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입에만 머금었다가 뱉었다고 우기다가 사람들의 미움만 더 사는 경우에는

[최보식의언론=검비봉 논설위원]

악어를 잡은 표범.
악어를 잡은 표범.

나이 탓인지 모르지만, 두세 번 실수가 있었다. 소변이 급해서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남자 소변기가 안 보인다. 아차 싶어서 빠른 동작으로 나와서 팻말을 보니, 여자 화장실이다. 성깔 있는 처자와 맞닥뜨렸다면 봉변을 치를 수도 있는 실수다.

물가에서 먹이감을 찾던 표범이 정확한 판단과 날랜 동작으로 악어를 물어서 숲으로 끌고가는 수도 있고, 반대로 표범이 ‘아차!’ 하는 순간에 악어에게 다리를 물려서 물속으로 끌려 들어가기도 한다.

군 내에서 1년에 100명 이상의 장병이 자살, 사고 등으로 사망한다. '채상병 사건'을 주의 깊게 봐온 사람들은, 일이 갈수록 복잡하게 확대되는 것을 보면서, 그 이유를 감지했을 것이다. 

순리를 벗어나서 사안의 본질이나 특정 인물을 유별나게 다루려고 하다보면 이에 저항하는 논리에 충돌하게 되고, 그로 인해 야기되는 난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밀어붙일 경우,  수면 아래 내밀한 사정들이 하나둘 수표 위로 떠오르게 된다. 

나중에는 사건의 본령을 넘어서, 일을 다루는 처사에 대하여 여론의 모진 질책을 받으면서, 회복하기 힘든 '데미지 만땅'의 국면에 처하게 된다. 

지시를 잘못했다든가, 지도를 했는데 잘못 받아들였다든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사단장이 일개 사단이 아니라 집권당을 좌초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사물을 제대로 분간 못할 정도의 약시라서 화장실의 남녀 팻말을 똑바로 보지 못해서 실수를 했다고 한다거나, 술을 입에만 머금었다가 뱉었다고 우기다가 사람들의 미움만 더 사는 경우에는 질책과 처벌만 가중될 뿐이다. 

"우리 인간적으로 터놓고 담화를 좀 해봅시다. 마속이 실수를 저지른 게 분명하고 그에게 책임이 있다는 점에 나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전쟁을 대비하는 나의 입장에서 마속과 같은 장수가 꼭 필요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그의 실수를 한 번 접어주고 넘어가면 어떻겠소? 당신 역시 어느 날인가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는데, 당신처럼 진실한 태도의 인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나는 당신에게도 한 번 정도는 기회를 줄 것이오. 이것은 야합도 아니고 타협도 아니오."

악어에게 물린 표범이나, 표범에게 질질 끌려가는 악어의 관계에서는 우리 평소 낯익은 사이니까, "한 번은 놓아주자" 라는 반전의 기회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혼전과 난투의 현장에서 공동의 임무를 수행하는 관계에서는 여러모로 심사숙고해서 결심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마련이라는 의견에 공감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여러 단계의 직위에까지 확대되어버린, 그래서 다수 대중에게 본전이 드러난 바가 너무 여실하기에 돌이키기 힘들게 되었다. 

당대표로 출마하는 한동훈의 "실기했다"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단, 그는 왜 실기가 되도록 자신의 의사를 결정권자에게 강력하게 제출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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