어 기독교 이외의 종교를 다 없애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그 단체에 광신자가 많은 것 같았다. 악을 악으로 대항하는 그들이 악이 될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했다.
어느 날 메이저 신문의 기자가 내게 연락을 해서 사이비 종교단체의 근거지로 같이 가보자고 했다. 변호사는 현장의 불법행위를 확인하고 그것들을 법의 심판대 위에 올려 놓는 직업이었다. 합법적인 소송절차를 통해 상대방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아내는 게 일이었다. 기자가 그 종교집단과 싸우는 단체를 이끌고 가는 데 나도 동행했다.
종교집단의 근거지에서 큰 사고가 날 뻔했다. 이단과 싸우는 단체의 주동자는 현장에서 조폭들의 난투극 같은 전쟁을 준비했었다. 각목과 파이프를 준비하고 여러 대의 승합차에 전투화를 신은 청년들을 합류시켰었다. 그들은 같이 가는 기자나 변호사가 다치는 상황을 계획한 것 같았다. 그래야 사회에 파문을 확대할 것으로 판단한 것 같았다. 나는 멋모르고 그 그물에 걸려들어 큰 화를 당할 뻔했다. 그곳에서 돌아온 지 얼마 지난 후 현장에 같이 갔던 기자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내가 기사를 다 썼어요. 그런데 데스크에서 내보내 주지를 않는 거예요. 교주에게서 돈 먹고 그러는 게 틀림없어."
기자의 표정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아무래도 오해 같았다. 그 기자의 상관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오해는 말한다고 풀릴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
나는 법정에서 교주의 불법을 인정받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교주 측은 패배를 인정하고 판결대로 배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걸 받아 피해 여성들에게 조용히 지급하고 사건을 끝냈다. 이미 결혼까지 한 피해자들은 모든 걸 비밀로 하고 빨리 소송을 종결시켜 달라고 애걸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내가 일한 대가를 받았다. 일꾼이 품삯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었다.
그 얼마 후 이단과 싸우는 단체에서 편지가 왔다. 그 안에는 온갖 저주와 욕설이 적혀 있었다. 압축하면 ‘돈만 아는 나쁜 놈’이라는 것이다.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악플이 들어오기도 했다. 인권변호사라 무료로 하기로 했으면서 어떻게 돈을 받았느냐는 말도 있었다. 그들은 나를 '투사'로 오해했던 것 같았다.
어느 날 그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를 우연히 만났다. 얼굴에는 원인 모를 증오가 가득했다. 내게 주먹이라도 한방 날릴 기세였다. 그럴 사이가 아니었다. 그도 오해를 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내가 이단 교주으로부터 돈을 받고 사건을 끝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는 것 같았다. 그 역시 내가 투사 내지 기자 동료쯤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의 오해를 풀 능력이 없다. 말할수록 변명같이 들리고 오해가 깊어질 것이 분명했다.
변호사업을 수십년 해오면서 많은 오해를 받았다. 법정에서 점잖게 행동하면 상대방에게서 돈을 먹고 배임행위를 한 것으로 오해를 하기도 했다. 변호사는 누구라도 변호해야 했다. 살인범을 변호한다고 분노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폭행을 당할 뻔하기도 했다.
의뢰인 자신들이 잘못을 저질로 놓고도 욕망대로 되지 않으면 오해를 했다. 그런 오해들이 수십년 묵어 바위가 된 채 여기저기 걸림돌로 존재하고 있다. 나는 그들에게 설명하지 않고 납득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한밤중에 썩은 새끼 줄을 밟고 그걸 뱀이라고 오해한 사람에게는 끝까지 새끼줄일 수가 없다. 그걸 인정하면 자신의 정체성이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다.
예수는 빌라도와 제사장 앞에서 침묵했다. 오해하고 싶은 사람을 납득시킬 수는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 오해는 나를 내적인 사람으로 만들고 깊게 만들어 준 것 같다. 오해의 어두움 속에서 하늘의 빛을 본다. 사람들에게 오해받는 일 없이 하나님을 바로 알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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