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겪은 적 없는데 이미지와 상상력이 만든 트라우마가 더 큰 것
[최보식의언론=박동원 논설위원]

*요즘 '친일 논란' 광풍을 보면서 한 지인이 "일본이 조선을 병탄한 효과는 2024년 8월에야 극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리한 지적이다.(편집자)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에서 트라우마를 ‘외부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심리적 외상’으로 정의한다. 36년 일제 식민지는 한국인들에게 강한 심리적 외상 즉 트라우마를 만들었다.
그도 그런 게 만약 영국이나 미국, 더 양보해 프랑스 식민지였다면 외상을 덜 받았을 것이다. '왜놈' '쪽바리'라 근거없이 무시하고 천대하던 일본 따위에게 지배를 당한 게 충격적이고 쪽팔려 더 흥분하는 것이다. 당시 일본이 미국과 맞짱 뜨던 주축국 3강이었단 걸 모른다.
문제는 실제 겪은 이들보다 겪지 않은 후대들이 더 큰 트라우마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원래 현실보다 상상의 세계가 더 강력한 법이다. AI가 만든 이미지가 훨씬 더 강력하다. 훔쳐보기가 더 크고 강렬한 성적 흥분을 일으킨다.
실제 겪은 적 없는데 이미지와 상상력이 만든 트라우마가 더 큰 것이다. 강한 심리적 외상으로 인해 일제시대 자료나 통계를 통해 진실과 마주하면 극도로 흥분한다. 정치선동, 드라마, 영화 등 상상이 만들어낸 외상이 깊고 강한 트라우마를 형성시킨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시뮬라르크에 의해 세계의 본질과 실재는 감춰졌고 세계는 시뮬라르크로 가득차 있다 말했다. 사실적 이미지가 변질되고, 변질된 이미지는 실체마저 없애고 가상의 현실로 대체된다. 존재하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인식되는 시뮬라르크의 세계다.
어린시절 청소년기에 받은 상처는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자존감의 부재는 비뚤어진 인격을 만들어 폭력적이 된다. 일본이 살짝만 건드려도 벌떼처럼 달라드는 건 그만큼 우리의 트라우마가 깊다는 얘기다.
정신적 장애는 현실을 인정하고 마주하는데서 치유가 시작된다. 난 일제시대를 재평가하고 현실을 발굴해내는 일련의 연구와 작업들을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대면하기로 받아들인다. 트라우마를 만들어낸 상상적 요인들을 걷어내고 겪어보고 살아보지 않았던 시대를 마주 보자는 것이다.
우린 100여년 전 일어난 선대의 일을 잘 모른다. 이야기 책, 드라마, 영화 그리고 편집된 다큐를 통해서 만들어진 이미지와 상상으로만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받아들인 이미지와 상상과 다른 얘길를 하거나 실제를 말하면 히스테리를 일으킨다.
없는 걸 만들어낸 건 아니다. 상상의 세계는 실재한 것보다 더 확장되고 깊어진다. 실재했던 세계와 마주해야 치유 극복이 된다. 그들이 무슨 일을 벌였고 어떤 짓을 했는지, 그리고 우린 또 어떠했는지를 가급적 사실적으로 보아야 한다. 그래야 뭐가 문제였는지를 알게 된다.
더 중요한 건 시대적 상황과 수준, 당대 세계 정세를 통해 자기 객관화를 시키는 것이다. 국사를 배우는 건 자기 자존감을 위해서고, 세계사를 배우는건 자기 객관화를 위해서다. 보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트라우마도 극복된다.
#파친코, #친일광풍, #친일논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