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인들처럼 세속의 것들에 끌려 다니면서 살 것이 아니라

[최보식의언론=검비봉 논설위원]

“윤석열이는 진작에 접었어.” 

고개를 흔들며 퉁명스럽게 말하던 경로당 할매가 오늘은 태도가 바뀌었다. “대통령이 자립준비 청년들을 위한 후원에 힘쓰겠다”라는 뉴스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고 한다.

그때 대통령의 말씀은 있었지만 그 뒤로 실제 그렇게 됐는지는 알 수없다. 대통령은 말만 요란한 걸로 워낙 소문이 났으니 말이다.

고아원, 보육원 등에서 나이가 차면 사회에 방출되어 혼자서 자립의 길을 개척해야 하는 청년들의 고난은 얼마 전 18세 된 자립준비 대학생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이슈가 되었었다.

그 대학생은 “아직도 보고 싶은 책들이 많은데...”라는 유언을 남기고 떠난 모습으로 온 국민 가슴에 아프게 부각된 바 있다.

삭막하기 그지없는 냉랭한 사회에 갑자기 홀로 내던져지는 자립준비 청년들은 대통령이 얼마  전 표현했던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들은 조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 해당된다.

저들은 남들이 활개짓 하며 왁자지껄 몰려갈 적에, 혼자서 그늘에서 발소리마저 죽인 채 고개 숙이고 걸어가는 외로운 우리의 자식들이다. 아이가 벼랑 끝에서 갈 바 몰라서 비를 맞으며 울면서 홀로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시라.

1년에 2,500명씩이나 사회로 배출된다는 저 아이들은 자립이 여의치 않을 경우 자칫 범죄의 길에 빠져들기 쉽다. 

하늘로부터 받은 천부(天賦)의 인권은 누구에게나 고귀하며, 존중받는 삶을 추구할 권리에는 귀천이 있을 수 없다. 단지 부모를 잘못 선택해서 세상에 나왔다는 죄로 천형(天刑)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울적한 삶을 살아야 하는 저들의 처절함을 우리는 절반도 공감하지 못한다. 

저들에게도 나름대로 타고난 재능이 있을 것이다. 이를 잘 키우고 격려해서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은 국가가 국민을 구하는 일이며 인류에게 사랑과 경의를 표하는 일이다. 

바로 직전 정권의 여사는 잠깐 그들을 관사로 초청하여 식사와 대화를 나눈 일이 있으나 그 뒤에 관심 갖고 지속적으로 보살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한 나라의 어머니로 자리 매김되는 영부인은 속물의 모양새가 되어서는 안 된다. 보석 조각이나 명품백, 브랜드 옷 때문에 구설에 오르내리는 일, 성형과 화장발 예쁨으로 남의 시선을 즐기는 일은 저들 어린 국민들 앞에 너무 부끄러운 모습이다.

잡인들처럼 세속의 것들에 끌려 다니면서 살 것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뒤처지는 나약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리고 몸 바쳐 실행한다면 이야말로 축복받은 인생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아름다운 처사는 오래토록 만인의 존경과 찬사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축복받을 능력을 다른 데 쓰고 있지나 않은지 심히 우려스럽다. 

잘못될 뻔 했던 나이 어린 보배들을 방관하지 않고 한 사람의 당당한 국민으로키우는 일은 거룩한 사명이다. 부모들이 책임지지 못한 나라의 꽃봉오리들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국가가 저들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 국가가 저런 연약한 이들을 안고 가지 못한다면 그것은 국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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