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도 힘든것을 천년을 살것 처럼/ 살다보면 알게 돼 버린다는 의미를...
[최보식의언론=최영훈 전 동아일보 국장]

21년 전, 56세 때 나훈아는 노래 '공(空)'을 내놓는다.
'살다 보면 알게 돼 일러주지 않아도/ 너나 나나 모두다 어리석다는 것을/ 살다 보면 알게 돼 알면 웃음이 나지/ 우리모두 얼마나 바보처럼 사는지/ 잠시 왔다가는 인생 잠시 머물다갈 세상/ 백년도 힘든것을 천년을 살것 처럼/ 살다보면 알게 돼 버린다는 의미를/ 내가 가진것들이 모두 부질 없다는 것을...'
가황(歌皇) 나훈아가 무대를 떠난다고 한다. 가왕 조용필과는 또 다른 카리스마가 넘치는 가수였다. 가왕보다 높은 ‘가황’으로 불리며 인기를 모았다.
3년 여 전, KBS2 '나훈아 어게인'은 코로나의 맹위도 물리쳤다. 가히 나훈아 열풍이 한때 몰아쳤고, 가황에 등극한 것이다.
그 나훈아가 마지막 콘서트를 발표, 은퇴를 시사했다. 어제 ‘고마웠습니다!’라는 제목의 편지를 통해서다. '여기까지 왔다. 한발 또 한발 걸어온 길이 반백년을 훌쩍...' 마이크를 내려 놓는 게 용기가 필요할 줄은 미처 몰랐단다.
‘박수칠 때 떠나라!’ 쉽고 간단한 이 말의 깊은 의미를 나훈아는 실천하려 한다. 세상에 영생불멸은 없다, 영원한 게 대최 어디 있겠는가? 모든 것은 변하고, 궁극에는 왔던 곳으로 돌아갈 뿐이다.
가황의 공연이 4월부터 전국 곳곳으로 이어질 모양이다. 나훈아가 있었길래 가수 남진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남진의 마음이 어떨지 궁금하다.
지난달 개봉한 '길위에 김대중'은 예상보다 흥행이 저조했다. 필생의 라이벌인 YS의 다큐가 동반 상영됐더라면 어땠을까? DJ YS는 젊은 시절, 라이벌 남진과 나훈아에 비견되기도 했다.
나훈아의 은퇴가 아쉽지만 따듯하게 보내주려고 한다. 박수칠 때 떠나는 모습이 그리 나쁘게 보이진 않는다. 울 엄마를 생각나게 하는 그의 노래 '홍시'가 문득 떠오른다.
'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주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눈이오면 눈맞을 세라 비가 오면 비젖을 세라/ 험한 세상 넘어질 세라 사랑 땜에 울먹일 세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노래에는 치유의 힘이 있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나훈아가 작년 7월에 내놓은 앨범 '새벽'에 수록된 노래 '삶'! 탁월한 싱어송라이터인 그의 철학과 인생관이 담겨있다.
'삶이란 인생이라는 마당에서/ 한세월 놀다가 가는 거지/ 삶이란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한바탕 울다웃다 가는 거지...'
세상이 힘들다며 '테스형'을 열창한 나훈아! 그는 가요계를 주름잡는 풍운아이기도 했다. '소크라테스'를 소환한 그 노래는 선친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
그의 '비포 앤 애프트'는 당대의 여장부 김지미가 꼽힌다. 6년 간 동거로 야성미 넘치던 나훈아는 탈바꿈을 한다. 그 역시 "나를 남자로 만들어준 사람은 김지미"라고 했다. 사실혼이면 어떻고 길고 긴 연애면 또 어떠하리요... 김지미는 "사랑하니까 헤어졌다"는 말을 당시 남긴 바 있다.
나훈아는 트로트로 출발했지만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 냈다. 무대에 서기 전, 완벽하게 준비하는 진정한 프로이기도 했다. 최고보다 '최선'을 강조하며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면모였다. 가황의 마지막 무대를 한번 보고 싶다. 그에게 아쉬움을 담아 "아듀"를 보내련다.
나훈아와 함께 싱어송라이터 송창식 김민기가 문득 떠오른다. 김민기는 암 투병 중이라 소극장 학전이 내달 15일 사라지니... '누군가 이들을 모아 공연 한번 해보면 어떨까!' 생각도 든다
맥아더 원수는 73년 전 상 하원 합동연설에서 웅변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
가황 나훈아도 죽지 않는다. 노래들로 남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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