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열었다 닫았다 해서 그렇게 불편하시면 그냥 아예 닫을까요?
이주영 순천향대 소아응급실 교수

너희 언제까지 할거야, 너희 닫으면 우리도 감당이 안 돼서 조절을 해야 해. 이번에 또 사람이 나가거든.
너는 언제 일해, 서로 입원 되는 날을 조율 해야 하지 않을까. 중환자실? 당연히 우리도 안 되지.
그 쪽 문 닫았나요, 저희 쪽으로 자꾸 오는데 저희도 소아 못 받거든요. 이 근처에 아무데도 안 될걸요?
저희 병원 와도 어차피 다 서울경기로 보내요. 근데 뭐, 되는 데 없겠죠.
주변의 모든 소아응급실과 소아청소년과 병동, 제법 먼 곳의 병원들로부터 우리 센터의 상황을 묻는 전화를 거의 매일 받는다.
10년 전, 내가 이 곳에 왔을 때는 지방병원이라 못 받는 환자도, 작은 병원이라 못 고칠 병도 없었는데, 심지어 필요한 세부 분과가 없더라도 어떻게든 응급처치를 하고 입원을 시키면 아이를 안정시켜 적절한 곳으로 전원 보내거나 여기서도 충분히 잘 치료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것이 더 많다.
그리고 그건 정말 지방이어서 그렇다. 주변이 씨가 말랐거든. 다 똑같은 상황이거든. 봐야 할 환자도 해야 할 일도 져야 할 책임도 많은데 돌아오는 건 리스크와 민원 뿐이어서. 나는 이제 '지방'이라는 말을 뱉으며 종종 아프고, 슬프고, 괴롭다. 서울로 가셔야 해요 어머니, 지방에는.. 없어요.
일곱 명이 근무하던 센터에 둘만 남았다. 365일 24시간 불 밝던 소아응급실은 때로, 아니 종종, 아니 사실은 자주 멈춘다. 오늘 소아응급실 여나요, 하는 보호자들의 전화는 하루에 백 통쯤 온다고 하고 소아환자 이송 받을 수 있나요, 하는 구급대원의 문의는 하루에 서른 통 정도 걸려온다.
상황이 허락하는 한 어떻게든 받으려고 하지만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입원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안 되는 경우도 있고 내시경을 꼭 해야 하는데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수술이 필요한 병인데 소아는 못 보는 경우도 있다.
중환자 케어는 언제나 안 된다. 응급이니까 뭐라도 해 주면 안 되냐지만 오히려 1분 1초가 급할수록 인력 없고 입원 안 되고 손 못 쓸 상황에서우리 병원을 불필요하게 거치느니 환자의 상태가 안정적일 때 신속히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편이 훨씬 나은 경우도 많다.
구급대원들도 답답하겠지, 불안하겠지.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니 우리도 최대한 어떻게든 받는다. 어차피 여기 밖에 없는 거 우리도 안다고.
그래도 말이지, 그래서 이 환자 안 받겠다는거죠? 그 쪽 이름이 뭐예요? 그 쪽에서 이송 거부해서 못 갔다고 기록하면 돼요? 운운 하는 건 과연 문의일까 협박일까.
그럼 못 받을 상황에 와서 중환자실 처치 못 받고 수술 늦어져서 환자 잘못 되면 그 쪽에서 책임지실 건가요 소리가 목젖까지 나온다. 나의 동료들이 떠난 이유는 절반이 협박, 절반이 모욕, 즉 개인의 삶을 온전히 장악할 수 있는 크기의 공포와 자괴감이었다.
열었다 닫았다 이 따위로 할 거면 응급실 왜 열어 놨냐, 열 여덟 숫자가 난무하고 애미애비 찾는 욕설이 날아든다. 수술도 안 되면서 이게 무슨 응급실이냐고, 병원이 사기를 쳐서 환자가 헛걸음 했다고, 너희가 어제 문을 닫는 바람에 우리 애가 어제부터 열이 났는데 진료도 못 보고 오늘 오느라 더 나빠졌는데 어쩔 거냐고. 결국 듣도보도 못한 비속어를 연발하며 내 멱살을 잡으려 드는 아버지에게 급기야 똑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저희가 열었다 닫았다 해서 그렇게 불편하시면 그냥 아예 닫을까요? 저희 이제 두 명 남았는데 마저 그만 둬요? 여기 와 있는 애들 보지 말까요? 지금 그게 남아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할 소립니까?
문을 닫고 진료실로 들어 와 키보드 위로 청진기를 집어 던졌다. 책상 위로 떨어진 건 나의 지난 10년이었다. 다음엔 뭘 던지게 될까.

