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선정을 얼마나 크게 소리내어 찬양하겠는가.
[최보식의언론=검비봉 논설위원]

그 옛날에 명절 선물로 한우 갈비짝, 햅쌀 가마가 바리바리 들어오는 집이라면 꽤나 잘 나가는 세도가라고 볼 수 있다.
일반 서민들 사이에서는 치약, 비누, 백설탕, 식용유 세트 등등 생필품들로 선물로 주고 받았다.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짚으로 엮은 꾸러미에 달걀 10개가 탐스럽게 얼굴을 내밀고 있는 달걀꾸러미, 소주 한되(一升)짜리 한 병을 들고 동네 어른들 집에 명절인사를 다니던 기억이 새롭다.
경제 발전과 더불어 선물의 양상도 급변했다. ‘뇌물성 선물’로 세상의 별 희귀한 진품(珍品)이 다 등장한다. 사향, 곰쓸개, 물개생식기까지도 ‘뇌물 선물’로 갖고다니는 사람도 보았다. 요즘은 침향, 공진단, 송이, 캐비어 등이 산삼 녹용과 함께 고급선물에 속한다,
상품권이 생긴 이후로, 선물 겸 뇌물의 전달방식은 비약적으로 대담해진다. 모(某) 고관은 상품권을 계수기에 넣어서 센 적도 있다고 한다.
웬만한 고관의 집에는 옷방 외에 선물방이 있다. 명절에 들어오는 선물은 일단 이 방에 다 적재한다고 한다.
중국의 선물 방식은 대륙답게 웅대하다. 별의별 산해진품이 다 동원되는데, 월병이나, 건해삼은 한 세트에 1,000만원짜리도 흔하다. 명주와 명차가 일반적인 선물 품목인데 웃기는 사례도 있다.
마오타이(현재 면세점가 300~400달러)가 출시된 1967년부터 지금까지 선물로 '뺑뺑이'를 돌고 도는데, 모 지방은행장은, 자신이 은행에 처음 입사해서 자신의 지점장에게 선물했던 마오타이가 30년이 지나서 자신에게 명절선물로 돌아오더란다. 술병 귀퉁이에 자기의 성(性)인 왕(王) 자를 조그맣게 적어놨기에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세월에 오래 묵을수록 가치상승하는 물건 중에 보이차(普洱茶, 푸얼차)가 있는데, 고가의 보이차 들의 상당수는 수십 년째 선물노릇을 하면서 중원 천하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중국의 명주명차 판매점에 가보면, 한쪽 코너에 크게 20% 등의 간판을 걸어놓고, 선물로 받은 물건을 재구매해주는 코너가 있다. 모 고관이 명절에 우랑예(五浪液)을 50병 받았을 경우, ‘흠 작년보다 작황이 많이 않 좋네’ 하면서 이 가게에 불러서 실어가게 하고 현금으로 받는다.
그 술들은 그 가게에 다시 진열되고, 웬 사람이 와서 구매해서 또 그 고관에게 선물하고, 고관은 술을 다시 가게에 내다 팔고, 유쾌하고 재미있는 선물의 사회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의 추석선물세트가 중고시장에 나온다고 한다. 어느 효자가 큰맘을 먹고 이 세트를 하나 사들고 시골의 부친에게 간다,
“아버지, 제가 공무원 생활을 성실하게 하다보니, 대통령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서 이런 귀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아버지는 감격한 나머지, 동네방네 다니면서 아들 자랑을 한다. 우리 애가 대통령의 눈에 들었다네. 이제 출세길에 들어섰다네. 대통령의 선물이 차라리 이렇게 아름다운 코미디에 이용되면 낫겠는데, 일부 강성 인사들이 대통령의 선물을 받자마자, "안 받는다, 다시 가져가라, 더럽다" 등등 갖은 능멸의 소리를 다 퍼붓고 있다니, 세상 돌아가는 게 중국식 코미디에도 못 미치는 가관이 아닌가.
‘직급으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나이로 보나, 내가 저 작자보다 상위인데 어째서 대통령 선물이 저놈에게는 가고 나는 빼놓는 거냐’ 하는 이런 볼 터지는 소리도 적지 아니 나왔을 것이다.
100개의 선물 중 수십 개가 아니 간만 못 한 대접을 받는다면 문제가 많다. 차라리 연로한 생활보호대상자들에게 추첨 등으로 선정해서 풀어준다면, 저들의 쪽방에서 감사의 환호가 터져 나왔을 것이다. 대통령의 선정을 얼마나 크게 소리내어 찬양하겠는가.
개인 돈도 아니고 나랏돈으로 생색내는 선물이지만 이왕이면 돈 많고 힘 좋고 거들먹대는 자들에게 내릴 것이 아니라, 명절이 되어도 주민센터에서 나오는 쌀 한 봉지 외에는 선물 구경도 못하는 가련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면 이 아니 좋은가.
윤 대통령은 조금 다를 줄 알았는데, 매년 보는 대통령 선물세트, 대통령 명절인사, 너무 구태의연하다.
등불을 들고 대명천지 햇볕이 쨍한 곳에 나와서 비추어봐야 아무도 그 빛을 알아보지 못한다. 어둡고 긴 굴 속에 들어가 등불을 켜보라. 그래야 등불의 존재가 얼마나 고마운지 깨달는다. 디오게네스는 그래서 대낮에 등불을 들고 다녔던 모양이다.
꼭 필요한 곳에 물자와 조치가 행사되지 않고, 허례허식과 관습에 힘빼는 일을 일종의 ‘뻘짓’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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